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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수퍼푸드와 GMO(유전자 변형 식품), 식탁 위의 작은 전쟁






노벨상 수상자 111명과 과학자와 일반 시민 5천여명이 환경 운동단체에게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반대하는 활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기사를 읽었다. 과학자들은 공식 홈페이지까지 개설해서 GMO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게재했는데, 과학자들은 GMO를 반대하는 이유가 비과학적이며, GMO 전체를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성명서에 동의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비타민 A 결핍증(VAD)을 해결할 수 있는 황금쌀에 반대하는 그린피스에게 ‘얼마나 많은 가난한 이들이 죽어야 이를 인류에 대한 범죄로 여길 것인가’라며 캠페인을 그만둘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과학동아 2016년 9월호).





필자는 올해 초 ‘식탁위의 문제 - 유전자 변형된 수퍼푸드를 삼키기 힘들어하는 일부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번역문을 접한 적이 있다. 세계 10대 수퍼푸드의 하나인 토마토는 혈관기능을 강화시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노화방지와 항암효과, 면역력 강화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토마토도 단점이 있는데, 삶거나 끓여서 먹으면 생것으로 먹는 것보다 리코펜의 체내 흡수율이 4배 정도 증가하는 반면, 열에 약한 비타민 C가 파괴되며, 오래 저장하면 물러지고, 토마토의 특성상 추위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토마토에 가자미와 교배를 하면 어떻게 될까? 북극 가자미 속에 든 단백질은 물고기들이 혹한의 물속에서도 살 수 있게 하는데, 그런 가자미를 화학물질을 이용해 가자미 속의 단백질을 잘라내어 토마토 세포 유전자에 붙여서 자라게 하면 그 토마토들은 추위에 강한 토마토가 된다.




수퍼푸드(Superfood)란 미국 영양학 박사이자 인체노화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스티븐 프랫' 이 2004년에 쓴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 라는 책의 제목에서 유래되었는데, 열량과 지방 함량이 낮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건강에 좋은 식품을 이르는 말이다. 수퍼푸드는 체내에 필요 영양소를 두루 갖추고 독소 제거 및 인간의 몸의 면역력을 증가 시켜주는 필수 음식이다.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수퍼푸드는 블루베리, 녹차, 마늘, 토마토, 브로콜리, 아몬드, 적포도주, 시금치, 연어, 귀리이다. 최근에는 수퍼푸드를 먹는 것뿐만이 아닌 화장품으로도 출시가 많이 되어 피부미용에도 사용이 되고 있다.




유전자 재조합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은 유전자 변형 식품 또는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도 불린다.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를 취한 후, 다른 생물체에 삽입하여 만든 새로운 농축수산물을 말한다. 현재 국내 유통 중인 GMO에는 외국산 대두,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등이 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최초의 상업화는 1994년에 미국의 칼젠(Calgene)사에서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라는 뜻을 지닌 프레브 세이버(Flavr Savr)였으나 이 토마토는 제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맛이 좋지 않아 상업화에는 실패하고, 1996년 미국의 몬산토(Monsanto)사가 제초제내성 콩인 라운드업레디(Roundup Ready)를 개발하면서 유전자재조합 작물의 상업적 생산이 본격화되었다.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캐번디시라는 품종으로 씨앗이 없는 돌연변이다. 보통 바나나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 종의 바나나가 자라고 있지만, 이중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바나나는 단 1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야생 바나나들인데, 열매 속에 크고 딱딱한 씨를 가득 품고 있어서 먹기에 까다로웠다. 그러다가 씨 없는 돌연변이가 나타나면서 오늘날의 바나나가 정착된 것이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는 바나나가 과일이 아니라 주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나나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데, 1990년대 말 우간다에서 해충에 의해 상당수의 바나나 나무가 죽게 되었다. 그 이후 과학자들은 해충에 저항성이 있는 GMO 바나나 묘목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2년 만에 2배 이상의 바나나를 생산했다고 한다.





비타민 A 결핍증(VAD)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VAD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 중에 40%는 5살 이하의 어린 아이가 대부분이다. 세계적인 기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자들은 수선화 유전자를 이용해 비타민 A가 더 강화된 쌀, 일명 ‘황금쌀‘을 만드는 연구를 하여 기아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 쌀은 비타민 A가 부족한 식사로 인해 실명하거나,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기도 하는 수 백 만 명의 아이들을 도울 수가 있는 것이다.





세계 10대 수퍼푸드라고 알고 있는 연어의 경우도 미국의 아쿠아바운티사가 개발한 GMO 연어가 일반 연어의 3년씩 걸리던 성장 기간을 16~18개월로 단축하면서 빨리 자라는 연어로 상품화되어 팔리고 있다.


현재 GMO는 세계 식품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의 옥수수와 콩 작물의 거의 절반이 유전자적으로 변형되었다.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 식품(GMO)이 팔리기 시작한 지 20년이 흘렀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GMO의 상업화는 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안전성 논란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20년간 GMO에 관련된 연구 논문과 전문가 및 일반인들이 내린 결론은 ‘건강이나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2012년 프랑스 칸 대 질-에릭 세라리니 교수팀이 쥐에게 제초제 저항성 GM옥수수를 2년 동안 먹였더니 종양 발생 확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실험 설계의 결함으로 2013년 12월에 논문이 철회되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어나고 있는 것은 유전자 조작이 알레르기나 다른 부작용을 유발시키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며, 그런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더 강해진 해충이나 바이러스가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또한 과학적인 안전성만을 확보한다고 해서 세계적인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논쟁은 사회, 국제관계, 기업의 역할 등 다양한 요인과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수퍼푸드는 건강에 좋은 식품을 일컫는 말임을 앞에서 언급했다. 따라서 그 종류는 10가지가 될 수도 있고,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또한 GMO 식품 중에서도 해당될 수가 있다. 그러나 수퍼푸드라고 불리는 식품이라도 가공 처리되는 과정에서 건강에 해로운 방식을 사용할 수 있으며 과잉 섭취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의 식탁이 안전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살인적인 토마토’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에게 줄 혜택이 ‘GMO’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살충제에 강한 수퍼 잡초가 생길 가능성도 있으며, 유전자 변형 옥수수 작물이 제왕 나비로 변할 애벌레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전하다고만 볼 수도 없다. 수퍼푸드라고만 알고 있던 식품들이 천연산인지 변형된 작물인지도 알 수 없다.


GMO는 이제 선진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성 심사를 통과한 식품용 GMO가 2016년 현재 136건에 달하며, 중국은 GM쌀과 사료용 GM옥수수의 안전성 평가를 마쳤고 인도도 GM가지와 GM겨자 등을 개발했다(과학동아 6월호).


따라서 우리의 식탁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은 결국 우리 자신의 몫이 될 것이다. 환경 운동단체들이 주장하는 바를 받아 들여 GMO를 반대하는 것은 생명공학의 기술을 이용하지 않는 어리석은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과학자들을 지나치게 믿어서도 안될 것이다. GMO가 늘어나면서 우리 식탁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늦지 않게 고민하기 바란다.


출처 및 도움자료 : 「과학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