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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매일, 딱딱하고 차가운 호떡만을 기다리는 이유

  찬바람이 매서운 퇴근길. 집으로 가는 길에 호떡 장사를 하는 부부가 있다. 밀가루 반죽을 떼어 잘게
  부순 땅콩이 든 흑설탕을 넣고 동그랗게 말아 넓은 팬에 올려놓고 뒤집으며 납작하게 누르는 아주머
  니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호떡이 어느 정도 쌓이자 잠시 일손을 멈춘다. 오늘따라 손님이 없어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에 근심이 가득하다
.
 

 


초등학교 5학년 겨울. 우리 부모님도 호떡 장사를 했다. 아이들은 많고 생활은 넉넉하지 않아 무슨 일이든 해야 했으나 겨울이라 일거리가 없자 생각한 것이 호떡장사였다. 매일 밤 큰 찜통에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 반죽을 따뜻한 아랫목에 놓고 이불을 덮어두었다.


잠을 자다보면 찜통이 발에 걸리기도 하고 뚜껑이 열리면 일어나 다시 덮어두고 자야했지만 두 분이 애지중지 여기는 것이라 불평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반죽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항상 뚜껑을 열어보았다. 보글보글 죽이 끓듯 한껏 부풀어 오른 반죽.

 

 

나도 모르게 ‘와아~’ 하는 작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부모님은 우리들을 학교 보내고 점심때 쯤 장사를 나섰다. 저녁 늦게까지 장사를 했기 때문에 저녁만 되면 우리는 두 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항상 팔다 남은 호떡을 양철 냄비에 담아오기 때문이었다.

 

 

 


누나가 챙겨준 밥을 먹었지만 배불리 먹을 수도 없었고 다른 간식거리가 없어 9시가 넘으면 항상 속이 출출했다.
그때 부모님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제일 먼저 달려가 양철 냄비를 받아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식어 딱딱해지고 녹은 설탕이 다 흘러나와 납작하게 달라붙었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맛나게 먹었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리가 없던 우리는 더 많이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에 “엄마가 좀 더 남겨오면 좋겠다.” 라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호떡이 든 냄비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만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식들에게 더 먹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하나라도 더 만들어 팔아야하는 안타까움의 표현인 것 같다. 그렇게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부모님은 우리들이 호떡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며 잠깐 몸을 녹인 후 다음날 장사를 준비했다. 불판을 기름으로 닦아내고 반죽 통을 우물가에서 깨끗이 씻고 밀가루 반죽과 흑설탕까지 준비해 놓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은 어딜 가든 먹을 것이 넘쳐나고 간식거리가 풍부하지만 어렵던 그 시절, 늦은 겨울 밤 호떡 냄비를 가운데 놓고 형제들과 빙둘러앉아 먹던 딱딱하고 차가운 호떡은 부모님의 자식사랑이 묻어있는 훌륭한 저녁 간식이었다.

 

 

장주현/ 서울시 광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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