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쓰던 손편지. 예쁜 글씨를 쓰기 위해 몇 번이고 고치고 또다시 썼던 그 감성을 뒤로하고 컴퓨터 키보드, 스마트폰 자판으로 글을 쓰는 것이 더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학교 과제물은 컴퓨터 워드로 작성하고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업무처리 대부분은 컴퓨터로 이루어집니다. 평소 간단한 필기, 메모 외에는 실제로 펜을 잡고 글씨를 쓸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캘리그라피 같이 특별한 손글씨를 쓸 줄 아는 것은 능력과 재능으로 평가되고 취미로 혹은 전문적으로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자격증과 강습 강좌가 많이 생겼습니다. 또한 산돌광수체, 문근영체, 인호진체 등 필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글씨체는 필자의 이름 따서 폰트로 상용화되기도 합니다.


한국뇌파연구소에 따르면 똑같은 내용을 한 번은 스마트폰으로 다른 한 번은 손으로 작성한 후 뇌파실험을 했을 때,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이 타자를 칠 때 보다 두뇌 활성도가 두 배 가까이 크게 증가한다고 합니다. 타자를 칠 때는 수동적으로 글을 적거나 생각을 적어나가는 것과 달리, 손 글씨는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비영리 기구 해비타트는 희망 손글씨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해비타트가 제시한 손글씨를 따라 쓴 다음 SNS에 릴레이를 이어갈 친구 2명을 태그하는 방식으로 1천 개의 손글씨가 모이면 한 가정 1세대의 집 고치기가 진행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나의 손글씨는 SNS를 타고 또 다른 이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고. 이벤트 종료 후에도 끝없는 손글씨 릴레이는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받고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서점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테라피 시리즈 중 라이팅 테라피(writing therapy)도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안티스트레스의 선두로 주목받았던 컬러테라피가 색과 그림으로 이루어졌다면 라이팅 테라피는 단순히 펜과 종이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나 소설, 명언 등을 따라 손으로 직접 쓰면서 그냥 지나쳤던 구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마음으로 읽으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찾아 지친 일상에 매몰된 감성을 치유한다는 것입니다.





손으로 쓴 글씨가 더 감동적인 이유는 그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성을 담은 손글씨는 곧 마음의 글씨 입니다. 미안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하지 못했던 사과,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못다 전한 마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늘 마음으로만 숨죽이며 그대에게 하지 못했던 말. 손으로 쓰는 내마음, 손글씨로 내 마음을 전해보시는건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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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감성이 마른다. 음악을 들어도, 영화를 봐도 뭉클함이 무뎌진다. '감성체감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감성이 둔해지면 감정은 예민해진다. 마음의 윤활유인 감성이 메마르니 '마음의 회전'이 거칠어지는 탓이다. 나이 들수록 화내는 일이 잦아지는 이유다. 물론 일반적인 얘기다. 나이가 먹으면서 오히려 감성이 풍부해지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기억력도 약해진다. 기억이 흐려지면 잔소리(?)가 많아진다. 한 말 또하고, 또 그말을 반복한다.

 

 

 

젊다고 감성이 다 풍부한 건 아니다. 노년보다 감성이 빈약한 청춘도 많다. 사색에 게으르고, 책과 거리를 두고, 편협한 논리에 찌들고, 자연을 멀리하면 감성이 움틀 토양은 그만큼 척박해진다. 그래도 감성이 넘쳐나면 타고난 천성 덕이다. 유전의 축복이다. 더그 라슨은 "결코 눈덩이를 던져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으면 당신은 노화의 손아귀에 꽉 붙잡힌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감성이 척박해지면 20, 30대 청년도 정신적으로는 이미 노인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감성체감의 법칙'이 누구에게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모든 것은 일단 방향을 잡으면 그쪽으로 쏠림현상이 강해진다. 그러니 게으름도, 거짓말도, 미루는 습관도, 남의 약점을 들추는 버릇도, 남의 공을 가로채는 뻔뻔함도 쏠림이 빨라지기 전에 방향을 틀어야 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습(習)의 중요성을 잘 일깨운다. 모든 것에 가속도가 붙으면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바로 뒤집힌다. 말라가는 감성에도 관성은 예외없이 적용된다. 그러니 시들해지는 기미가 보이면 감성에도 빨리 물을 줘야 한다.

 

 

 

'수확체감의 법칙'. 경제공부를 안 한 사람이라도 귀에 익도록 들어본 말이다. 노동이나 자본을 투입하면 처음에는 투입단위당 생산량이 늘어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투입단위당 생산량이 갈수록 적어진다는 이론이다. 감성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수확체감이란 경제용어를 꺼낸 것은 정신영역인 감성도 물질영역인 생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감성도 인생 초반에는 '감성체중'의 원리가 적용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감성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다만 그 '어느 순간'은 삶의 길이만큼이나 시점이 제각각이다. 더그 라슨의 비유대로 어떤 사람은 20대 초반에 이미 눈덩이를 던져보고 싶은 충동이 없어지고, 어느 사람은 80대에도 눈덩이를 던지며 아기처럼 즐거워한다. 거울을 보며 '나는 나이에 비해 젋다'고 되뇌면 나이에 비해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실제로 훨씬 젊게 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에 지나친 자신도 위험하지만 스스로가 '약골'이라고 지나치게 위축되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성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가 들면 감성이 메마른다는 '감성체감의 법칙'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은 중년이나 노년의 지혜가 아니다.

 

 

 

건강은 육체만의 얘기가 아니다. 육체뿐 아니라 마음, 정신, 영혼이 골고루 건강해야 진짜 건강이다. 마음은 삶의 소소한 것들을 보는 시선이다. 이런 잔잔한 시선(마음)이 모아져 정신을 만든다. 정신은 마음의 모둠이다. 영혼은 정신의 모둠이다. 그러니 어떤 이의 영혼이 고결하다 함은 그의 마음이 고결하고 정신이 맑다는 의미다. 순수한 영혼을 마주하면 나의 영혼도 맑아지는 듯 하다. 영혼은 전염병만큼이나 전파력이 강하다. 부러운 마음은 닮고 싶은마음이다.

 

정신의 윤활유인 감성이 말라가는건 삶이 그만큼 건조해진다는 얘기다. 삶이 건조하다 싶으면 '위치'를 바꿔보자. 발의 위치를 바꾸면 만물이 달라보이고, 생각의 위치를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익숙한 주변의 것을 감사의 마음으로 다시 보자. 그럼 남편도 아내도, 자녀도, 친구도, 아파트 옆 가로수도 많은 게 달라보인다. 감성을 깨우는 삶은 주름살을 극복하고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또다른 건강관리법이다.

 

 
글 / 한국경제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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