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멀리서 아는 사람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당신은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그런데 그 사람은 당신의 인사에 당황하면서 멋쩍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묻는다. “죄송한데요, 저희 어디서 만났죠?”

 

 

 

 

얼굴실인증(?)을 겪는 사람들

 

이처럼 자신을 기억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대방 때문에 당황스러움을 느낄 때가 왕왕 있다. 유명배우 브래드 피트도 그런 사람이다. 얼마 전 그는 한 패션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안면실인증(prosopagnosia)을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안면실인증이란 시각 같은 감각 기관이나 지적 능력, 그리고 주의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친숙한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다른 말로 안면인식장애(face blindness)라고도 한다. 인터뷰에서 브래드 피트는 사람들을 만나서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때 ‘우리가 어디서 만났는지 말해달라’고 질문을 하곤 하는데, 상대방들은 이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달리 모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요즘 집에만 있는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배우가 사람들의 얼굴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니 언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국내 연예인들 중에도 안면실인증을 겪는다고 고백한 이들이 있다. 바로 가수 신해철과 호란, 그리고 배우 조미령이다. 이들이 방송에서 안면실인증을 고백한 이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자신도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걱정어린 글들이 쏟아지곤 했다.

 

 

 

너무나 많은 이들을 만나는 우리

 

정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안면실인증을 겪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심스럽다. 진짜 안면실인증과 얼굴에 대한 기억력 부족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에는 얼굴을 알아차리는 독립적인 영역(우뇌 뒤쪽, 측두엽과 후두엽의 중간 부위)이 존재하는데, 이 부분이 사고를 통해 직접 손상이 생길 경우 안면실인증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뇌 손상으로 인해 안면실인증이 생기게 되면 그 누구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다. 심지어 평생을 함께 살았던 가족들의 얼굴까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안면실인증의 특징이다. 그래서 이들은 목소리, 걸음걸이, 옷, 머리 색깔 등 다른 특징으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심한 경우가 아니라 그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정도라면 안면실인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특히 연예인들처럼 많은 사람들을 스쳐가듯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굳이 연예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대인들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은 깊이 있는 관계가 적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모임에 가든지 서로 연락도 하지 않을 명함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지 않는가? 서랍에 수북이 쌓여 있는 명함이 그 증거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얼굴을 잘 기억하는 전략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기가 막히게 사람 얼굴을 기억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몇 년이 흘러도 단번에 기억해 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능력은 자신의 직업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어떻게 해야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할 수 있을까?

 

사실 얼굴인식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인지 능력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지게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생후 3개월만 되어도 사람의 얼굴을 다른 형태(세모와 네모 등)보다 더 선호하는데, 특히 친숙하지 않은 얼굴보다 친숙한 얼굴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갖게 되는 능력이긴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얼굴을 인식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정보처리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우선 전체적인 얼굴의 이미지에 더해서 그 사람의 나이와 성별, 얼굴 표정, 그리고 매력정도(예쁘거나 잘 생긴)도 중요한 정보라고 한다. 보통의 경우는 얼굴을 보면 이 정도의 정보만 추론하긴 하지만, 얼굴을 보다 잘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중요한 정보 한 가지를 추가해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 사람(얼굴)만의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다.

 

혹시 주변에 일란성 쌍둥이가 있는가? 그들을 떠 올려보라.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는 외모가 정말 비슷하다. 더군다나 많은 쌍둥이들은 옷까지 비슷하게 입는 경우가 많아서 헷갈릴 때가 정말 많다. 이 때 주변 사람들은 쌍둥이들의 얼굴을 구분하기 위해 나름의 특징을 찾는다. 예를 들어 코 밑에 점이 있으면 형이고 없으면 동생이라는 식이다. 만약 옷 입는 스타일이 다르다면 이런 것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전 세계의 기억력 대회에서 제시하는 과제 중 하나가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암기하는 것인데, 이 과제에서 좋은 수행을 보이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 역시 얼굴의 특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얼굴을 잘 기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자신과 연관된 누군가와 연합시키는 것이다. 업무차 만났던 A씨가 사촌동생 B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A와 B가 함께 이야기 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좀 엉뚱하긴 하지만 A에게 “혹시 B를 알고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다. 두 사람이 서로를 모른다는 확신이 있더라도 이런 질문을 하면 A에 대한 기억을 B와 더 확실하게 연합시킬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자신과 연관된 것일수록 기억을 잘하는 현상을 자기 참조 효과(self-reference effect)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들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서 꼭 기억해야 할 전략이 있다. 바로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힘쓰는 것이다. 만날 사람들은 많고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한 일상에서 가끔은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얼마나 그의 안부를 알고 있는지 말이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괴로워하기보다는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의 얼굴을 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글 /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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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열린 미래학 워크숍에 참가하느라 최근 한 달 간 호눌룰루에 머물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이 있는 와이키키 지역은 비가 많이 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가 오더라도 금방 그치기 때문에 지역민들은 대개 우산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어느 날 학교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비를 만났다. 곧 그치리라 여기고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그었는데, 왠걸, 이게 폭우로 변해서 꽤 오랜 시간 쏟아져 내렸다. 거센 빗줄기를 피하기 위해 정류장 옆의 편의점에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선 채로 먹으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신문, 잡지 가판대를 둘러보았다.

 

그 때 한 잡지의 표지에서 눈에 띈 게 할리우드 배우 커플인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사진이었다. 관련 기사는 졸리가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피트는 그 과정에서 졸리를 극진히 돌봤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의 제목은 '성인 피트(Saint Pitt)' 였다. 피트의 헌신을 극존칭으로 칭찬하고 있었다. 

 

피트는 오랫동안 연인으로만 지내 온 졸리와 곧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인생에서 ‘폭우’를 만난 졸리의 공식적 남편이 됨으로써 졸리와 자녀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호사가들에 따르면, 졸리는 피트에게 결혼식 때 그의 친구 중 일부는 초대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피트와 절친한 감독 겸 배우 쿠엔틴 타란티노,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등을 하객 명단에 올리지 말라는 것. ‘악동’이라는 별명을 지닌 타란티노 등의 장난으로 식장이 시끄럽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피트는 절친을 부르지 말라는 이야기에 심기가 불편하지만 졸리의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들어주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유방절제술, 졸리의 '용감한 선택'

 

졸리는 지난 5월 14일자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의 어머니는 거의 10년간 암과 싸우다 56세에 돌아가셨다. (MY MOTHER fought cancer for almost a decade and died at 56.)’ 

 

이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졸리의 기고문은 쉽고 분명한 언어로 자신이 왜 유방 절제술을 받는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의 글을 영어 원문으로 읽어보면 졸리가 얼마나 명징한 의식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다. 기고문에 따르면,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이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BRCA1'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BRCA1' 돌연변이 탓에 유방암 발병 가능성은 87%, 난소암 가능성은 50% 수준이었다. 졸리는 이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유방 절제술을 받았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처럼 어머니를 일찍 잃는 슬픔을 주지 않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졸리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은 독일 베를린에서 피트가 출연한 영화 시사회장에서였다. 졸리는 이날 가슴이 파인 흰색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굳이 호사가가 아니더라도 수술을 받았다는 졸리의 가슴 부분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겉으로 보이는 졸리의 가슴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졸리가 이미 기고문에서 자세히 설명한 대로  그녀가 받은 유방절제술은 단순 절제가 아니라 BRCA1 유전자가 발견된 조직을 절제하고 그 부분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덕분에 유방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졸리의 선택이 준 메시지

 

졸리의 이야기가 한국에도 퍼지면서 예방적 유방절제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졸리의 선택에 대해선 용기 있다거나 불가피했다는 쪽이었다. 다만  유전자 돌연변이도 없고 암 발생 위험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졸리처럼 예방을 위해 유방을 절제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즉 ‘졸리의 메시지에 너무 졸릴 필요는 없다’는 것. 그런 지적이 맞지만, 다음과 같은 졸리의 메시지는 기억되어야 한다. 

 

 ‘더 많은 여성들이, 그들이 무엇을 믿고 그들이 어디에 살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좋은 예방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It has got to be a priority to ensure that more women can access gene testing and lifesaving preventive treatment, whatever their means and background, wherever they  live.)'


 국내 의학자들도 유방암 예방 치료를 위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자 변이 여부를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여성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문제는 검사 비용이다. 졸리는 유전자 검사에 3000달러(345만 여원)가 들었다고 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겐 이 돈이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많은 여성들에겐 검사 비용으로 쓰기엔 큰돈임에 틀림없다. 전세계적으로 유방암을 줄이는 운동을 하는 이들은 이 검사 비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졸리의 ‘의학적 선택’을 통해서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 것은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유방암학회에 의하면, 40세 이후의 여성은 1~2년 간격으로 유방을 촬영할 필요가 있다. 35세 이후 여성은 2년 간격으로 의사에 의한 임상 진찰을 받아야 한다. 30세 이후 여성은 매달 유방 자가 검진을 하는 게 좋다. 자가검진법은 유방암학회 홈페이지 등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졸리의 선택이 준 가장 큰 메시지는 인생에서 비를 맞고 있는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이 우산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것. 졸리는 기고문에서 배우자인 피트의 배려가 자신에게 큰 힘이 되었음을 상기하며 이렇게 적었다. 

 

‘그러기에 만약 당신의 아내 혹은 여자친구가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다면, 당신들은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So to anyone who has a wife or girlfriend going through this, know that you are a very important part of transition.)'

 

                                                                                                                                         글 /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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