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굴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1.14 마음의 형상 얼굴빛
  2. 2014.06.30 당신은 어떤 거울인가요?

  

 

 

 

 

 

  

 

 

 

 

 

 

얼마 전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섰다. 도심의 퇴근 시간대가 대부분 그렇듯 서울 삼성프라자 앞 버스 정류장도 만만치 않게 줄이 길다. 길게 늘어선 줄은 갈등의 연결선이다. 이번 버스를 타고 서서라도 먼저 집에 갈까, 아니면 다음 버스로 편하게 앉아서 갈까. 한 번 더 기다리면 확실히 앉아서는 갈까. 퇴근길 피로도라도 높아지면 머릿속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나처럼 한 시간쯤 광역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매일 겪는 ‘판단의 고통’이다. 

 

 

 

그날은 편안함을 택했다. 기다리고 기다린 덕에 긴 줄, 앞에서 두 번째. 경험상 일산행 광역버스 1000번만 오면 앉아가는 건 ‘떼 놓은 당상’. 길어지는 줄을 힐끗 보니 마음도 뿌듯(?)했다. 뒷줄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부러울까…. 순간, 한참 뒷줄에서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당당히(?) 걸어나와 내 옆에 선다. 잠깐 고민하다 얼굴에 억지 미소를 머금고 한마디 살짝 던졌다. 물론 교양 있게 작은 목소리로…. “아주머니 거기는 줄이 아닌데요.”

 

“전 어차피 아저씨 뒤에 탈 거예요.” 나름 품격 있게 사인을 보냈는데 돌아온 신호는 교양이 너무 달렸다. 물러서기가 애매했다. 목소리 톤도 조금 높였다. “아주머니, 이건 제 앞뒤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질서에 관한 거예요.” 아주머니는 지지 않았다. “제가 아저씨 뒤에만 타면 되잖아요. 그런데 왜 그리 말이 많아요?” 내가 아무리 다변이지만…. 머리가 띵했다. 마침 옆줄에 1000번과 노선이 거의 같은 1200번 버스가 왔다. 아줌마는 낚아채듯 새치기로 그 버스에 올라탔다. 분이 덜 풀려서일까. 그 짧은 순간에도 한 발을 버스에 올려놓고 머리를 반쯤 내 쪽으로 돌리며 한마디 뱉었다. “공중질서는 무슨….”

 

 

 

버스 안에서 마음이 무거웠다. 한 시간 내내 음악에 마음을 맡겼다. 무거움의 중력이 절반쯤 덜어졌다. 삶에 음악이 없다면 마음이 얼마나 더 삭막해질까…. 나머지 절반은 집식구와 ‘분노의 수다’로 떨어냈다. 불편함을 안고 자면 어차피 나만 손해 아닌가. 언제나 앞뒤 별로 안 따지고 남편 말에 공감해주는 든든한 지원군도 옆에 있으니…. 그날 밤은 편히 잤다. 누가 뭐래도 평온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은 육체 건강에도, 정신 건강에도 최고의 보약이다. 그것도 공짜 보약이니….       

  

 

버스 안에서 분노를 삭이다 잠깐 스쳐간 순자의 말이다. ≪순자≫ ‘권학편’은 ‘예의 없이 묻는 자에게는 답하지 말고, 퉁명스럽게 답하는 자에게는 질문하지 말고…, 다투려는 기색의 사람과는 더불어 논쟁을 하지 말라’고 적고 있다. 그 아줌마 얼굴은 기억이 뚜렷하진 않다. 하지만 왠지 얼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것 같은 다투려는 기색이 자꾸만 연상된다.

 

 

 

얼굴빛은 삶의 거울이다. 낯빛은 인생의 많은 것을 담는다. 남자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물론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남자만이 아니다. 여자 역시 늘어나는 주름만 안타까워 할 게 아니라 스스로의 낯빛을 살펴야 한다. 다투려는 기색이 역력한지, 오만함이 퍼져 있는 건 아닌지, 비굴함이 배어 있는 건 아닌지, 퉁명스러움이 매달려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의 얼굴빛을 살피는 건 스스로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다.    

 

성형의 시대다. 돈으로 아름다움을 만들고, 돈으로 청춘도 조금은 되돌린다. 그걸 탓할 이유야 없다. 스스로를 멋지게 가꾸는 것은 누가 뭐래도 삶의 지혜다. 하지만 ‘얼굴빛 성형’은 돈이 아닌 마음으로 한다. 세상에 모든 걸 갖춘 사람은 없다. 누구는 지식이 달리고, 누구는 돈이 부족하고, 누구는 명예에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기품 있는 얼굴빛은 삶이 행복하다는 방증이다. 마음이 평온히 다스려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마음이 어떤지 궁금하면 주름 대신 스스로의 얼굴빛부터 살펴야 한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삶은 가끔 되돌아 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현재의 스스로가 잘 보이고, 미래도 더 밝아진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함이다. 과거는 살아 갈 미래의 지혜를 넌즈시 던져준다. 그러니 역사는 현재학이자 미래학이다. 하지만 과거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누구는 과거에 담긴 참 뜻을 읽지만, 누구는 그 의미를 자신의 입맛대로 각색한다. 과거를, 역사를 해석하는 시각이 제각각인 이유다.

 

 

   

나이가 들수록 고집에 힘을 좀 빼야한다. 그게 바로 성숙이다. 고집의 유연화는 비굴함, 연약함이 아니라 배려의 공간을 그만큼 넓히는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고집이 더 단단해지는 사람이 있다. 고집에도 일종의 관성이 생기는 탓이다. 경험이란 것이 때로 아이러니하다. 경험은 세상을 넓혀 주는 망원경이지만 경험에만 매몰되면 오히려 시야가 좁아진다. 경험이란 편린들은 간혹 잘못된 믿음이나 신념을 바윗돌처럼 단단하게 만든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는 때로 스스로를 한정짓는 올가미다. 몇몇 경험으로만 단정짓기에는 세상의 이치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

 

성숙은 일종의 나잇값이다. 나이에 걸맞게 생각하고,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나이에 걸맞다’함은 이기심과 이타심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너무 자기 잇속만 챙기면 육체는 성숙해도 정신은 미숙한 셈이다. 용기와 배려, 관용, 더불음 등은 대표적 ‘성숙지표’다. 과욕은 정신은 물론 육체 건강도 해친다. 어찌 보면 정신의 균형이 바로 건강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가 깃든다는 얘기다. 성선설(性善說)을 주창한 맹자는 모든 사람의 본성은 착하지만 지나친 욕심이 그 본성을 가린다고 했다. 선한 본성의 인간이 사는 세상에 악이 넘치는 이유를 과욕으로 설명한 것이다. 

 

 

 

거울은 형상을 비춘다. 거울을 마주하면 자신의 얼굴이, 스스로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그러니 겉모습이  궁금하면 누구나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며 애를 태운 ‘질투의 여왕’ 거울만이 진실을 말하는 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거울은 진실하다. 그러니 외형에 자신이 없으면 거울 마주하기가 영 불편하다. 우리사회에 성형이 늘어나는 것은 거울 앞에 설 때의 불편함을 덜어보려는 것이다. 

 

거울이란 발명품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 물은 인간의 형상을 비춰주던 ‘자연의 거울’이었다. 인간은 물에 비친 얼굴에서 외형의 더러움을 보고 그 물로 그 더러움을 씻어냈다. 인간에게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깨달음의 근원, 더러움을 씻겨주는 정화수인 셈이다. 그러니 물은 늘 인간 마음을 비유한다. 잔잔한 호수로 마음의 평온을 노래하고, 성난 파도로 격노한 심성을 암시한다. 명경지수(明鏡止水)는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일컫는 상징어다. 물은 고요해야 비춰지는 형상이 비툴리지 않는다. 마음 또한 고요해야 내면이 더 깊게, 더 투명하게 비쳐진다. 그러니 도도히 흐르는 물은 세상사의 많은 이치를 담는다.

 

 

 

물(거울)로 외면을 살핀다면 내면은 무엇에 비쳐볼까.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묵자(墨子)는 ‘물을 거울로 삼지말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라’(不鏡於水 而鏡於人)로 깨우친다. 거울에 비춰보면 얼굴 하나쯤은 보이겠지만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스스로의 길흉화복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세 사람이 걸으면 그 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고 했다. 장점을 배우고, 단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면 모두가 스승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타인이라는 거울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묵자·공자의 말씀이 아니라도 세상엔 사람만한 거울이 없다. 나는 누군가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누군가는 나를 통해 그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사람이라는 거울도 유리라는 거울만큼 거짓이 없다. 호주머니에 숨겨둔 송곳처럼 언젠가 그 모습이 드러난다. 그러니 ‘나’라는 거울이 얼마나 맑고 투명한지 수시로 살펴봐야 한다. 혹여 내가 닮고 싶은 형상이 아닌, 반면교사로 누군가의 삶에 깨달음을 주는 존재라면 그것만큼 슬픈 것도 없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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