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애의 장 썸네일형 리스트형 겨울에 내리는 산성눈, 안 만지는 게 상책 "덜 간 먹물을 개칠해놓은 것 같은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정초의 눈이니 서설(瑞雪)인가?" 박완서의 단편 (1986)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서설은 말 그대로 상서로운 눈을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앞으로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으로 여기며 기쁘게 받아들였다. 오죽하면, '첫눈 세 번 받아먹으면 감기를 앓지 않는다'느니 '첫날밤에 눈이 내리면 평생 금슬이 좋다'등의 속담까지 나왔겠는가. 하지만, 눈에 대한 이런 좋은 감정은 이제 접어두는 게 좋을 듯하다. 내리는 눈(雪)에 눈(視)이 홀려 눈을 맞으며 걷거나 눈 속을 뒹굴다가는 건강을 해칠 수 있어 많이 후회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요즘 눈은 오염되지 않고 깨끗했던 옛날의 눈과는 다르다. 온갖 오염물질을 뒤집어쓰고 있..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