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누이 댁에 가며 이틀동안 제게 휴가를 줄테니, 저 하고싶은 것 마음대로
  하며 이틀을 보내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이게 웬 떡이냐하며 친구랑 영화를 보러갈까, 바람을 쐬러
  갈까 하다가 친정에 혼자 계실 엄마를 뵈러 가기로 했습니다. 냉장고를 뒤져 멸치를 볶고 장조림도
  만들고 몇 가지 마른반찬을 챙겨 친정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막내딸을 보신 우리 엄마, 과연 어떤 표정이실까 생각하니 세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 않았지요. 그러나 친정집은 텅 비었더군요. 친 자매처럼 지내시는 뒷집 할머니 말씀이 시장에 가셨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께서는 돌아오시질 않습니다.

 

돌아오시면 드리려고 압력솥에 밥을 안쳐놓고 돼지고기 넉넉히 넣어 김치찌개도 맛나게 끓여 놓았지요. 집에 들어오시자 마자 화로에 숯불을 담아 읍내서 사온 꽃등심도 구워드릴 요량이었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새 무료함을 때울 겸 청소를 시작했지요. 우선 방 청소를 끝낸 다음 철 수세미에 비눗물을 풀어 켜켜이 앉은 싱크대의 먼지를 닦아내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더군요.

 


그러나 그때까지도 엄마께서는 돌아오시지 않는 것입니다. 대체 뭘 하러 가셨기에 늦도록 오시지 않나, 걱정스런 마음에 막마중을나가려는참, 불이 켜진 걸 보고 깜짝 놀라신 우리 엄마 눈이 동그래져 들어서십니다. 반가운 마음에 철딱서니 없이 와락 안기는데 우리 엄마, 들고 계시던 함지를 슬그머니 한쪽으로 치우시더군요.


 

그걸 놓치지 않고 뭐가 들었나 하여 보니 팔다 남은 나물이 들어 있지 않겠어요?  세상에, 그 시간까지 노인네가 시장에 계셨다는 겁니다. 나물 몇 가지 팔아봤자 얼마나 한다고 청승을 떠는 엄마를 보니 속도 상하고 화도 났습니다. 자식들이 드리는 용돈은 뭐 하시고 남세스럽게 왜 그러시냐고 엄마 가슴에 못 박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막내딸년 핀잔에 속이 상하실 만도 하시련만 엄마는 늙은 몸 그저 놀려 뭐하냐고 하십니다. 힘든 일도 아니고 쉬엄쉬엄 재미삼아 하는 일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요. 그러나 어떤 자식인들 칠십 넘은 노인네가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나물 장사 하시는 걸 그저 보고만 있을까요.


화도 내었다가, 제발 하지 마시라고 애원하는 딸자식은 아랑곳 하지 않고 우리엄마, 고기를 구워 제 접시에 날라 주시느라 여념이 없으십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자식들 먹이느라 언제 입이 호사 한 번 해봤냐고 하시며…. 다른 엄마들은 집에서 편히 쉬는 겨울철에도 엄마는 냉이와 시래기, 칡뿌리나 약초 등 돈이 될만한 것들을 함지박으로 가득 담아 읍내장으로 향하곤 하셨지요.

 

 

그리고 시장이 파한 후에도 차비 몇 푼을 아끼신다고 시오리도 넘는 길을 걸어 돌아오곤 하셨습니다. 그렇게 고생만 하신 엄마가 이제 편히 쉬셨으면 좋겠는데 아직도 시장에 나물을 팔러 다니시니 자식으로서 여간 속상한 게 아닙니다. 그날 밤, 엄마와 굳게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지요. 다시는 읍내로 나물 팔러 다니시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터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탄 버스가 멀어지자마자 당신은 호미를 챙겨 들고 양지쪽으로 냉이를 캐러 가실겁니다. 그리곤 안다니시는 척 시치미를 떼시겠지요. 그게 바로 우리 엄마의 사랑 법입니다. 엄마께서 주신 냉이를 살짝 데쳐서 냉동실에 두고 조금씩 아껴 먹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냉잇국 한 사발에 마음은 고향 봄 언덕에 앉은 듯 따뜻해지고 기운이 펄펄나니 보약이 따로 없습니다.

 

 " 엄마, 오래도록 건강하셔서 자식들 곁에 언제나 봄볕처럼 머물러 주시길 빕니다. 사랑합니다! "


이효민/ 인천시 연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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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마다 남편의 도시락을 싸느라 허덕거리면서 새삼 친정 어머니의 노고가 생각납니다. 단 한 사람
   분의 도시락을 싸면서도 반찬 걱정을 하는 지금의 저와 비교해보면 어머니의 고생은 참으로 컷을 것
   입니다
.

  


전기코드만  꽂아놓으면 밥이 되는 편리함도 없이 무쇠솥에 밥을 해야 했던 그 시절, 우리 잡에는 도시락을 싸가야 하는 자식들이 6명이나 됐습니다. 위로 언니를 위시하여 어린 막내까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골고루 분포된 6남매의 도시락은 어머니께 분명 힘겨운 일이셨습니다.

 


없는 살림이어서 반찬걱정도 많으셨죠. 그렇다보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그럭저럭 반찬을 싸갈 수 있었지만,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김치나 콩나물 무침 등을 가지고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요일과 금요일의 점심시간이 참 싫었습니다. 친구들은 다른 반찬도 잘 해오는데 유독 나만 그런 김치를 싸가게 되는 저희 집 형편도 싫었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속을 뒤집느라 가끔은 도시락을 아예 집에다 두고 등교하기도 하고, 가져갔다가도 그냥 가져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셨습니다.


'배가 고파서 어떡하냐?'


지금 생각해봐도 어머니께서는 제게 단 한번도 야단을 친 적은 없고, 늘 그렇게 배고픈 것만 걱정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트집을 잡곤 했으니 어머니께서는 많이 서운하셨을 것입니다.


그런 저에 비해 남편은 도시락을 늘 비워서 가져옵니다. '맛있었다'는 한 마디도 잊지 않고 해줍니다. 가끔은 '반찬이 부실한데 괜찮을까?' 하면서 싸준 도시락도 고맙게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빈통으로 가져오는 남편이 참으로 고맙고 기분도 좋습니다.


그럴 때면 '나도 그때 어머니께서 싸주셨던 도시락을 맛있게 먹을 걸, 그랬다면 어머니께서도 도시락을 기분좋게 싸셨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후회를 상쇄하려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다를 얘기를 하다보면, 어머니께서 제게 주시는 사랑만 더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덕분에 저는 자식의 일이라면 이해가 우선인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기분좋게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바로 행복을 싸고 있는 셈이죠.

 

박혜균/ 경기도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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