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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남편의 도시락을 쌀 때 떠오르는 나의 반찬 투정

   아침마다 남편의 도시락을 싸느라 허덕거리면서 새삼 친정 어머니의 노고가 생각납니다. 단 한 사람
   분의 도시락을 싸면서도 반찬 걱정을 하는 지금의 저와 비교해보면 어머니의 고생은 참으로 컷을 것
   입니다
.

  


전기코드만  꽂아놓으면 밥이 되는 편리함도 없이 무쇠솥에 밥을 해야 했던 그 시절, 우리 잡에는 도시락을 싸가야 하는 자식들이 6명이나 됐습니다. 위로 언니를 위시하여 어린 막내까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골고루 분포된 6남매의 도시락은 어머니께 분명 힘겨운 일이셨습니다.

 


없는 살림이어서 반찬걱정도 많으셨죠. 그렇다보니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그럭저럭 반찬을 싸갈 수 있었지만,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김치나 콩나물 무침 등을 가지고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요일과 금요일의 점심시간이 참 싫었습니다. 친구들은 다른 반찬도 잘 해오는데 유독 나만 그런 김치를 싸가게 되는 저희 집 형편도 싫었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속을 뒤집느라 가끔은 도시락을 아예 집에다 두고 등교하기도 하고, 가져갔다가도 그냥 가져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셨습니다.


'배가 고파서 어떡하냐?'


지금 생각해봐도 어머니께서는 제게 단 한번도 야단을 친 적은 없고, 늘 그렇게 배고픈 것만 걱정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트집을 잡곤 했으니 어머니께서는 많이 서운하셨을 것입니다.


그런 저에 비해 남편은 도시락을 늘 비워서 가져옵니다. '맛있었다'는 한 마디도 잊지 않고 해줍니다. 가끔은 '반찬이 부실한데 괜찮을까?' 하면서 싸준 도시락도 고맙게 잘 먹었다는 말과 함께 빈통으로 가져오는 남편이 참으로 고맙고 기분도 좋습니다.


그럴 때면 '나도 그때 어머니께서 싸주셨던 도시락을 맛있게 먹을 걸, 그랬다면 어머니께서도 도시락을 기분좋게 싸셨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하지만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후회를 상쇄하려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다를 얘기를 하다보면, 어머니께서 제게 주시는 사랑만 더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덕분에 저는 자식의 일이라면 이해가 우선인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기분좋게 도시락을 싸고 있습니다.


바로 행복을 싸고 있는 셈이죠.

 

박혜균/ 경기도 성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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