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사랑스런 아이가 있습니다. 열 달 동안 저와 탯줄로 연결된 고리를 끊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배꼽 혈관이 두개가 있어야 하는데, 한개 밖에 없다는 것과 고관절이 탈골될 가능
  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대학 병원으로 검사하기 위해서 태어나자마자 아기 혼자서 이송되어 갔습니다. 하루지나 점심때쯤 아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에 이제 엄마라는 호칭이 나에게도 생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그것도 잠시 저에게는 또 다른 고통의 시작, 불행이 시작 되었답니다.


 

출산 후 퇴원하기 위해서 아기를 보러 내려갔더니 몸무게가 어느 정도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아기가 갔었던 큰 대학병원에 날짜를 예약했으니 면담을 하라고 하더군요. 며칠 후 소아과 선생님께서 배꼽 혈관은 아기가 살아가는 데는 큰 문제는 안 될 것 같다는 말씀과 뇌파검사가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미숙아로 때어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정형외과 선생님과도 면담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에 다시 정형외과에 방문을 했더니 ‘떨리는 이 마음!’ 아이가 고관절 탈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조 장치를 착용하게 되었답니다. 보조 장치를 하는 동안에 자세가 꼭 개구리모양으로 거의 24시간을 지내니 아이는 짜증이 많았습니다.


착용한지 3개월이 조금 넘어서 보조 장치를 풀었습니다. 한고비가 끝나고 나니깐 더욱 더 큰 고비가 찾아 왔답니다. 아이가 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재활의학과 선생님과 또 면담을 했습니다. 발달이 느리다고 바로 날짜 잡고서 일주일에 두 번 치료가 시작 되었습니다.

 

또 아이가 귀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이비인후과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해서 이비인후과에서도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보청기 착용을 하고 시간을 두고 관찰을 하시더니 수술을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결정을 못한 상태입니다. 수술을 한다고 해도 희망이 거의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벌서 2년 가까이 검사와 재할치료를 했지만은 나아진 것 별로 없습니다. 아직까지 고개도 못 가누고 있으니. 재활치료를 받을 때 마다 매일매일 아이가 적응을 못 하고서 웁니다. 그럴 때 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아이는 지금 25개월이 조금 넘었습니다. 최근에 아이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는 찾았지만, 원인은 아직도 모릅니다. 대사 쪽으로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들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어디에서 문제가 돼서 그런지는 모른다는 말씀뿐입니다. 타 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서를 써 주었지만 타 병원에서 검사를 해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고 못 찾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시더군요.


거의 희망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태어난 행복조차 누릴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불쌍하고 가엽기만 합니다.
초기에 저는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극복하고 잘 지내고 있답니다. 저에게 또 다른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엄마라고 하는 말을 들어 보는 것이 저에게는 커다란 소원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평범한 일들이 저한테는 커다란 ‘꿈’ 이랍니다.

 

 

황숙영/ 경기도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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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쉬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

"오, 연수구나. 잘 놀았어요? 저녁 먹었어요?"

"안 먹었어요."

"왜 안 먹었어요?"

"안 먹었어요."

 

  밥 먹었느냐고 물으면 언제나 안 먹었다고 한다. 올해 네 살이 된 외손자다.
  서울에 있어 자주 보지 못하고 전화로 만난다. 아직 말이 서툴러 엄마가 옆에서 도와준다.
  말을 배워 새로운 말을 하는 것이 대견하다.


"연수야, 무슨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요?"

잠시 생각하더니 "자동차."

"또 무얼 가지고 놀아요?"

"핸드폰." 그러더니 시무룩해져서 "맞았어요."

"맞았어요? 누구한데?"

"아빠."

"저런!"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메다쳐서 고장이 나 아빠한테 야단맞았다고 제 엄마가 설명해 주었다.



"아빠 핸드폰은 떨어뜨리면 안 돼요. 응? 어디 아파요? 힘이 없네요."

"다쳤어요."

"어디를 다쳤어요?"

"다리"

"저런!"


방에서 뛰어다니다가 발목을 삐었다고 한다.


"연수야, 엄마 말 잘 들으면 다리 빨리 나아요. 할아버지가 연수 빨리 나으라고 장난감 하나 보내주려고 하는데 무얼 보내줄까?"

잠시 망설인다.

"빨간 스포츠카!" (엄마가 '빨간 스포츠카, 빨간 스포츠카' 하고 속삭여 주었을 것이다.)

"뭐라고?"

"빨간 스포츠카"

"아, 빨간 스포츠카. 알았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몇 번 되물어서 알아들은 것이 빨간 스포츠카였다.


'빨간 스포츠카'를 몇 번이나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걸 몹시 가지고 싶은 모양이다. 자동차를 좋아해서 집에 자동차가 많다고 했다.

먼저 번 우리 집에 왔을 때도 자동차를 가지고 앞으로 뒤로 굴리며 잘 놀았다. 다른 것은 싫증을 내는데 자동차는 계속 가지고 놀았다.


"연수야, 할아버지가 빨간 스포츠카를 사서 보내줄게. 기다려."

"예" 씩씩하게 대답한다.

"그럼 잘 놀아."

"안녕, 할아버지 안녕."

제 엄마가 인사를 시키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그래, 연수도 안녕."


엄마에게 병원에 갈 때 조심하라고 이르고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손자와 이야기하면 손자가 겪는 세상을 알 수 있다. 아기가 자라는 모습, 아기가 무엇을 바라는지 무엇이 힘 드는지 대강 알 수 있다.

이제 새상을 배워가는 아이에게는 한마디 말도 새로운 물건도 모두 소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라며 내일은 빨간색 스포츠카를 사러 가게로 가야겠다. 전에 사 둔 하모니카와 망원경, 그리고 내가 만든 만화경도 함께 보내야겠다. 손자의 환한 함박웃음이 보고 싶다.

 

유영춘 / 강원도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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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애의 알림장을 확인하고 있는데 녀석이 문득

           "엄마,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 엄마는 할머니 돼?" 하고 물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에서 무언가 확 끓어 오르며 얼굴에서는 열이 나고 가슴에는 묵직한 쇳덩이 하나가 얹힌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오래전에 이런 질문을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던 것에 대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음..." 하고 뭐라 말을 할까, 망설이는 사이 저는 녀석의 눈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눈물을 슬쩍슬쩍 닦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콧물을 삼키는 녀석을 보니 갑자기 저도 눈물이 나는 겁니다.

"그러니까… 네가 고등학생이 됨녀 10년 후니까 엄마도 10살 더 나이를 먹는 거니까.." 하며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데
녀석이 먼저 "그럼 엄마가 할머니 돼서 죽어? 나는 엄마 죽는 것 싫어!" 하며 기어코 울고 맙니다.

녀석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던 겁니다.

엄마가 늙어서 죽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정말 목이 메더군요.


"아니야, 엄마는 할머니 안돼. 더 있어야 할머니가 되는 거야. 네가 어른이 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엄마한테 할머니 하고 불러야 할머니가 돼. 그리고 너희가 있는데 엄마가 어떻게 죽니? 너희가 다 커서 결혼하고 애 낳는 것을 다 봐야지." 하고 간신히 변명 아닌 변명거리를 마련해 답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좀 더 일찍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더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초등학생인 큰 애와 이제 32개월 된 작은 애를 두고 있으니 먼 미래를 생각하니 녀석의 걱정이 현실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좀 슬퍼지더군요.

'그래, 너희가 있는데 엄마가 어떻게 할머니가 되니? 엄마는 좀 더 젊게 오래오래 너희와 함께 할거야. 아주 건강하게 열심히 살 거야." 하고 스스로 다짐하며 아직도 눈물을 흠치며 할머니 되는 것 싫다고 하는 녀석을 꼭 껴안아 주었습니다.

아직 어리기만 한 녀석이 내 품에 안겨 조금은 감동하고, 조금은 슬픔으로 분위기를 잡고 있는데,

 "엄마가 죽으면 난 어떡해? 나는 아직 돈도 못 버는데.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엄마,
  할머니 돼서 죽으면 안돼." 하는 녀석.


으흐흐 흐흐! 분위기가 좀 탁해지긴 했지만 녀석의 말대로 건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지금 당장 국민체조 부터 열심히 하렵니다.

 

박연옥 / 서울 영등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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