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자식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백발의 할머니가 됐다. 분만 칠해도 꽃처럼 곱던 얼굴은 어디가고, 거울에는 주름으로 가득한 낯선 노인네가 있다. 자식들의 성장과 남편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할머니는 외로워진다. 자녀들은 제 짝을 찾아 떠나버렸고, 평생 함께하리라 여겼던 배우자도 세상을 먼저 떠났다. 결국 남아 있는 것은 기억과 주름, 외로움과 불안 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상황별로 알아보자.

 

 

며느리와 사위 눈치 얹혀사는 부담감

 

지금 한국의 할머니들은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인생을 사셨다. 농경 사회에서 태어나 산업화 사회의 역군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셨고, 이제 정보화 사회에서 노년을 맞이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농사꾼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님을 도와 동생들을 키우면서 농사일을 도왔다. 나이가 들어 도시로 이사를 와서 공장을 다니는 남편과 결혼해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가사와 육아에 전념했다. 자식들을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맹모(孟母)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 결과 자식들은 남들 부러워할 만한 IT 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며느리도, 딸도 모두 회사에 다니느라 노후를 즐길 틈도 없이 친손자와 외손자를 돌보기 위해 자식 집에 얹혀살고 있다. 아니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돈만 쓰면서 놀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럴 때면 가끔 예전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나이가 들어도 몸의 기력만 있으면 텃밭에서 채소라도 키울 수 있었는데, 도시에서 노인들은 할 일이 없다. 그저 손주들 돌봐주는 대가로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것 외에는 말이다. 예전에는 나이든 부모를 모시는 것이 자녀의 당연한 도리였는데, 이제는 나이든 노인이 자식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어쩌랴? 누구를 원망할 수도, 탓할 수도 없다. 이제는 며느리와 사위 눈치를 보면서 얹혀산다는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떨쳐내고 서로가 편하게 지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이 있거나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때 눈치를 보게 된다. 상대가 말하지 않는 것 까지 빨리 파악해서 그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눈치다. 또 눈치란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쌍방이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와 장모만 며느리와 사위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와 사위 역시 시어머니와 장모님의 눈치를 보고 있을 수 있다.

 

가장 좋다면 모두가 함께 둘러 앉아 속 시원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서로에게 섭섭한 것이 있다면 말해보자. 자식들은 집안일이나 아이들 양육 등 어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있더라도, 때로는 기대만큼 도와주시지 않아서 섭섭할 수 있다. 파출부라면 업체에 전화를 걸어서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 있지만, 부모이기에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물론 어머니의 입장도 있다. 무릎이 너무 아픈데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자식들 부담 줄까봐 말은 못하니 나름대로 자신의 몸을 챙긴다고 어쩔 수 없이 자식들의 부탁을 거절했을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갈등 가운데 상당 부분은 서로에 대한 정보부족이나 오해 때문에 생긴다. 이럴 경우 속 시원하게 털어놓기만 해도 좋다. 이야기를 한다고 어머니의 무릎이 낫는 것도 아니고, 무릎 치료를 위해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소통의 부족으로 생겨나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없앨 수 있다. 만약 둘러 앉아 직접 마음을 터놓을 수 없다면 아들이나 딸이 중재를 잘 해야 한다. 양쪽의 입장을 서로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배우자와의 사별, 홀로 남은 외로움

 

한 평생을 함께 했던 배우자와의 사별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충격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그 마음을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뉴스를 보면 종종 배우자와의 사별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치매를 비롯해 여러 노인성 질병으로 고통 받는 배우자의 수발을 들다가 함께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혹자는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우자와의 관계와 좋지 않고 평생을 원수처럼 살면서 ‘저 사람만 없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도 막상 배우자와의 사별을 경험하면 마음이 달라진다고 한다. 더 잘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말이다. 정에는 고운정 뿐 아니라 미운정도 있으니 맞는 말이지 싶다.

 

사람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절대 다수가 명예나 건강, 돈보다도 사랑과 친밀함, 소속감을 꼽는다. 함께 있을 때의 행복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선택이 아니다. 물이나 공기처럼 필수다. 물과 공기는 있으면 행복하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 아니다. 없으면 죽음이다. 외로움도 그렇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고혈압이나 운동 부족, 비만이나 흡연에 버금갈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 뿐만 아니라 우울이나 불안 등을 초래해 정신장애에 취약하게 만들며, 더 나아가 사고 능력까지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가장 크게 해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배우자와의 사별을 경험하고 홀로 남은 외로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혼자서 그 고통을 이겨내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어떤 이들은 떠난 사람이 좋은 곳으로 못 갈까봐 혼자서 그 슬픔을 삭인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애도방식이다.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애도기간을 거친 후에는 친구나 친인척들을 만나는 등 새로운 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을 떠났는데, 나는 여기에 남아서 이렇게 좋은 음식 먹으니 죄책감이 든다며 자신을 괴롭히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떠난 사람을 위해서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 동안 아주 제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즐거우면서도 부담스러운 손자 손녀 양육에서 오는 고달픔

 

대한민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베이비붐이 일어나면서 온갖 사회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대대적으로 ‘찾아가는 불임시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부터 시작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우리나라 인구 핵 폭발’, ‘둘도 많다’까지 다양한 구호와 선전문구가 있었다. 지금은 다자녀 가구에게 혜택을 주지만, 당시에는 달랐다. 한 자녀 가구에게는 혜택을 주고, 다자녀 가구에게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었다.

 

불과 20년 만에 대한민국은 초저출산국으로 바뀌었다. 국가에서는 ‘세 자녀 기쁨 세배’라는 구호를 비롯해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젊은 부부는 자녀 낳기를 꺼린다. 왜일까?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사실 이에 못지않게 양육 자체가 너무나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함께 놀아주며 행동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처럼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 하는 육아를 할머니들이 담당하는 일은 당연히 고달프고 괴로운 일이다. 물론 손자와 손녀의 재롱을 보는 일은 행복하다. 하루하루 다르게 쑥쑥 커가는 모습만 봐도 좋다. 예전 젊은 시절에는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자식 예쁜 줄 모르고 키웠다면, 이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뻐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떼쓰는 아이를 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안아 달라 업어 달라 떼쓰고, 밥이나 반찬 때문에 투정을 부릴 때는 정말 난감하다. 예전 자식 키울 때에는 소리라도 빽 지르거나 회초리로 때려가면서 무섭게 했지만, 할머니들은 차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다보니 몸은 녹초가 된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할머니를 엄마나 아빠보다 더 좋아하지만, 정작 애들 엄마나 아빠는 이런 할머니를 못 마땅하게 여긴다. 사탕이나 초콜릿은 물론 액상 과당이 들어간 음료도, MSG 첨가된 음식을 왜 먹이셨냐고 따지기도 하고, 핸드폰이나 TV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한다. 애들은 앞에서 조르고, 자식들은 뒤에서 압박하니 어찌 고달프지 않겠는가!

 

이런 고달픔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서 결국 애들도 좋고, 애들 엄마 아빠도 좋으려면 모두가 함께 앉아서 정확하게 규칙을 정해야 한다. 사탕이나 초콜릿, 과자를 언제 먹을 수 있는지, 핸드폰이나 TV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등 손자 손녀 양육에 필요한 규칙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종에서 적어보자. 규칙이 명확하면 할머니도 중간에서 난처하지 않을 수 있다. 손자 손녀가 졸라도, 애들 엄마 아빠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핑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녁 늦게 들어온 자식들에게 타박이 아니라 감사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결국에는 아이들에게 좋을 것이 분명하다. 일거다득 아닌가.

 

 

언젠가 찾아올 질병, 죽음에 대한 불안함(얼마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웰다잉')

 

많은 사람들은 늙어간다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혐오한다. 아니 증오한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어 한다. 늙어간다는 것은 결국 병에 걸려서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노년기의 특징을 4D라고 한다. 의존(dependency), 질병(disease), 무능력(disability), 우울(depression)의 약자다. 이렇게만 보면 늙어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하게 보인다. 오죽하면 최고의 권력자였던 진시황제가 가장 원했던 것이 불로초였겠는가? 최고의 권력자였던 진시황제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고, 노화와 질병, 죽음 피할 수는 없었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범인이랴.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노화에도 부정적 측면뿐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긍정적 측면이란 주로 마음과 정신에 초점을 맞추어볼 수 있다. 제 아무리 돈이 많고, 힘이 센 사람도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 앞에서는 이겨낼 수 없다 하지 않는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노화가 괴로울 수도 있고, 성공적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심리학자들은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를 말한다. 성공적 노화를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물학적, 사회적, 인지적 기능의 상실이나 쇠퇴가 발생하는 노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첫째, 쇠퇴하는 기능보다는 아직 쓸 만한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계속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리 힘은 약해지지만 팔 힘이 아직 괜찮은 편이라면, 다리보다는 팔에 집중을 하자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보다는 없어진 것에 더욱 신경을 쓴다. 이렇게 남아 있는 것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것마저도 없어질 수 있다. 따라서 팔의 힘이 괜찮다면 일상에서 다리보다는 팔과 손을 더 많이 활용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둘째, 쇠퇴하는 기능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다리 힘이 약해진다면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지팡이를 짚는다든지 전동 휠체어를 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 문화는 예로부터 노인을 존경해 왔다. 노인은 단지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지혜롭게 하며,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도록 준비한다면 성공적 노화를 맞이할 수 있다. 흘러가는 세월을 한탄하기보다는 자녀들과 후대를 위해, 이 세상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떨쳐내고 보다 사실적으로 죽음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잘 죽는 것(웰다잉)에 대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하는 곳이 많으니, 이런 곳에 참여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굳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원치 않는다면, 정말 마음을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죽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다.

 

글 / 강현식 심리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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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시대’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만 450만 명이다. 대한민국 4가구 중 1가구는 혼자산다는 뜻이다. 아빠, 엄마, 아들, 딸이 오손도손 살아가던 ‘4인 가족 모델’은 갈수록 구식으로 밀려난다.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던 풍경은 말그대로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기러기 아빠, 이혼, 홀로된 노년, 수명 연장 등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고 이를 보는 시선 역시 제각각이다. 누구는 ‘가족의 진화’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외로워지는 시대’의 반영이라고 씁쓸해 한다. 가족의 진화이든, 외로워지는 시대의 반영이든 급증하는 1인 가구는 주변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좀 더 따스해져야 함을 함의한다.       

 

 

 

4가구중 1가구는 '나홀로'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한국사회 동향 2012’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의 23.9%로, 4인 가구(22.5%)를 앞질렀다.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 9%에서 2000년 15.5%,  2010년 23.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20년간 1인 가구 비중은 2배 이상 급증하며 베이비붐 이후 가족구성에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2012년 말 기준으로는 1인 가구 비율이 25.2%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아빠, 엄마, 아들, 딸이라는 전형적인 4인 가족의 틀은 빠르게 깨지고 있다. 1990년 29.5%에서 2000년 31.1%로까지 높아진 4인 가구 비율은 가파르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계청은 2035년에는 4인 가족 비중이 9.8%로, 1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자녀의 유학으로 홀로 남겨진 ‘기러기 아빠’, 고향을 떠나 자취하는 대학생, 결혼을 미루고 부모님을 떠나 독립해 사는 30~40대, 이혼으로 혼자 된 중년, 덩그러니 홀로 된 노년…. 혼자 사는 집이 늘어나는 요인은 다양하다. 1인 가구의 급증은 핵가족이 더 분열되는 현상이고, 장수시대가 낳은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이다. 염유식 교수(연세대 사회학과)의 말처럼 “1인 가구는 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상관없이 뚜벅뚜벅 다가오는 우리사회의 ‘확정된 미래’다.

 

 

 

선택의 자유 vs 불가피한 고립

 

1인 가구의 급증은 기본적으로 핵가족이 한 단계 더 ‘핵분열’을 하고 있는 결과다. 독립하고 싶은 ‘자유의 의지’가 그 어느 시대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자식은 부모로부터 독립을 원하고, 부모 역시 자식에게서 ‘홀로서기’를 선택한다. 가족 구성원 자체가 적어지니 1인 가구가 늘어날 소지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늦어지는 결혼적령기, 늘어나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증가하는 황혼이혼도 ‘나홀로 가구’를 양산하는 사회적 변화상이다. 급증하는 ‘홀몸 노인’은 특히 장수시대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다.  1인 가구가 된 이유는 미혼(44.5%), 사별(29.2%), 이혼(13.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시대도 활짝 열리고 있다. 1인 가구가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식품, 주택, 소형 가전 등의 관련 산업이 이들을 겨냥한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솔로 이코노미의 급성장은 실제 수치로 입증된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레토르트·냉동식품 등 즉석요리식품 생산은 최근 3년간 2배나 급증했다. 올해 편의점 판매에서도 밑반찬 삼각김밥 도시락 등 간편식 매출이 크게 늘었다. 홈쇼핑도 1인 가구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들로 독신자들의 소비심리를 부추긴다. 일본 캐나다 유럽 등에선 이미 일반화된 주거 유형인 ‘셰어하우스’(share house)도 확산되는 추세다. 셰어하우스는 한지붕 아래에서 방이나 욕실 등 개인공간은 따로 쓰면서 거실이나 주방을 같이 씀으로써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거주 형태다. 싱글들로선 주거비를 줄이고 외로움도 달래니 ‘일석이조’다.

 

 

 

더 절실해진 '더불어 사는 지혜'

 

1인 가구가 가족의 표준은 분명 아니지만 염 교수의 표현처럼 ‘뚜벅뚜벅 다가오는 확정된 미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년 후에는 3가구 중 1가구가 혼자 산다는 분석도 나왔다. 홀로사는 시대엔 그림자도 짙다. 독신이 이따끔 TV에서 그려내는 낭만만은 아니다. 생계, 질병, 외로움은 1인 가구에 따라다니는 어두운 수식어들이다. 얼마전 늦가을의 쌀쌀한 날씨에 ‘4년간 가족을 못봐 몸건강, 정신건강’을 모두 잃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기러기 아빠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홀로 남은 자의 아픔을 보여주는 이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공자가 강조한 인(仁)을 풀어보면 두사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사람과의 올바른 관계가 곧 어짊이라는 뜻이다. 결국 인은 이웃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다. ‘1인 가구로의 진화’를 막을순 없다해도 더불어사는 지혜를 터득해야 덜 고독한 1인 가구 시대가 열린다. 경제대국이라는 슬로건이 아무리 나부껴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빠지면 부자들이 사는 소인배의 나라일 뿐이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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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20년에는 우울증이 전세계 질환 중 사회 경제적 부담이 두 번째로 큰 질병이 될 것 으로 전망 


  하고 있다.   ‘고3병’,  ‘IMF 증후군’,  ‘빈 둥지 증후군’,  ‘산후 우울증’,  ‘주부 우울증’  등의 여러 가지 얼굴로 우
리를 위협하는


  우울증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기분이 우울할 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점점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분 좋은 감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매일 스스로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 하는 것이 좋다.

대단히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래도 어떤 일을 했을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지를
기억해 하루에 한
가지씩이라도 꼭 실천하자.

 

 

  1. 매일 10분 이상 햇볕을 쬔다.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세로토닌’은 신기하게도 햇볕을 받아야 분비가 잘 된다. 

 이쯤 되면 왜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한 생활수칙 1호가 ‘햇볕 쬐기’ 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분이 울적해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싫겠지만 억지로라도 하루에 최소 10분 이상은 햇볕을 쬐도록 하자.  밝고 따뜻한 햇볕이 우울한 기분으로 춥고 고독해진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줄 것이다.

 

 

  2. 하루 한가지씩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한다.

 

행복은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행복한 일이 생겨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분도 그렇다.  기분이 우울할 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점점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분 좋은 감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매일 스스로 기분 좋은 일을 만들어 하는 것이 좋다.

 

대단히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래도 어떤 일을 했을 때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지를 기억해 하루에 한가지씩이라도 꼭 실천하자.  예를 들어 동네 한 바퀴 산책 하기, 따뜻한 물에 목욕하기, 마음 맞는 친한 사람들과 수다 떨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3. 담배를 끊는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화가 날 때 담배를 피우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감정이 누그러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인체에 해롭기로 소문난 담배의 니코틴 성분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담배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 코르호넨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인‘심리의학’에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약 2배나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4. 우울증을 이기기 위한 식사를 하자

 

우울증이 생기기 시작할 때면 식욕이 떨어져 밥을 잘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식욕이 증가해 무절제하게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둘 다 우울증을 더욱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내키지 않더라도 식사를 거르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 음식은 가능한 한 섭취하지 않는다

당분이 신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당분이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기는 하지만 그때뿐이고, 1~2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피곤함과 우울함이 증가하므로 가능한 한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육류는 멀리하고 생선을 가까이한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등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우울증을 촉진시키므로 가능하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오메가 3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는 생선을 자주 섭취하면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을 충분히 마신다 물은 인체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진대사를 도와준다. 신진대사가 활발하면 그만큼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시도록 한다.

 

비타민제를 복용한다 핀란드 의학 연구진은 우울증에 걸린 환자들이 비타민 B12가 부족하고, 이를 보충해주었을 때 우울증상이 많이 좋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B12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대합, 가다랑어, 굴, 돼지간, 소간 등이다. 음식을 먹어 필요한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음식만으로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양을 충당하기가 조금 어렵다. 따라서 비타민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도 추천 할 만하다.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 않는다 카페인 성분은 뇌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한다. 아데노신은 신경세포간의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데,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해 신경세포를 더욱 흥분시킨다. 하지만 카페인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5.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

 

운동을 하면 몸은 좀 피곤해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땀이 흠뻑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더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이는 운동으로 체온이 올라가면 뇌간의 온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신체의 이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뇌 내의 β-endorphin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심리적으로도 평소 스트레스 받으며 집착하고 있는 생각이 운동을 통해 분산되어 우울증상이 호전되고, 운동 시간 동안 운동기술을 습득하며, 자신감도 향상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5. 규칙적인 운동을 하자

 

흔히 얕고 빠른 호흡을 ‘흉식 호흡’, 깊고 고른 호흡을 ‘복식 호흡’ 이라 부르는데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는 호흡은 복식 호흡이다.

 

우리 몸에는 자율신경계라는 것이 있다.

자율신경계는 대뇌의 지배를 받지 않으며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작용하는 신경을 말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는 일이 반대이다.  이 두 신경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상태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교감신경은 심장박동을 촉진하고, 호흡을 빠르게 하며,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몸과 마음이 긴장될 수밖에 없다. 긴장을 완화시키려면 교감신경과 반대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복식호흡을 하면 바로 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7. 숲과 대화하며 우울한 마음 치유하기

 

숲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특히 복잡한 마음을 달래주고, 스트레스를 없애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는 데 좋다.

실제로 숲 속을 거닐거나 주변 경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증가한다.

 

 

 의학의 발달로 우울증이 단지 마음의 병 또는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어느 한두 가지로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신경생화학적인 요인, 성격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한 생활 습관의 교정은 우울증 예방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다음 문항에 ‘요즘 며칠 사이 이런 경험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를 빈도에 따라 적절한 숫자에 표 하십시오
(0:전혀 그렇지 않다 1:가끔 그렇다. 2:자주 그렇다 3:항상 그렇다)

    ① 나는 슬프고 기분이 울적하다...  [ 0, 1, 2, 3 ]     ② 나의 외모는 추하다고 생각한다.....................  [ 0, 1, 2, 3 ] 
    ③ 나는 실패자라고 생각된다.......  [ 0, 1, 2, 3 ]     ④ 나는 매사에 나 자신을 비판하고 자책한다....... [ 0, 1, 2, 3 ] 
    ⑤ 성(sex)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 0, 1, 2, 3 ]     ⑥ 나의 앞날엔 희망이 없다고 느껴진다............... [ 0, 1, 2, 3 ] 
    ⑦ 건강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 0, 1, 2, 3 ]      어떤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기가 어렵다.......... [ 0, 1, 2, 3 ] 
    ⑨ 나는 쉽게 짜증이 난다.............. [ 0, 1, 2, 3 ]     ⑩ 진로, 취미, 가족, 친구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 0, 1, 2, 3 ]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열등하고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 0, 1, 2, 3 ] 
    ⑫ 어떤 일에 나 자신을 억지로 내몰지 않으면 일하기가 힘들다........................................................... [ 0, 1, 2, 3 ] 
    ⑬ 인생은 살 가치가 없으며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 0, 1, 2, 3 ] 
    ⑭ 불면으로 고생하며 잠을 개운하게 자지 못한다. 또는, 지나치게 피곤하여 너무 많이 잔다...................[ 0, 1, 2, 3 ] 

    ⑮ 식욕이 없다. 또는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  [ 0, 1, 2, 3 ] 

 

 채점 및 해석

  0~10점 현재 우울하지 않은 상태이다.

 11~20점 정상적이지만 가벼운 우울 상태이다. 자신의 기분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21~30점 무시하기 힘든 우울 상태이다. 우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상태가 2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31~45점  심한 우울 상태이다.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글 / 우종민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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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휴대전화의 번호 목록에서 배우 차인표 씨 이름을 볼 때마다 슬몃 웃음이 난다. 아나운서 차인태 씨 바로 밑에 있기 때문이다.   차인표 씨가 배우로 데뷔해서 아직 이름이 크게 나기 전에 중장년의 시청자들은 그의 이름을 차인태로 착각해서 부르곤 했다.  ‘장학퀴즈’로 명성을 날리던 아나운서의 이름이 입에 익숙했던 탓이다.

 

 

  차인표 씨 이름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 또 다른 이유는 왠지 그가 친겹게 느껴져서다.

 

  그와 사적으로 교우할 기회가 없었고 오로지 기자와 배우로서 공적인 일로만 대화를 나눠왔는데도 그렇다.  이는 그가 세상과 이웃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어서일 것이다.


 지난 설에 “연휴를 어떻게 지내느냐”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답장이 왔다.(공적으로 받은 문자 메시지 답이므로 ‘건강천사’ 식구들에게 공개를 한다. 읽으면 건강에 좋은 내용이므로.^^)


 “관심 가져 주어 감사합니다. 연휴엔 어머니 모시고 가족들과 일박이일 곤지암으로 여행갈 예정입니다.

여행지에서 떡국을 온 가족이 만들어 먹으려고요. 연휴 중에 함께 봉사하는 컴패션밴드 중 떡국 못 먹은 젊은 멤버들을 초청해서 떡국 파티도 계획하고 있어요. 풍성한 설 되세요.


문자를 길게 쓴 정성도 그렇거니와 거기에 담긴 내용도 훈훈한 느낌을 준다. 이 답을 받은 후 마치 그 ‘젊은 멤버들’과 함께 떡국 파티에 참여한 듯한 기분을 지닐 수 있었다.

 

차인표 씨가 최근에 소설책 ‘오늘 예보’를 출간했다. 2009년에도 첫 장편소설 ‘잘가요언덕’을 펴낸 바 있다.
두 번째 장편 소설을 쓴 작가인데도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미덥지가 않았다.

출판사의 보도 자료를 통해 ‘힘들게 사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차 씨의 휴머니즘이 글쓰기에도 반영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소설 문학으로서의 어떤 재미와 감동을 갖추고 있으리라고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평소 친절하게 대해 준 차 씨에 대한 예의로 작품을 읽어나가다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건 예사 솜씨가 아니잖아. 무거운 주제를 경쾌한 어법으로 다루는 필력이 여느 작가 못지않았다.

 세상의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며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한 ‘진짜 문학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선 세 남자의 이야기다.

 152센티미터의 작은 키로 ‘쫌만 더’라는 별명을 내세워 웨이터 생활로 제법 돈을 모아 사업을 시작하지만 거듭되는 실패로 노숙자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나고단.

 주식 투자에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아들과 함께 고시원 생활을 하며 드라마의 보조 출연 일을 하게 된 이보출.

 폭력 조직에서 발을 빼며 가까스로 마련한 사업 밑천을 고향 후배의 꼬임에 빠져 날려 버리고, 늦둥이 딸이 희귀병에 걸리는 바람에 삶의 의욕을 잃고 허둥대는 박대수.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 ‘펄프 픽션’에서처럼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식이다.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 막 달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소설 곳곳에서 주인공들의 능청스런 사설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잘 살아 보려고 해도 자꾸 인생의 허방에 빠지는 상황으로 인해 눈물이 솟구치게 만든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억울한 심정에 사로잡혀 있다.

세상을 한 번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빈털터리가 돼 노숙자가 되고, 신용 불량자로 전락한 탓이다. 


 “부끄러움은 이미 배고픔이 먹어버렸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배고픔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있다. 억울함이다. 무엇이 억울하냐고? 자신이 여기에 앉아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동급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죽도록 억울한 것이다. 여기 앉아 있는 우리는 이름은 다 다르지만, 모두 싸잡아서 세 글자로 불리운다. 노숙자.”(21쪽)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억울함은, 세상천지에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적막강산의 외로움과 동의어다. 죽을 것 같은 외로움은 세상에 대한 부질없는 오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세상살이를 끝내겠다고 마음먹은 나고단이 한강에서 투신하려고 옷을 벗는데, 때마침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던 제작진이 카메라 앵글에 걸린다며 빨리 비키라고 성화다. 나고단은 비키지 못하겠다고 버틴다.


 “오밤중에 사람이 한강 둔치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옷을 벗고 있으면 대충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만큼 배운 인간들이,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앵글에 걸리니까 비키라니, 절대 못 비킨다.”(79쪽)
 
 억울하고 외로워서 세상을 등지려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증세가 우울증이다. 근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놀라게 한 연예인, 방송인들의 대부분이 우울증을 겪었다. 그것은 굳이 경찰의 사인 발표가 아니더라도 상식선에서 알 수 있는 일이다.  

 

 배우 박진희 씨가 지난 2009년에 석사 논문(‘연기자의 스트레스와 우울 및 자살생각에 관한 연구’,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전공)을 위해 206명의 연기자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40%가 우울증으로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연기자들의 우울증은 톱스타로 꼭 성공을 하고 그것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근년에는 자신의 실체와는 다른 루머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겪는 일도 늘어났다.

연기자들의 그것보다 강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성공에 대한 강박과 타인의 시선에 의한 우울증을 많이 겪고 있다. 차인표 씨 소설에서처럼 열심히 살아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밑바닥 인생에 처한 사람들은 억울함 때문에 우울증을 겪는다.

 

우울증은 환자로 하여금 세상을 버리겠다는 극단적인 결심까지 하게 만든다는 데 그 심각성이 더하다.

조사 기관마다 통계가 다르긴 하지만, 우울증 환자의 3분 2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가 실제로 시행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시사회를 가진 미국 영화 ‘비버’의 주인공 윌터(멜 깁슨)도 우울증 탓에 만취해 발코니에서 투신을 시도한다. 윌터는 자살하려는 순간에 손인형인 비버가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목숨을 구한다. 장난감 제조회사의 회장인 윌터는 이후에 오로지 비버와만 대화를 하고, 비버를 통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이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고 손인형과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얼마나 눈물 나게 외로운 광경인가.

 

할리우드의 명배우이자 감독인 조디 포스터가 연출을 한 이 영화는 경쟁지상주의가 만연한 미국 사회의 그늘을 우울증을 통해 보여준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그늘을 꽤 많이 갖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거기에 있는 듯해서 마음이 서늘해진다.
 
 흔하게 알고 있는 우울증을 굳이 정의하자면, 삶의 의욕 저하와 우울감이 인지 및 정신, 신체 장애를 일으켜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증세를 말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뇌 안의 물질이 변화를 일으키는 생화화적 요인, 가족력에서 비롯된 유전적 요인, 혼자서 대처하기 어려운 환경적 요인 등이 꼽힌다. 


여느 질환이나 그렇지만 우울증도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우울제 개발이 크게 진전됐기 때문에 약물 치료 효과가 과거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약물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의사의 권고대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증세를 악화시킨다.

 

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혹한 주문일 수도 있겠으나 병을 극복하겠다는 스스로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수 출신으로 연기자로 변신한 한 여배우가 우울증을 운동으로 극복한 사례는 시사적이다. 

 

"우울하니까 먹게 되고 살이 찌니까 더 우울해졌어요. 체형 자체가 너무 망가져서 연기자로서 관리 안 된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독하게 친구들도 안 만나고 하루에 2시간씩 꾸준히 운동했어요.  식이요법도 한 달간 병행하고요. 운동을 하니까 스트레스도 안 받고 긍정의 에너지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는 정리가 많이 되기도 했죠."

차인표 씨 소설의 보조출연자 이보출은 매사에 감사하는 것으로 우울증의 그늘로부터 자신을 구해내고, 빚쟁이에게 쫒기는 극한의 삶을 견딘다.

 

 “나는 요즘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감사하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용인 민속촌 주차장의 공중화장실 변기에 앉았을 때, 비록 차디찬 변기였지만 그것이 수세식이라는 것에, 그리고 변기 옆 휴지 보관대에 아주 소량이지만 휴지가 달려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다. 지난주, 황무지에서 촬영할 때는 화장실이 없어서 참아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119~120쪽)
 
 범사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절제 있는 섭생을 하며 적절한 운동으로 자신을 가꾼다면 우울증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병이 너무 깊어진 탓이다.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하고 불면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역으로 그것들이 우울증을 깊게 하는 악순환이 되면 세상을 버리겠다는 충동에 휩싸일 수 있다. 
 

차인표 씨는 그런 악순환의 가운데에 외로움이 있다고 본다. 그는 동료, 후배들이 잇달아 우울증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것을 지켜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쓰러진 그들에게 얼마나 아프냐고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넸더라면, 일어나길 기다렸다가 함께 가자고 등 한번 두드려주었다면, 울고 있는 그들의 손을 맞잡고 함께 울어주었다면, 그들은 오늘,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따스한 햇살을 마음껏 누리며 우리와 함께 숨을 쉬고 있을지 모른다.”


 차 씨는 그런 생각의 넌출을 뻗어서 자살 위기에 빠진 소설의 주인공들을 모두 살려낸다.

춥고 배고픈 남자 나고단에게 이보출이 무심코 건넨 5000원의 돈이 생명의지를 되살리는 밥이 되는 아름다운 광경이 거기에 있다.

 소설의 끝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행복해진다. 이런 결말은 픽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가족이나 친구의 따뜻한 격려와 관심 덕분에 우울증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기자로서 사회 현상을 취재하다가 그런 사례를 숱하게 만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차 씨가 책의 끝부분에 적어놓은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거린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나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때로 낄낄거리며 웃고, 때로는 훌쩍이며 울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말이다. 결국 부대끼며, 의지하고, 서로 토닥거리며 끝까지 살아야 하기에.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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