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식스센스’를 통해 반전영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신작을 내놨다. 영화 ‘23 아이덴티티’는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제임스 맥어보어)이 지금껏 드러난 적 없는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소녀들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심리 스릴러다.



<이미치 출처: NAVER영화 '23아이덴티티' 스틸컷>



영화는 1977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일어난 ‘빌리 밀리건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납치와 강간 등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빌리 밀리건(1955~2014)이 세계 최초로 24개의 인격이 존재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 진단을 받아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당시 밝혀진 빌리 밀리건의 24개 인격은 지적이고 합리적인 22세 영국인 아서, 난독증이 있는 3세 크리스틴, 공감능력이 뛰어난 8세 데이빗, 동성애자인 19세 아달라나, 탈출 기술이 뛰어난 16세 예술가 토미, 23세의 유고슬라비아인 레이건 등 성별과 연령대, 고향, 종교, 목소리, 억양, 성격 등이 모두 달랐다.


당시 수사관과 의사들이 가짜 연기를 의심해 다양한 검사와 취조를 진행했는데 빌리 밀리건은 그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그는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이었지만 아서라는 인격이 지배하면 아랍어와 아프리카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수학과 물리학, 의학에 관해 전문가적 식견을 보였다. 또한 레이건일 때는 크로아티아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했으며, 토미로 분할 때는 전자제품을 능숙하게 다뤘다. 이러한 능력은 단순한 연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미치 출처: NAVER영화 '23아이덴티티' 스틸컷>



알려진 바에 따르면 빌리 밀리건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정서불안을 겪었고, 두 번째 아버지의 자살을 계기로 5세 때 크리스틴이라는 인격이 처음 형성됐다. 이후 세 번째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받으면서 9세부터 수십 번에 걸쳐 인격 분리가 나타났다. 이후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빌리 밀리건은 10년 후인 1988년 법원에서 완전히 치료됐다는 판정을 받고 석방됐다. 영화감독과 제작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빌리 밀리건은 2014년 오하이오 주의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


빌리 밀리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23 아이덴티티’의 개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란 한 사람 안에 둘 이상의 정체감이나 인격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평균 5~10개의 인격이 번갈아가며 그 사람의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 인격이 주도권을 잡으면 다른 인격들은 활동을 멈추며, 다른 인격이 모습을 드러내면 나머지 인격들은 그 기간 동안 기억을 잃는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한동안 ‘다중인격장애’로 불렸으나 1994년 정식 병명이 바뀌었다. 전 세계적으로 1~3퍼센트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성별이나 나이, 인종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격을 나타낸다. 하지만 드물게 빌리 밀리건의 경우처럼 환자가 전혀 알 수 없는 분야의 지식이나 한 번도 배우지 않은 언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또한 환자들은 자신 이외의 다른 인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른다. 각각의 인격이 경험한 일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망각으로 보기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거나 중요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빌리 밀리건도 다른 인격들이 그를 지속적으로 통제해 17세 이후부터 기억이 없으며, 가끔 본래의 인격이 깨어날 때마다 자신도 모르는 행동 때문에 비난받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가 발병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환자 대부분이 어린 시절 신체적 폭력이나 성적 학대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끔찍한 사고의 목격 등 정신적 충격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학대나 폭력, 전쟁과 재난처럼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경험했을 때 방어기제로 해리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이나 충격을 겪었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 이외의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환자의 75~90퍼센트가 여성이다. 폭력의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주된 원인이어서 대개 9세 이전 아동기에 발병한다. 이 때문에 확진이 쉽지 않고 치료 효과도 높지 않다. 실제로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경우 다른 정신적 질환과의 구분이나 공존 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에 확진까지 평균 7년이 소요된다.


치료는 각각의 인격에 대한 충분한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리치료가 필수적이다. 보조적으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와 같은 약물요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 입원 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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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스트레스 그리고 피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이란 어떤 것일까요? 일하지 않고 쉬는 것? 집에서 잠자는 것? 영화 보는 것? 친구와 수다 떨기? 새로운 곳에 여행 가는 것? 쇼핑, 독서, 운동, 음악듣기 등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마음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 걸까요? 스트레스는 외부의 에너지 자극으로 우리 마음에 감정 에너지를 일으킵니다. 감정은 마치 고요한 호수에 잔잔한 물결처럼, 때로는 작거나 크게 출렁이듯 합니다. 잠깐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오래 지속되면서 쉽게 사라지지 않기도 합니다. 이러한 스트레스 감정은 짜증, 화, 분노, 억울함 등의 다양한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신의 감정과 제대로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일에 치여서 마음을 돌아볼 시간이 없거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즐거운 일에 빠져서 또는 회피하면 감정의 진짜 목소리는 외면당하기도 합니다.




마음에 일렁이는 물결인 감정은 수용해야만 자유롭고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우선 내 마음에 집중하여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 ‘내 마음에 그런 감정이 있구나.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 원치 않는 감정도 받아들일 때 극복과 해결의 첫 걸음이 됩니다. 또 이렇게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치유력이 있습니다. 오늘 저녁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한번 시도해 보면 마음이 훨씬 편해질 겁니다.



글 / 왕경석 대전헤아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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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역 등에서 발생한 강력범죄의 피의자들이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정신질환자 실태와 인권 문제 등이 주목 받았다.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정신질환은 증상의 경중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인 10명 중 3명은 살면서 한번쯤 앓는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를 이상한또는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사람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이 되레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로막는 장해물이 된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 두려움 탓에 초기 단계에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중증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누구나 쉽게 노출되지만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해 방치하는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전국 성인 6022명을 대상으로 2011년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은 27.6%로 나타났다. 성인 여성 10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를 겪어봤고, 2011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강박증·공황장애 등 불안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24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누구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기 고양시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상담 사례를 보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의 출발점은 대부분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에 있다. 이 센터에선 월 평균 300~400명이 상담을 받는데, 가족 내 불화가 심각하거나 최근 가족과 사별한 사람, 생활고로 경제적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불면 증상을 겪는 지역주민들이 주로 찾아온다.


직장인들의 경우 직장 내 인간관계, 고객을 응대할 때 받는 스트레스 등이 주로 문제가 된다. 상사나 동료와 갈등이 깊은 직장인, 호텔·콜센터·백화점처럼 각양각색의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 소방·경찰처럼 직무 스트레스가 심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안이나 우울, 가슴이 뛰거나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 불면, 소화불량, 두통 등의 증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신체증상뿐 아니라 집중력·기억력·판단력 같은 인지기능이 100% 발휘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 받는 게 좋다.





우울증을 단순히 기분과 감정의 문제로 여겨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울증은 세로토닌·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하는 뇌 질환이다. 엄연히 질병이기 때문에 정신과적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시판되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는 복용 시 졸리거나 머리가 맑지 않은 문제를 개선한 것들이라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정신보건법을 개정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중증질환자가 아닌 이상 정신질환자라는 의무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했다. 가벼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겪는 사람은 정신질환자 기록이 남을 것을 염려하지 않고 마음 편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도 병원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전국 225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정신건강의 보건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센터마다 상근 상담사들이 있고 주 1~2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출장 상담을 나오기도 해 정신건강과 관련된 고민을 편안하게 상담하기 좋다. 집 근처 정신건강증진센터 위치는 지자체·보건소 등에 문의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은 모두 무료다.


(도움말: 보건복지부, 고양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신영철 소장)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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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을 만났다. 새내기 대학생을 둔 부모인지라 자연스레 교육에 대한 이야기 중에 본인의 어릴적 이야기를 해주었다. 공부를 잘 하는 차분하고 모범생이었던 그에게 어느 날 생물 선생님이 질문에 답을 못했다는 이유로 자로 뺨을 때렸다는 거다. 그 뒤로 그 과목은 공부를 등한시하게 되고 해도 안 되는 것 같고 국영수에서 우수한 성적이 나는 학생임에도 생물이 평균 점수를 심각하게 떨어뜨려 담임선생님을 포함한 선생님들의 의아해했다는.


 


 

이 어린 아이는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 파급효과가 이렇게 클 거라는 생각은 생물 선생님도, 본인도, 담임선생님도 몰랐을 것이다. 이 역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닐까.

 

전쟁을 경험한 군인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또는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전에는 전쟁의 후유증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고 한다. 동물 가죽을 벗기듯 포로를 그리했다면 구식무기를 사용한 전투는 훨씬 더 잔인했을 것이다. 마틴 판 크레펠트는 그 이유를 종전의식(終戰儀式)에 두었다.


 


 

의식을 통해 아른 기억을 모두 ‘과거’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전쟁의 고통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곱씹는다. 상처가 영혼을 한 뼘 키우는 ‘가르침’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난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절망이 되기도 하고, 더 나아지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고난을 통해 의미를 찾는 이들은 꾸준히 나아갈 것이고, 그렇지 않는 사람은 발전은커녕 삶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상처를 성장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먼저,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누구의 책임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면 인정하고 뉘우치는 과정이 필요하고 만약 내가 아닌 네 잘못이라면 혹은 시대와 상황 탓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아픔이라면 무엇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면 번민과 마음의 짐을 덜게 될 것이다. 수업을 잘 듣고 있었음에도 질문에 답을 못해 자로 뺨을 때린 것은 선생이 잘못한 것이다. 나를 전쟁터로 내몰았다면 전장에서의 내가 한 일의 원인은 나 자신보다 국가나 사회의 책임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단계이다. ‘과거’가 되어버린 것은 어찌해도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상처를 넘어서기 위해 무엇을 할지는 내가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사람들은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게 곧 진리가 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한다. 정신의 미성숙이거나 혹은 올바르게 의식(意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아기가 성장하면서 주변인들의 말을 수없이 들으며 습득하듯, 사고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성장하는 미래의 주인공들이 수많은 다양한 상황에서 상처받더라도 스스로 치유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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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멜리스’는 2003년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서 일어난 ‘여고 동창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거여동 사건은 친구의 행복에 질투심을 느낀 범인이 자신의 동창생과 그녀의 어린 두 자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으로, 범인은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는 당시 범인이 왜 여고 동창생과 그녀의 아이들을 살해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바로 ‘리플리 증후군’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영화는 범인이 단순히 친구의 행복을 질투해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친구의 행복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을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친구를 살해한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멜리스’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은 자신이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으며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한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욕구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주로 발생한다. 성취 욕구는 강한데 그것을 실현시킬 능력이 없다 보니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게 되고, 심한 경우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이 원하는 가상의 세계를 믿으며 환상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망상장애로 분류하기도 한다.





리플리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보통 거짓말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선 회피나 목소리 떨림 등 거짓말을 할 때 보이는 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초기에는 사소한 거짓말이 대부분이므로 큰 문제가 없지만, 증상이 심해질 경우 사기나 절도,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용어는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 발표한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The Talented Mr. Ripley)’에서 유래했다. 소설은 주인공 톰 리플리가 재벌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부러워하다가 그를 살해한 후 죽은 친구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후 소설과 유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견됐고, 1980년대 이후 정신병리학의 연구 대상이 되면서 새로운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리플리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현재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성취욕이 큰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욕구가 좌절될 때 현실을 부정하고 가상의 세계에 빠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의 과도한 기대와 압박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져 이를 해소하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동시 합격으로 ‘천재소녀’라 불렸던 여고생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여고생은 평소 명문대 진학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낀 나머지 명문대 합격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만든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수치심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거짓임이 밝혀져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화를 내거나 상대를 설득하려고 한다. 허구의 세계에 있을 때 더 큰 행복을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치료 의지를 갖기가 어렵다. 병이라는 자각이 없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고, 완치 여부도 불분명하다.





리플리 증후군의 치료는 전문의와의 심리상담 등 정신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망상장애로 인한 리플리 증후군일 경우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하고, 우울증이나 불면증이 생길 경우 그에 맞는 약물을 사용한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환자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주변에서 꾸준하게 관심과 격려를 보여주는 것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한번 진행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평소 자존감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취미나 운동 등을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현재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수나 실패에 대해 너그러운 자세를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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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우리는 메르스 사태와 프랑스 테러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건 속에서 불안에 떨었다. 경제 위기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로 우리 삶에 뿌리를 내린 불안요소다. 이 외에도 개인마다 불안의 원인은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리면 몸과 마음은 황폐해 지기 마련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돌파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상상해 보자. 원시인들이 토끼 사냥을 하러 길을 가다가 갑자기 으르렁 거리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곰이나 사자를 만났다. 이 때 원시인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반응할까? 우선 심장이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손에 땀이 나고, 어깨와 다리 근육에는 힘이 잔뜩 들어갈 것이다. 당장 어디로 도망쳐야 할 것 같은 불안에 압도당하게 될 것이다.





만약 죽을힘을 다해 뛰어서 안전하게 도망을 쳤거나 우연히 던진 돌에 급소를 맞은 곰이나 사자가 쓰러져서 위기를 탈출했다면 불안 반응에서 벗어난다.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질테니 말이다.




불안은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도망가거나 싸우도록 돕는 일종의 보호장치, 경보시스템이다. 현대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런데 곰이나 사자라면 도망가거나 죽을힘을 다해서 싸우면 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도망치거나 싸울 대상이 없다.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끊이지 않는 경쟁과 압박 속에서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적으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이 없는데도 불안을 계속 느끼면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는 불면증이다. 현대인들의 50% 이상이 불면으로 힘들어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불면은 현대인의 숙명과도 같다. 불안과 수면은 상극이다. 생각해 보라. 곰이나 사자가 내 앞에서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는데 잠이 오겠는가?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질 좋은 수면을 할 수 있는 법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불안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공황장애다. 공황장애란 아무런 이유 없이 몇 분 이내에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가빠지며 미칠 것 같거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갑자기 엄습하여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는 것이다. 불안과 스트레스에 취약할 경우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의 시대를 잘 이겨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긍정의 힘, 즉 긍정력이다. 심리학자들은 2000년부터 어떻게 하면 긍정의 힘을 키울 수 있을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단점을 극복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려보자. 시중에 나와 있는 자기계발서를 읽어보면 하나 같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라고 말한다. 사실 아무리 노력해도 단점을 극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행복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단점 극복을 그만두고 장점과 강점을 더 계발하라고 말한다.





민수와 철수가 과일 한 상자씩을 구입해서 먹는다고 하자. 민수는 상자의 과일 중에서 썩거나 상한 것부터 먼저 먹고 좋은 것은 나중에 먹기로 한 반면, 철수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멀쩡한 것도 썩거나 상하기 마련이니 일단 제일 좋은 것부터 먹기로 했다. 둘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민수는 과일 상자를 열 때마다 제일 썩은 것부터 찾았고, 철수는 제일 상태가 좋은 것부터 찾았다. 이런 식으로 과일 한 상자를 다 먹었다고 했을 때 민수는 계속 썩은 것만 먹었고, 철수는 계속 좋은 것이 된다!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단점은 극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극복해도 또 다른 단점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마치 민수의 사과 상자처럼 말이다. 단점보다는 장점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당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보자.





둘째, 감사일기와 편지를 써보자. 매일 삶을 마감하면서 감사거리를 찾아서 일기를 써보자. 처음에는 감사할 거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금은 억지스럽더라도 찾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감사거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몸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건강을 감사할 수 있고, 몸이 아픈 사람은 더 아프지 않거나 한 쪽만 아픈 것에 감사할 수 있다. 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어떤 사람은 죽음 앞에서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편지를 써보자.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직장동료, 옛 은사를 비롯해서 내 삶에서 소중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이왕이면 손 편지를 써보자. 편지를 쓸 때는 고마웠던 기억과 마음을 전한다는 설렘으로 행복할 것이고, 받는 사람의 반응을 보고서는 더 큰 행복감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런 작은 실천이 우리의 삶을 놀랍도록 변화시킨다. 이것은 그저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연구해본 결과 이런 작은 감사와 노력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며 더 오래 살고, 업무능률도 향상시킨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활동이다. 2016년 한해 동안 긍정의 힘을 키워보자.



글 / 강현식 심리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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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책에는 짜다. 책을 그냥 주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공짜로 주면 읽지 않기 때문이다. 여든이 된 장모님 친구분들에게도 1000원 정도 받는다. 그래야 끝까지 읽는다. 초빙교수로 있는 대경대 학생들게서도 그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학기 '오풍연처럼'을 부교재로 쓰고 있다.


필요한 학생만 구입하라고 했다. 물론 10%도 사지 않았다. 책을 산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 봤다. 10여명 가운데 끝까지 읽은 학생은 단 1명이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조금 읽다가 만 경우. 그런 학생들에게 책을 공짜로 주면 아예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직접 강의를 하는 데도 말이다.


 

 

 

작가 입장에서 책을 주었을 때 읽지 않으면 왠지 섭섭하다. 때론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다. 그냥 줄 때는 꼭 읽을 사람에게만 주기로 한 것. 책을 읽고 싶어도 사정상 못 사는 사람들이 있다.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와 같은 부류다. 사실 회사에 100권 가까이 책을 보관하고 있다. 반드시 볼 것 같은 분들에게는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있다. 우리 형제들에게도 안 준다. 내가 주지 않는 이유를 안다. 이런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책에는 짠 놈.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좀 붐비긴 해도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지하철 안의 풍경은 조금 실망스럽다. 책을 펴든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공중예절을 무시하고 통화를 하는가하면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음악도 듣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참 안 읽는다. 나이를 들수록 더하단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1명은 연간독서량이 제로다. 선진국임을 자임하는 마당에 부끄러운 일이다. 독서의 장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간접경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다.


 

 

 

교교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또 한 번 놀랐다. 식자층으로 손색이 없는 그들이다. 10명 가량 모였는데 정기적으로 책을 구독해 읽는 친구는 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거의 읽지 않는다고 했다.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이유를 댔다. 언론사 대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저는 아무리 늦게 퇴근해도 집에서 30분 이상 책을 읽고 취침 합니다.” 독서도 습관인데.


더러 인상적인 독자도 만난다. 최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났던 ‘오풍연처럼’ 1호 독자와의 인연도 이어지고 있다. 책에 사인을 해 드리고 명함도 주고받았다. 한양여대에 재직 중인 여자 교수님이다. 저자님이 직접 나와 계시다고 책을 한 권 사셨다. 원래 내 책은 살 계획이 없으셨던 분이다.


 

 

 

이튿날 감사한 마음에 메시지를 보냈다. "책 구입에 감사드립니다. 1호 독자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답장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그렇게나 의미있는 독자로 책을 만나게 되어 저도 감사합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카톡도 연결됐다. 지난 5월 아침마당에 출연했던 동영상을 보내드렸다.


동영상을 본 뒤 소감까지 보내왔다. "선생님의 건강하고 순수한 삶을 보게 되었습니다. 늘 가정의 행복과 건승을 빌어드리고 싶습니다. 다소 늦은 시각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필경 그 교수님은 학생들에게도 똑같이 할 터다. 하나를 보면 둘을 안다고 했다. 이런 선생님들이 교단을 지켜야 한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그런 독자를 처음 뵌 것도 영광이다.


 

 

 

2011년 네 번째 에세이집 ‘사람풍경 세상풍경’을 냈다. 2009년 입대했던 아들의 제대에 맞췄다. 아들 녀석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다. 녀석이 근무했던 부대에도 책을 보냈다. 고마운 마음에서였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아들의 후임병이 책 리뷰를 올린 걸 봤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바쁜 시간에 책을 끝까지 읽어보고 올린 게 확실했다.


“얼마나 짧은가하면. 글 한편이 한쪽을 다 채우지 못하는 정도다. 때문에, 독자의 몰입을 방해할 때도 있다. 몰입을 하려고하면, 글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하고 맛있다. 1권의 책을 읽으면서 54번의 반성을 하는건 확실히 신선했다. 게다가 짧은 글들이기에, 가끔씩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실거라면, 한번에 다 읽지 않고, 하루에 1편씩 혹은 이동할 때 조금씩 읽기를 권장한다.” 이런 서평도 받는다.


분명히 말하건대 책을 읽으면 마음이 풍성해진다. 하지만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책. 그것을 안타까워만 해야 할까.

 

 

글 / 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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