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술에 취하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입니다. 술만 마셨다 하면 혀가 꼬여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똑같은 말을 지겹게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괜히 언성을 높이고, 야한 이야기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 뒷이야기를 하거나 자기 자랑을 끝없이 펼치기도 합니다. 쉽게 비밀을 누설하기도 합니다. 굳이 먼 거리를 걸어가겠다고 고집 피우기도 합니다. 갈지자걸음은 기본입니다.



술 마시고 난 다음 날 기억의 망각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술 마신 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누가 술값을 지불했는지조차 알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동어반복으로 들리겠지만, 만취해서 뇌가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뇌의 다양한 부위와 영역 중에서도 전두엽과 해마, 소뇌가 특히 알코올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전두엽은 인간의 사고와 이성을 제어하고, 소뇌는 운동 기능을 조절하며, 해마는 기억과 인지기능을 담당하는데, 여기에 알코올이 스며들어 이들 세 가지 뇌 부위의 작동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면서 이상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아무리 술에 취해 이른바 필름이 끊긴 상황에서도 집은 잘 찾아갑니다. 마치 목적지를 집으로 찍어놓은 내비게이션을 몸에 장착한 듯 무사히 귀가한 자신을 아침에 발견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을 술꾼이라면 한 번씩은 겪어봤을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신기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 수수께끼를 풀 열쇠는 해마가 쥐고 있습니다. 해마는 기억과 인지기능을 담당하는데 단기 기억을 남기고, 그것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는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단기 기억은 새로운 사항을 일시적으로 처리하고 저장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PC로 문서작업을 하고 저장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전원을 끈 것과 같습니다. 만취해서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자기가 방금 한 말과 행동을 저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술에 취해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집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장기 기억 덕분입니다.


장기 기억은 '추억 기억' '에피소드 기억'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뇌에 오래 머무는 기억입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매일 반복해서 다닙니다. 그래서 장기 기억에 저장돼 쉽게 기억 보관소에서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취중에도 금방 생각나서 집으로 갈 수 있는 이유입니다.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한 해가 지나고 있다. 이 즈음이면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난 시간을 떠올려본다.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많았을 수도 있고, 이보다는 힘든 일이 많았을 수도 있다. 좋은 일이 많았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2013년을 암울한 해로만 기억할 수밖에 없을까?

 

            

 

 

  

기억, 정확한가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억이 꽤 정확하다고 믿는다. 지나간 사건을 두고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고, 상대의 기억이 틀렸다며 싸워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기억을 연구주제로 삼는 심리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기억은 쉽게 왜곡, 변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간단한 실험으로 이 사실을 증명한 사람이 있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심리학자 브루어다. 그는 동료와 함께 실험에 자원한 대학생들을 교수연구실에서 대기하게 했다. 잠시 후 연구자들은 그들을 옆방으로 데리고 와서 방금 전 대기하던 ‘교수연구실’에서 보았던 물건을 적어달라고 하였다.

 

의외로 간단한 실험이었지만, 그 결과는 자못 놀라웠다. 왜냐하면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기억력이 정확하다고 자부했지만, 그들이 적어서 낸 기록지에는 오답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처럼 연구실 으레 있어야 하나 실제로는 없었던 물건을 기록하기도 했고, 와인병이나 벽돌, 피크닉 가방처럼 연구실에 어울리지 않으나 실제로는 있었던 물건은 기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뇌에서 일어나는 기억의 변형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기억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작용(기록)이다. 참고로 우리가 어떤 사실을 기억할 때는 뇌의 해마(hippocampus)를 거쳐서 대뇌피질(cortex)에 저장되고, 반대로 기억을 꺼낼 때는 해마를 통해 피질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물리적 과정을 거치는 기억이 왜곡되거나 변형될 수 있을까?

 

2013년 8월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진은 사람들이 매번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활성화되는 신경세포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 다. 동일한 일을 기억할 때도 뇌가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일어나지 않았던 사실이 기억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사건보다 중요한 태도

 

기억에서는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못지않게, ‘그 일을 어떻게 떠올리는가’도 중요하다. 의도하지 않아도 지난 일은, 그 일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뇌에서 자연스럽게 변형된다고 하니, 이왕이면 과거를 떠올릴 때 좋았던 부분을 짚어보자.

 

같은 일을 겪어도 누군가는 그 일을 행복하게 떠올리고, 누구는 불행하게 떠올린다. 어쩌면 사건보다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닐는지. 혹자는 이것을 가리켜 자기기만이라고 폄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주어진 삶을 보다 능동적으로 대할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자기기만도 나쁘지 않겠다.

 

힘들었던 사건 속에서도 얻을 교훈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2013년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면서 기억의 창고에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심리학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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