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늘 양면이 있는 것처럼 상담실 풍경도 예외가 아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오는 사람도 있
 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없어서 오는 사람도 있다. 너무 쉽게 포기하는 문제 때문에 오는 사람도 있지만 너
 무 포기를 할 줄 몰라서 오는 이들도 있다. K 씨도 그런 경우다.  집안에 고시를 합격한 사람이 많다니 그
 길 외에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합격선 근처까지는 갔지만 한번도 넘어서지를 못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
 은 아쉬움에 계속 고시에 매달리다보니 서른이 훌쩍 넘어 버렸다. 이제 와서 다른 길을 가려고 해도 지금
 까지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이 억울해서 그만 둘 수도 없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
 하고 있다가 상담실을 찾게 되었다.
 



손에 쥔 것을 놓아야 다른 것을 쥘 수 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개코 원숭이를 사냥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 우선 막힌 상자 속에 먹이를 넣어둔다. 그 상자에는 원숭이의 앞발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이 있다. 냄새를 맡고 찾아 온 원숭이는 앞발을 넣어 먹이를 움켜쥔다. 하지만 들어갈 때는 어렵지 않게 들어갔지만 먹이를 움켜쥔 발을 빼기란 어렵게 되어 있다.

결국 원주민이 다가오는데도 원숭이는 움켜 쥔 먹이를 놓지 못해서 잡혀버리고 만다. 이 얼마나 답답하고 어리석은 동물인가! 그러나 과연 우리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자. ‘ 나는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포기를 부정적인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제때 포기할 줄 몰라서 삶의 고통을 자처하거나 막다른 길에 다다라서야 후회하는 사람들 또한 부지기수이다. 손에 쥔 것을 놓을 줄 알아야 다른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인생임을 우리는 종종 잊고산다.



포기가 이끌어 낸 성공들


우리는 흔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자신의 꿈과 목표를 중도 포기했기 때문에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었던 사람 또한 부지기수이다. ‘ 아큐정전’ 의 작가인 중국의 문호 루쉰은 원래 의사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중도에 이를 포기하고 문학가가 되어 글을 통해 중국 국민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고등학교 때 프로복서가 되어 챔피언을 꿈꾸었지만 실력의 차이를 절감하고 나서 2년 만에 포기하고, 세계 각국을 돌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여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 이렇듯 자신이 가장 빛나는 곳에 서기 위해서는 집념만큼이나 포기가 중요하다.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뜻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살아가면서 좀 더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반더루님, 아원건축사무소님, 풀향지기님 블로그>

긍정적 포기와 부정적 포기

우리는 이제 포기는 나쁜 것이라는 일면적인 평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포기의 지혜를 배우지 못했기에 겪어야 했던 불필요한 갈등과 고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포기하지 못해서 얼마나 현실을 왜곡시키고 삶을 지치게 만들었던가.

포기는 단순히 나쁜 것이 아니다. 어떤 마음과 어떤 과정에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좋은 포기가 될 수도 있고 나쁜 포기가 될 수도 있다. 흔히 나쁜 포기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목표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담긴 삶의 가치까지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즉, 다른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적 포기야말로 부정적 포기이다.

또한, 조금이라도 어려운 것 같으면 습관적으로 포기하고 마는 것 역시 나쁜 포기이다. 그에 비해 좋은 포기도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없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을 포기하고 잘 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은 좋은 포기이다. 기한을 정해 최선을 다 했는데도 잘 안 되었다면 깨끗이 포기하는 것은 좋은 포기이다. 슈바이처 박사처럼 교수직과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밀림으로 떠나는 것이라면 즉, 대의를 위해 소의를 포기하는 것 역시 좋은 포기이다.



어떻게 포기할 것인가

포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포기를 남용해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노력하지도 않고 때 이르게 포기하는 것을 미화시켜서도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언제 포기해야 하고, 어떻게 포기할지에 대한 지혜이다.

첫째, 포기의 기준을 세워라. 좋은 포기란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거나 잘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잘 안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강점을 우선 순위별로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둘째, 무언가를 시작할 때 포기를 계획하라. 무작정 될 때까지 도전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목표의식과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기한과 기준이 서 있어야 한다. 기한이 있어야 최선을 다할 수 있고, 최선을 다 해야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일시적 포기도 고려하라. 드라마 작가인 노희경은 소설가가 되려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좀처럼 등단할 수 없어 이를 포기하고 방송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방송작가로서 입지가 굳혀지자 이제 소설도 쓰고 있다. 상황이나 여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원하는 바를 일시적으로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포기의 지혜이다.

넷째, 포기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게 하라. 목표는 포기하더라도 목표에 담긴 가치는 유지해야 하며, 포기를 통해 새로운 선택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혜로운 포기는 삶을 끊어놓는 것이 아니라 삶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인디언 부족에게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 끝을 맺고자 한다. “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판단이 서면
  최선을 다하라. 하지만 네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라. 그 대신 너는 대지의 신에게 할 수 있는
  일과 포기해야 할 일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라.”
 

 
문요한/ 더 나은 삶 정신과 원장,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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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 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 인 것을!

- 정현승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중에서 -


후회 없는 삶을 바란다지만 후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미 지나버린 일, 엎질러버린 물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했더라면….’ ,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후회는 지난 일에 대해 ‘다르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그렇기에 후회라는 감정에 휩싸일 때는 마치 도돌이표라도 있는 것처럼 생각이 멈춰지지 않는다.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시험 전에 놀지 말고 더 공부했어야 했는데….’ ,

‘사랑한 다고 고백할 것을….’ ,

‘쓰지도 않을 이 물건은 구입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등등


후회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를 붙잡는다. 그렇다 보니 막상 후회라는 감정이 들게 되면 자신이 참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후회없는 삶에 대한 유혹

 

그래서 우리는 후회 없는 삶을 꿈꾼다.  아! 얼마나 좋은가.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정말 후회 없는 삶이 가능할까?  아니, 후회 없는 삶이 과연 좋은 것일까?

 

예를 들어 고통을 못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것은 좋은 일일까?  벽에 부딪혀도 아프지 않거나 뜨거운 냄비를 만져도 고통스럽지 않다면 우리의 몸은 남아날 수가 없다.  살갗은 다 찢겨지고 뼈는 다 으스러져 버릴 것이다. 

 

후회도 마찬가지이다.  후회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단연코 삶의 발전은 없다.  잘못과 실수 앞에서 후회하고 뉘우쳤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나아진 것이다.  문제는 아무런 실천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과잉 후회’ 가 문제이며, 반대로 자신의 잘못 앞에 후회조차 하지 못하는 ‘후회 결핍’ 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후회 없는 삶’ 이란 ‘완벽한 삶’ 에 대한 동경과 같은 의미이며, 이는 애초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렇게 후회를 피하려 하는 우리의 마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후회를 하고 살아가게 된다.

 

 

후회할 수 있기에 우리는 성장한다


후회는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후회는 자기 행동과 선택 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주어진 일이나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후회하지 않는다. 타인이나 환경을 비난하고 원망할 뿐이다. 스스로 선택 하지 않았기에 자기책임을 잘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절하게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숙하다는 증거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후회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회하는 동물을 또 본적이 있는가! 후회는 가장 고차원적이고 가장 진화된 감정이다. 후회라는 감정은 우리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고, 전략과 행동을 수정하고, 아직 남아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이제 받아들이자. 더 이상 후회 없는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

후회는 결코 쓸모없는 감정이 아닌 것을. 삶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이유는 인간에게 후회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살면서 우리는 후회를 피할 수도 없고 피할 필요도 없음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제 있는 힘껏 후회하자.

 

 

진짜 후회와 가짜 후회

반성이 후회를 낳는다면 후회는 ‘자책감’ 과 ‘뉘우침’ 을 낳는다. 자책감이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뉘우친다는 것은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삶의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야말로 후회의 본래적 기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후회가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짜 후회가 있는 것이다.

가짜 후회는 후회의 본래적 기능에 이탈하여 자책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잘못에만 집착하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즉, 가짜 후회란 뉘우침으로 이어 지지 못하고 태도와 행동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후회를 말한다.

 

그에 비해 진짜 후회란 뉘우침을 통해 후회를 초래한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후회할 때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유일한 방법은 후회 이후의 삶을 살펴봄으로써만 가능하다.

 

 

발전적인 후회를 위하여

 

첫째, 후회 없는 인생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후회를 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욕심이 삶을 시들게 한다.  도전을 피하게 하고 끊임없는 준비에만 매달리게 하고 판단을 망설이게 한다.

후회를 두려워 마라. 우리는 오직 후회를 통해서만 삶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결국 후회를 줄여나갈 수 있을 뿐이다.

 

후회에는 ‘한 일’ 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 에 대한 후회가 있다.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한 일’ 에 대해 후회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하지 않는 일’ 에 대해 후회한다. 그러므로 후회가 두려워 무작정 망설이기보다는 후회할지라도 저질러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아낌없이 후회하라.

좋은 후회란 짧고 깊은 후회이며 나쁜 후회란 길고 얕은 후회를 말한다.  뼈저린 후회처럼 깊은 후회만이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개선시켜 준다.

 

그러므로 늘 ‘내가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에만 빠져 있지 말고, ‘어떻게 하면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실천적 질문을 품고 살아가자.

 

셋째, 비교의 균형을 맞춰라.


지나친 후회를 피 하려면 만족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불만족과 후회에 시달리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비교에도 좋은 조건의 사람들과 비교하는 상향비교가 있고, 자신보다 좋지 못한 조건의 사람들과 비교하는 하향비교가 있다.

 

후회의 과잉에서 벗어나려면 비교의 균형이 필요하다.  즉, 일방적인 상향비교에서 벗어나 하향 비교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어제의 나’ 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내부비교를 더 중시할 줄 알아야 한다.

 

 

 


_글..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정신경영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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