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음식이란 때로는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이 된지도 오래다. 새벽같이 출근길에 올라 편의점에서 구입한 삼각김밥이나 지하철 출구 앞에서 파는 주먹밥을 먹는다면 그나마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양호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나홀로 족이 늘어난 요즘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조차 귀찮은 일이 되었고 누군가에겐 식사준비를 위해 마트나 재래시장을 보는 것조차 부담이다.
하지만 오히려 작은 수고로움이 '재미'가 될 수 있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반전이 숨어 있다면 믿겠는가? 그 방법은 바로 건강한 먹거리를 내 손으로 키우는 푸드 마일리지 ‘0’ 도전에 있다.
신선도? 직접 기르면 돼! |
푸드 마일리지는 쉽게 말해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자까지의 소요된 거리를 이야기 한다. 계산방법은 이동거리에 식품 수송량을 곱하면 된다. 푸드 마일리지는 값이 클수록 식품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직접 기른 식품이라면 푸드 마일리지는 '0'이 되는 셈이다. 식품의 신선도를 챙기는 것은 물론 이동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로 빚어지는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햇빛이 들어오는 작은 베란다나 옥상이 있는 집이라면 누구든 쉽게 푸드 마일리지 '0'에 도전 가능하다. 특히 혼자 사는 나홀로족이라면 간단한 노력만으로 키우는 재미와 보는 재미, 그리고 먹는 재미 등 1석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티로폼 상자나 고무대야 혹은 손바닥 만한 자투리 공간만 있다면 각종 채소를 간단하게 얻어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식재료로 많이 쓰는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 딸기 등을 1년 내내 맛볼 수도 있다. 베란다, 발코니 등을 비바람과 병충해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를 키우는 집이라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자연학습장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할 것이다. 밥상에서 흔히 먹어왔던 채소들을 직접 기르며 농부의 노고도 알 수 있고 또 자신이 키운 채소를 직접 따 먹으면서 큰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1학년 초등학생과 5살 유치원생을 둔 필자 역시 작은 텃밭에 모종을 심고 주말 마다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제주라는 곳이 돌 천지이다 보니 아이들의 고사리손이 작은 텃밭을 가꾸는데는 이만저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만드는 나만의 텃밭
텃밭을 꾸미기 위해선 우선 부담이라는 단어부터 머릿속에서 지울 필요가 있다. 처음엔 실패하더라도 일단 도전해야 푸드마일리지 ‘0’ 성공이 가능하다.
나만의 텃밭용 상자는 재활용 가능한 스티로폼 상자나 고무대야이면 충분하다. 손가락 두께의 구멍만 내고 가까운 곳에서 모래가 섞인 흙을 섞으면 물 빠짐도 좋다. 잎채소 씨앗은 작은데다가 햇빛을 좋아하는 만큼 흙을 살짝 덮어줘도 되며, 모종은 비닐을 벗겨내고 작은 구덩이를 판 뒤 물을 가득 붓고 그대로 다시 옮겨 심으면 된다.
물은 아침이나 저녁에 주고 고추나 가지, 토마토 등은 열매가 무거운 만큼 지탱할 지지대를 심어줘야 한다. 이 밖에 자세한 사항은 실전 경험이 풍부한 도시 농사꾼들이 개인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해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으니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필자 역시 밥상의 채소를 직접 기르면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식사가 즐겁고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남는 야채들은 주위 이웃들에게 나누면 더 없이 좋은 소통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글·사진 /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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