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날이면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과일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과일에는 비타민·미네랄·식물영양소가 많아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일은 제때, 적당한 양을 먹어야 건강에 유익하다. 많은 사람들이 과일은 건강식품이라고 생각해 먹는 양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일도 많이 먹으면 혈당을 올리고 체중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다. 과일 속 과당은 포도당보다 혈중 지질로 바뀌는 비율이 높아 많이 먹으면 이상지질혈증·지방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 칼륨 배출이 잘 안 되는 신장질환자는 과일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과일은 대부분 식후 디저트로 먹거나, 취침 전 출출할 때 먹는다. 그러나 식후나 취침 전에 과일을 먹는 습관은 건강에 좋지 않다. 식사 직후에는 높아지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는데, 이 때 과일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다시 올라가고 췌장은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하면서 지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당뇨병이 악화되거나, 췌장 기능이 저하되거나 망가져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과일은 하루 두 번 간식으로 먹되, 한 번에 적정 섭취량을 먹어야 한다. 대한영양사협회에서 권장하는 과일 섭취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한 번에 먹는 양은 각각 수박 1쪽, 참외 1/2개, 바나나 1/2개, 사과 1/3개, 포도 19알 정도다.
당뇨병 환자는 제때, 제 양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혈당지수(특정 식품 섭취 후 혈당 상승 정도를 포도당 섭취 시와 비교한 값)가 낮은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혈당 지수는 사과(33.5)와 배(35.7)가 낮고, 복숭아(56.5)와 수박(53.5)은 높은 편이다. 또 많은 사람들은 달지 않은 과일은 혈당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경희대 국제동서의학대학원 조여원 교수팀은 사과·귤·배·수박·감·포도·참외·복숭아 등 한국인이 많이 먹는 8가지 과일의 당도(糖度)와 혈당지수를 비교했다. 비교 결과, 당도와 혈당지수는 비례하지 않았다.
당도는 사과(14.4Brix)→포도(13.46)→감(12.93)→참외(12.33)→귤(10.75)→복숭아(10.41)→수박(10.34)→배(10.31) 순서로 높았다. 반면, 혈당지수는 복숭아(56.5)→수박(53.5)→참외(51.2)→귤(50.4)→포도·감(48.1)→배(35.7)→사과(33.5) 순이었다. 과일은 당도보다 혈당 지수를 알아 놓고, 혈당지수가 낮은 것으로 골라 먹어야 한다.
만성 신장질환자는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져 칼륨이 많이 든 과일을 먹으면 고칼륨혈증에 걸릴 수 있다. 고칼륨혈증이란 혈액에 칼륨이 과도하게 많아지면서 근육 마비로 손발이 저리고 다리가 무거우며 혈압이 떨어지고 부정맥 등을 느끼는 증상이다. 칼륨이 많이 든 과일은 토마토, 바나나, 참외, 멜론, 천도복숭아, 오렌지, 키위, 건과일(건포도,곶감 등) 등이다. 이들 과일은 가급적 먹지 않도록 하고 먹더라도 조금만 먹어야 한다. 그러나 과일 중에서 포도, 사과, 단감 등은 비교적 칼륨이 적으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부모들이 과일주스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 아이들에게 챙겨 먹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일주스는 식이섬유가 거의 없고 비타민 손실도 많아 과일만큼 영양가가 없다. 또 포만감이 덜 하기 때문에 많이 먹기 쉽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청소년은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당류를 과일주스, 탄산음료를 통해 섭취했다. 대한소아과학회도 과일주스를 소아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전문가들은 "100% 생과일주스가 아니라면 과일주스는 첨가당이 함유된 '설탕 물'에 불과하므로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글/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노인투석센터 정훈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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