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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메르스 두렵지만... "평소처럼 생활하며 스트레스 피하세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에 많은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감염자가 환자뿐 아니라 병원을 단순 방문했던 건강한 사람들에게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면서 무작위적인 상호 불신과 대인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평소와 크게 다름 없는 일상생활을 이어가면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되 근거 없이 쏟아지는 정보들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건당국의 당초 예상과 달리 메르스로 확진 받는 환자가 계속 늘고 감염 진원지가 된 병원까지 속속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더구나 초기에 메르스 감염이 발생한 병원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은 채 부실한 초동 대응을 지속해온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까지 겹쳐 국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된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게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의 공통된 견해다. 

 

스트레스가 큰 환경에 놓일 때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 보며 나름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애쓰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얻는 잘못된 정보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때문에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가는, 작성자가 불분명한 글들에 이끌리지 말고 믿을 만한 출처의 정보를 선별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부정확한 소문을 이리저리 전하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상하는 등의 행동은 정신건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스트레스에 몸과 마음이 압도당하면 피로감이나 어지러움, 두통뿐 아니라 가슴 통증, 소화불량, 호흡 곤란 같은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려면 평소의 생활 패턴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기도 모르게 생기면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가령 매일 6~8시간 정도씩 충분히 자고, 적당량의 식사를 거르지 않고 유지해야 한다. 면역력 회복과 피로 극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음주는 되도록 피하고, 커피 같은 카페인 섭취도 제한하는 게 좋다. 시간이 날 때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기도나 명상도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 

 

  

 

 

 

일상생활이 여느 때와 달라지고 주변 사람들이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을 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층이 바로 어린이들이다. 먹고 자고 등교하는 등의 습관을 갑작스럽게 바꿔야 하는데, 메르스 같은 어려운 단어나 내용에 대해선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들의 스트레스 반응은 어른들의 스트레스와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빠는 등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쉽게 짜증을 내는 등 공격성이 생기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을 호소하는 양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어른들이 자녀가 메르스를 비롯한 현재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혹시 아이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거나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막연히 겁을 먹지 않도록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최대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성의 있게 답변을 해줘야 한다. 


만약 자녀의 질문에 대해 부모가 정확한 답을 모른다면 당황해서 얼버무리거나 대답을 피하지 말고, 믿을 만한 정보의 출처를 찾아 아이와 함께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 훨씬 아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어른들이 스스로 일상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손 씻기 같은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일반적인 지침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자가격리 중인 아이는 간혹 현재의 불편한 상황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때문에 어른들은 격리 조치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에 대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충분히 설명해주고, 전화 등을 이용해 교사나 친구와 접촉을 유지해 아이가 고립돼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집에서도 일상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도하고 학업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임신부 역시 메르스 확산에 더욱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임신 중에는 면역력이나 폐 기능이 다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종 감염에 취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방법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는 건 되도록 피하고, 필요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메르스가 두려워 산전 진찰을 미루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때 진단돼야 할 기형아나 조산 여부 등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이나 기침이 나는데 혹시 메르스에 감염될까 염려돼 병원 방문을 아예 피할 경우에는 오히려 태아의 신경에 손상이 갈 가능성이 있다. 임신 중의 열이나 기침에 대해선 여느 때보다 적극적인 진단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폐렴 여부를 진단해야 하는데 태아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돼 가슴 X선 촬영을 미루거나 생략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전문의들은 납 가운을 입고 찍기 때문에 태아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글 / 한국일보 산업부 임소형 기자 

(도움말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제일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