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에서 촉발된 난데 없는 바이러스 주의보에 예비엄마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에볼라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되던 때처럼 바이러스의 낯선 이름과, 치료약도 예방백신도 없다는 점이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는 에볼라나 메르스처럼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사람 간 쉽게 전염될 수 있는 호흡기 바이러스는 아니다. 정확히 알고 지혜롭게 대처하면 ‘제2의 메르스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임신한 여성이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서 머리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소두증과 두개골 안쪽이 단단하게 굳는 석화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뇌나 두개골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기형이 된다. 이 밖에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 임신부에게서 출생한 신생아는 관절이 오그라들거나 안구가 비정상적으로 작거나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보고돼 있다.





임신 중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기형아를 출산하는 건 아니다.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소두증으로 출생하는 아기는 500명 당 1명 꼴(0.2%)로 파악되고 있다. 지금처럼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0.01%로 보고됐다. 일반적인 선천성 기형아 발생률인 3~5%, 태아 시기 알코올에 노출돼 신경계 이상이 생기는 확률인 1%보다 낮은 수치다.


중요한 건 임신 기간 중 언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지다. 현재까지는 임신 12주 이내인 1기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돼 있다. 소두증 신생아 출산 임신부의 약 60%가 임신 1기, 약 14%는 2기(임신 13~26주)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26%는 노출 시기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지만, 의료계는 임신 26주 이후인 3기에는 상대적으로 소두증 발생 위험이 낮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메르스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는 보통 어린이나 노인에게 더 위험하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하거나 이미 앓고 있는 병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가 어린이나 노인이 특히 더 취약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임신과 무관한 성인이 걸리면 마치 독감에 걸렸을 때처럼 열이 나거나 눈이 충혈되거나 관절이 아프거나 몸에 발진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지카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 뒤 대개 2~14일 안에 시작된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1주일 정도 지나면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 이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임신부가 아니라면 사실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의료계나 제약사들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별도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다. 감염돼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해열제나 진통제 등 기존 약들로 적절히 치료하면서 푹 쉬면 대부분 회복됐으니 굳이 많은 비용을 투자해 신약을 개발할 필요성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고위험군인 임신부로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보건당국은 임신부가 최근 2개월 안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한 국가는 여행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달 2일 현재 과테말라와 베네수엘라, 브라질, 에콰도르 등 중남미 15개국과 키보베르데 등 아프리카 1개국이 유행국가로, 온두라스와 자메이카, 코스타리카, 볼리비아 등 중남미 11개국과 태국 등 아시아 1개국이 산발적 발생국으로 확인됐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임신부가 이들 국가를 방문해야 할 때는 방문 전 의사와 상담을 하고, 시판되고 있는 모기 기피제를 적절히 사용해 감염 위험을 줄여야 한다. 모기 기피제를 선택할 때는 태아에게 안전하다고 알려진 성분(DEET, Icardin, Clove oil, Citronella oil, Catnip oil, IR-3535 등)으로 제조한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야외 활동 중 노출된 피부나 옷에 허용량을 넘지 않도록 엷게 뿌리고, 눈이나 입, 상처 등에는 닿지 않도록 한다. 실내에 들어오면 발랐던 부위를 물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실내에서는 살충제를 활용하면 된다. 모기가 있으면 모기를 향해 직접 뿌리고, 모기가 눈에 띄지 않을 때는 어둡고 구석진 곳에 뿌려놓는다.





만약 임신부가 최근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 발생 국가를 방문한 뒤 2주 이내에 발열이나 발진, 관절통, 결막염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태아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양수검사로 감염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양수 내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자(RNA)가 발견되면 감염됐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의 주요 감염 경로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모기에 물려 혈액에 모기의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것이다. 메르스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처럼 환자의 침 방울을 통해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미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거나 감염된 사람과의 성적 접촉을 통해서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해외여행을 한 지 1개월이 지나야 헌혈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 혈액이 헌혈을 통해 유통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성적 접촉에 따른 지카 바이러스 전파에 대해서는 최근 지카 바이러스 확산국인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방문객과 성관계를 가진 사람이 감염된 미국 사례를 포함해 3건이 보고됐다. 워낙 사례가 적기 때문에 전파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영국은 지카 바이러스 발생국에 다녀온 남성은 귀국 후 증상이 없어도 28일간, 증상이 있으면 완치 후 6개월까지 콘돔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성관계 전파 관련 지침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지카 바이러스를 가장 많이 전파하는 모기는 이집트숲모기로 우리나라에는 살고 있지 않다.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모기가 실제 지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는 아직 없다.



글 / 한국일보 임소형 기자
(도움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제일병원 한국마더세이프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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