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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몸에 좋다는 잡곡밥을 먹을 사람이 따로있다고?

 웰빙 또는 참살이 열풍으로 잡곡밥을 챙겨먹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잡곡 판매량은 최근 몇 해 동
 안 해마다 10% 가량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잡곡밥은 콩이나 현미, 보리, 검정쌀 등 여러 종류의 곡식을
 한꺼번에 먹기 때문에 쌀밥보다는 더 골고루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특히 당뇨나 고혈압, 비만 등 각종 생활습관병이 있는 이들이 잡곡밥을 즐겨 찾는데, 모든 건강
 식품이 그렇듯 무턱대고 많이 먹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 신장질환 등 특
 정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잡곡밥을 자주 먹지 않는 것이 권장되며, 너무 어린 아이들은 잡곡밥이 쌀밥보다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냥 쌀밥보다는 잡곡밥에 무기질, 아미노산 등 더 많아


정제한 쌀보다는 현미나 콩, 보리 등을 함께 섞어 밥을 지어 먹으면 칼륨, 칼슘, 마그네슘, 철, 아연 등 다양한 미네랄은 물론 비타민 E나 비타민 B 등 비타민 군, 필수 아미노산 등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 특히 현미의 쌀겨 층과 씨눈에는 리놀렌산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이런 잡곡에는 또 섬유질도 더 풍부하게 들어 있어 장의 운동을 도와 변비 증상의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잡곡에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돼 있어 노화, 각종 대사성 질환을 줄이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수수와 팥에 이런 폴리페놀 성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잡곡은 소화도 천천히 되고 장에서 흡수도 정제된 쌀보다 느리므로 당뇨가 있는 이들의 경우 식사 뒤 갑자기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특히 수수와 기장은 혈당 상승을 일으키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장 기능 떨어지거나 어린 아이들은 잡곡밥이 해로울 수 있어


잡곡은 정제된 쌀보다 소화가 천천히 되는데 이런 점이 당뇨가 있는 이들에게는 이로울 수 있다. 그러나 위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잡곡의 장점만 보고 무턱대고 챙겨 먹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현미만 하더라도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섬유질과 씨눈이 있으니, 정제된 쌀로 지은 밥보다는 소화가 힘든 것이다.

이 때문에 위염이나 위궤양 등과 같은 위장 질환이 있거나 위장 기능이 떨어진 이들은 매끼마다 잡곡밥을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치아가 많이 빠지는 등 치아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들도 제대로 씹지 못해 잡곡밥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이전의 아이들도 위장 기능이 아직 덜 성숙해 있기 때문에 현미 등 잡곡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할 수 있다. 이때 증상은 배변이 고르지 않거나 설사를 하거나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헛구역질을 하는 것 등이다. 물론 식사를 피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이전 아이들에게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잡곡밥을 먹도록 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때 5~6가지의 잡곡을 한꺼번에 섞지 말고 콩이면 콩, 보리면 보리 등 한 가지만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신장 질환 있으면 잡곡밥은 피해야


여러 미네랄이 쌀밥보다 훨씬 풍부한 잡곡밥이 오히려 해로운 이들도 있다.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미네랄 가운데 잡곡밥에 들어있는 ‘인’ 성분이 쌀밥보다 더 많은데, 신장 질환을 앓고 있으면 이 인의 배출 및 재흡수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다한 인 섭취로 인한 증상은 몸의 부종, 관절통, 피부 가려움증 등인데, 신장질환자가 잡곡밥을 매끼마다 먹을 경우 질병이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돼 이런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잡곡의 열량도 만만치 않아 무턱대고 많이 먹으면 오히려 해

 

당뇨나 비만이 있으면 보리밥이나 각종 잡곡이 든 밥을 먹으면 당뇨나 비만 개선에 도움이 되며, 많이 먹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그릇된 생각들이다. 우선 잡곡밥은 쌀밥과 비교해 그 열량이 결코 낮지 않으며, 무엇을 섞느냐에 따라 오히려 높아지기도 한다.

참고로 보통 쌀밥 한 공기가 325kcal이지만 보리밥이나 강낭콩 밥은 350kcal, 검정콩밥이나 오곡밥은 375kcal 정도로, 잡곡밥이 쌀밥보다 25~50kcal 정도 열량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물론 소화되고 흡수되는 속도가 쌀밥에 견줘 느리지만, 위장 및 소장 기능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다 소화되고 흡수된다.


결국 많이 먹으면 그만큼 흡수된 열량이 늘어나 몸무게도 늘게 되며, 혈당도 올리게 된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무턱대고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잡곡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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