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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아이들의 편식 푸드 브릿지로 해결해보자




자녀의 편식 문제로 고민 중인 부모라면 ‘푸드 네오포비아’(food neophobia)와 ‘푸드 브리지’(food bridge)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푸드 네오포비아는 번역하면 ‘새 식품 혐오증’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의‘잡식 동물의 딜레마’란 책에서 언급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이가 익숙하지 않은 식품을 무조건 회피하는 것을 뜻한다. 대개 생후 7개월 무렵부터 시작되고 만 2∼7세에 가장 심해지며 그 후론 차츰 완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드 네오포비아는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picky eater)와는 다르다. 입이 까다로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요리해주는 등 비위를 잘 맞춰주면 먹는 데 반해 푸드 네오포비아 아이는 달래서 먹이기도 힘들다.  


어린이를 포함한 인류가 푸드 네오포비아를 갖게 된 것은 건강에 해롭거나 치명적인 음식을 섭취하지 않기 위한 잡식동물의 ‘자구책’일 수 있다. 


요즘 아이에겐 푸드 네오포비아가 필요하지 않다. 자칫 다양한 식품 섭취의 기회만 줄여 영양 결핍ㆍ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채소ㆍ과일 등 웰빙 식품에 대해 네오포비아를 보이는 것은 아이 건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네오포비아는 대물림하기 쉽다. 핀란드의 가족 28가구와 영국의 쌍둥이 468쌍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각각 66∼69%와 37∼66%에서 유전성이 관찰됐다. 채소 등을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의 어머니도 역시 새 음식을 싫어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녀가 네오포비아 성향을 보이면 새로운 음식을 제공할 때 아이가 익숙하거나 선호하는 향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특정 음식에 대해 얼굴을 찌푸리거나 불평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이는 부모와 형제ㆍ또래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해서다. 네오포비아 극복을 위한 전문적인 미각 교육도 필요하다. 


몇 년 전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칼로리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채소를 먹으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 꾀를 쓰라”는 기사가 실렸다. 


여기서 ‘꾀’가 바로 ‘푸드 브리지’(Food Bridge)다. 고칼로리 음식을 단번에 끊으라고 강요하지 않고, 조리법과 재료를 바꿔가며 몸에 좋거나, 최소한 덜 해로운 음식을 먹도록 단계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으로 바꾸기 위한 중간 ‘다리(bridge)’를 놓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푸드 브리지는 고열량ㆍ고지방인 패스트푸드를 선호하고 채소를 피하는 아이의 식성을 단번에 바꾸기는 힘들다는 전제하에 단계적으로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교량이다. 


푸드 브리지는 대개 ①채소와 친해지기→②채소의 간접 노출→③채소의 소극적 노출→④채소의 적극적 노출 순서로 이뤄진다. 


예로 시금치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①시장에서 아이에게 직접 시금치를 사게 하기ㆍ뽀빠이 이야기 들려주기ㆍ‘울트라 시금치’ 등 시금치에 별명 붙여주기 ②시금치로 초콜릿 쿠키 만들기 ③김밥에 시금치를 넣어 간식 만들기 ④프라이팬에 식용유ㆍ견과류를 함께 넣고 볶은 시금치 먹이기 등으로 다리 넷을 구성한다. 


당근을 꺼리는 아이라면 ①당근으로 글자를 파서 도장 만들기 ②당근 케이크ㆍ당근 피자 만들기 ③채 썬 당근을 단감ㆍ마요네즈 등 다른 재료와 함께 먹이기 ④달콤한 당근 정과나 고소한 당근칩 만들어 먹이기 등으로 진행한다. 




아이가 햄버거를 좋아한다면 햄버거 빵 대신 식빵을 이용해 샌드위치를 해주고, 다시 보리빵이나 호밀빵으로 바꾸는 것이다. 토마토에 바르는 마요네즈는 샌드위치로 옮겨오면서 슬쩍 생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양념 통닭이나 닭튀김을 좋아한다면, 우선 닭을 꼬챙이에 끼워 조리하는 전기구이 통닭으로 바꿔 먹이는 게 좋다. 가장 좋은 조리법은 닭백숙이다. 


자장면을 좋아하는 아이에겐 대신 우동을 권한다. 식빵에 달콤한 땅콩버터를 듬뿍 발라 먹는 아이에겐, 식빵 대신 사과에 땅콩버터를 발라 주고, 나중엔 사과만 준다. 


찐 감자에 버터를 넣어 으깬 ‘매시드 포테이토’를 좋아한다면, 먼저 찐 감자 대신 찐 고구마로 같은 요리를 해주고, 나중엔 찐 고구마를 찐 당근으로 슬쩍 바꾼다. 


탄산음료는 영양분은 전혀 없고 칼로리만 높다. 탄산음료 대신 과일맛 우유를 주다가, 적응되면 우유와 생과일주스로 교체한다. 




편식이 심한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려면 최소 15번 이상 노출해야 한다. 부모가 일찍 포기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단순히 보여주거나 냄새를 맡게 하기보다는 맛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대개 채소의 쓴맛과 물컹거리는 식감을 싫어한다. 맛보다 식감에 더 예민한 아이들도 많다. 


아이들은 칩처럼 바삭거리는 느낌을 좋아한다. 일단 채소와 친해지게 하려면 채소튀김 등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방법이다.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사이즈를 작게 하고 간을 싱겁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식성에 더 잘 맞는다.


채소를 감추는 것도 효과적인 푸드 브리지 수단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ㆍ햄버거 등에 채소를 살짝 끼워 넣으면 의식하지 않고 잘 먹는다. 양파를 옥수수 수프에 넣거나 당근으로 주스를 만들거나 시금치를 볶음밥ㆍ햄버거 등에 넣는 것이 좋은 예다. 




아이와 함께 채소를 가지고 흥미로운 놀이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에게 ‘나는 당근이에요’라는 역할을 맡겨보라. 아이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채소에 대한 역할극을 스스로 구성해가면서 해당 채소와 친해진다.


주말농장 등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보게 하고 마트에서 함께 채소를 쇼핑하며 조리에 직접 참여하게 하는 것도 아이들의 채소 기피증을 완화한다. 


푸드 브리지를 실시하면서 주의할 점도 몇 가지 있다. 

첫째, 당근 등은 어린아이의 목에 걸려 질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아이들이 특정 채소를 혐오하는 수준이라면 강요해선 안 된다. 그러면 해당 채소를 평생 피할 수 있어서다. 

셋째, ‘이 채소를 안 먹으면 OO가 돼’ 등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백해무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