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는 무궁한 가능태다. 기둥으로, 책상으로, 땔감으로도 열려 있다.
통나무는 자신을 누구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쓰임이 무궁함을 아는 까닭이다.
천만금의 무게도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는 것은 통나무가 품은 무한한 가능성이 스스로를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품지 않으면 뿜어내지 못하고, 차지 않으면 넘치지 못한다. 인간은 결코 머물지 않는다.
늘 어디론가 향하고, 무언가로 되어간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무궁한 가능태’다.
인간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만물은 변해간다. 화석조차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바위도 실은 어제의 그 바위가 아니다.
세상에서 번하지 않는 것은 오직 하나, 만물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에게 곡절이 많은 것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 역동성 때문이다.
전진하든 후퇴하든, 좌로 가는 우로 가든 인간은 결코 그 자리,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통나무는 미완성의 가능성이다. 통나무는 스스로를 ‘무엇’으로 가두지 않는다.
자신의 쓰임새가 무궁함을 아는 까닭이다. 흙으로 길을 만들고, 집을 짓는다.
잘 빚으면 명품 도자기가 된다. 헝겊이 명품 가방이 되고, 쇠붙이가 반도체가 된다.
누구는 막대기를 감 따는 장대로 쓰고, 누구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지팡이로 쓴다.
또 누구는 거대한 바위를 들어 올리는 지렛대로 쓴다.
씨앗에는
신비한 생명이 있다
인간은 씨앗이다. 많은 곳으로 열려 있는 존재다. 무궁한 가능성을 품은 큰 씨앗이다.
씨앗에는 신비한 생명력이 있다. 맹자는 “오곡은 곡식 중 으뜸이지만 여물지 않으면 비름이나 피만도 못하다”고 했다.
넘치게 쓰려면 채워야 하고, 높아지려면 토대가 단단해야 한다.
영글지 못한 씨앗은 싹을 틔우지도, 꽃을 피우지도, 열매를 맺지도 못한다.
석과불식(碩果不食), 큰 과일은 먹지 말고 종자로 쓰라고 했다.
씨앗은 세월을 익혀야 열매가 된다. 맹자의 사단지심(四端之心)은 씨앗이다.
측은한 마음은 인(仁)의 씨앗,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씨앗이고, 부끄러운 마음은 의(義)의 씨앗,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은 지(智)의 씨앗이다.
맹자는 그 선한 씨앗들을 끄집어내 인의예지의 ‘선함‘을 키우라고 한다. 씨앗이 제구실을 하려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야 한다.
그게 진짜 영근 씨앗이다.
착한 말은 절반쯤 영근 씨앗이고, 발로 행하는 실천은 진짜 영근 씨앗이다.
세상사 모두
가꾸는 것이다
쇠꼬챙이만한 토막보다는 세상을 품은 통나무가 돼라.
무궁한 가능성을 잉태한 통나무, 두루 쓰이는 통나무, 뭔가에 갇히지 않는 통나무가 돼라.
우리 모두는 커다란 통나무, 위대한 씨앗이다. 무엇으로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당신은 근사한 씨앗이다. 신비한 생명이 있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위대한 씨앗이다.
누군가 “인간은 신의 위대한 씨앗을 품고 있다“고 했다. 신의 위대한 씨앗이 설마 쭉정이일리야 있겠는가.
한데 게으른 자는 싹을 틔우지 못한다.
설령 영근 씨앗을 품고 있다해도 싹을 틔우지도, 꽃을 피우지도 못한다.
마음에만 품고 있는 인(仁)은 진짜 어짊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이 물었다. “어느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는 데 갈길이 급해 그냥 지나치면서 마음 속에 불쌍함이 있다면 그 마음속 깊은 곳을 헤아려 그 사람을 인하다 할 수 있겠느냐?”고.
행함이 빠진 설교는 대부분 구두선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악마는 인간 낚시에 여러 미끼를 쓴다. 하지만 게으른 자에게는 미끼도 필요 없다.
그건 찌만 던져도 물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으른 자는 늘 주위의 유혹에 쉽게 혹한다는 뜻이다.
세상사
모두 가꾸는 것이다.
씨앗은 정성스레 심어야 열매를 맺고, 인간의 관계는 마음을 쏟고 시간을 들여야 단단해진다. 건강도 가꿔야 한다.
몸은 분주히 움직이고, 마음은 고요히 머물면 육체와 영혼이 건강해진다.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키면 보약이 되고, 덕을 담은 말에서는 향기가 난다.
우리 안에 있는 위대한 씨앗을 어떻게 다룰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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