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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비타민C 보충제보다는 껍질째 먹는 사과 하나가 낫다



비타민C의 효능에 대한 찬양은 이젠 너무 익숙한 풍경입니다. 하루가 멀다고 비타민C의 효과를 칭송하는 노래가 들려옵니다.


"비타민C, 체내 발암물질 생성 막아 '건강수명' 연장에 도움", "비타민C, 혈압 완화 효과", "비타민C 결핍은 뇌 내 학습과 기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비타민C, 치주염 예방 효과", "초고용량 비타민C 복용하면 감기 짧게 앓는다", "비타민C, 암 줄기세포 죽인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이런 예찬은 거의 제약회사나 건강보조식품 회사들이 만든 비타민C 보충제를 복용하면 좋다는 암시를 주면서 끝을 맺기 일쑤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영양학회가 권장하는 하루 비타민C 섭취량은 100㎎인데, 일반 음식으로 이런 권장량을 섭취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사실입니다.


사과 100g에 들어있는 비타민C가 5.7㎎인 점을 고려할 때 하루 1,750g의 사과를 먹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파는 비타민C 보충제나 건강보조식품을 사 먹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비타민C를 식품이 아닌 보충제 형태로 복용하는 것은 암 예방 등 건강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명승권 교수팀이 국제학회지에 발표된 임상시험 논문 7건(대상자 총 6만 2천619명)을 메타 분석한 결과가 대표적입니다.메타분석이란 관련 연구 논문들을 종합해 다시 분석하는 연구 방식을 뜻합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비타민C 보충제를 복용한 실험 대상자와 위약(placebo)을 복용한 실험 대상자의 암 발생률, 암 사망률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나아가 비타민C를 단독으로 투여하든, 다른 보충제와 함께 투여하든 비타민C 용량, 복용 기간, 암 발생률·사망률, 성별, 흡연 여부 등과 암 예방은 관련이 없었습니다.



2000년에 최고 권위의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미국 코넬 대학 연구에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코넬대학 연구팀은 껍질이 있는 사과 100g의 항산화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놀라웠습니다. 사과 100g에 들어있던 비타민C는 겨우 5.7㎎에 불과했지만, 항산화 효과는 고용량 비타민C 보충제 1,500㎎의 항산화 효과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사과 속 비타민C는 비타민C 성분만 따로 떼어내서 만든 보충제보다 항산화 효과가 무려 263배나 더 높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연구팀이 분석한 사과 100g의 암세포 억제 능력도 57%에 달했습니다. 고용량 비타민C 보충제 1,500㎎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효과입니다. 이런 연구결과는 특정 성분만 따로 떼어낸 보충제는 그 성분이 원래 들어있던 음식의 효과보다 훨씬 낮아진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명승권 교수는 "천연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채소 등을 자주 섭취하면 암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는 많지만, 음식이 아닌 보충제 형태로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임상시험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다"라며 "일각에서는 비타민C 보충제를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된 바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문헌: '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 조동찬 지음. 팜파스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