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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개인 정밀 의학' 어디까지 왔나?



개인의 환경, 유전, 생물학적 특성 등을 고려한 질병의 세분화를 통해 개인의 상황에 따른 질병예측 및 예방, 맞춤진료 그리고 환자의 의사결정 참여에 방점을 둔 의학을 정밀 의학이라고 한다.



의학자들이 참여하는 큰 학술대회에서 한 환자가 기조강연을 맡았다의대 교수 등이 담당하던 기조강연을 환자가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강연이 끝나자 2,000명이 넘는 청중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답례를 보냈다말기 암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 나선 자신의 참여와 환자동호회가 결정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참여 의료의 한 단면을 보여준 강연이다.


이렇듯 4P(참여;pariticipatory 예측;predictive, 맞춤;personalized 예방;preventive) 의료의 첫 번째 관문은 참여(주치의와 소통을 전제로 한 참여)현재 보건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와 의사 간의 소통이다.



참여란 의사가 환자의 생각을 알아내고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태에 맞춰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그렇다면 환자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내는가소통 밖에는 방법이 없다의사와 환자가 각자의 관계망을 통해 소통에 동참해야 이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와 의사가 권위적 관계에서 벗어나 동반자친구 관계가 돼 가고 있다실제로 많은 환자가 그들의 건강에 대해 알고의학적 결정에 참여하고 싶어 하며, ‘의료인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얻는다고 느끼는 환자들이 의료행위에 대한 관여도와 만족도가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의 의사결정 동참(shared-decision making)에 관련한 연구도 활발하다의료정보 및 기술의 발달은 사회적 관계망(이하 SNS)을 활성화했고이를 통해 집에서도 사실상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똑같은 항암치료를 받은 암 환자라도 SNS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SNS를 활용하면 진료시간에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환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서 의사-환자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암 걱정돼

유방 절제하는

것이 예방의료?


환자-의사 관계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예방(Preventive)의료에 눈높이를 맞추는 쪽으로 시선의 방향을 맞추고 있다.예방 의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세계는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두 번째 4P의 예방적 의료는 건강한 사람에게서 유전적 소인이나 환경적 영향을 미리 확인해 가능한 조기에 병을 예방발견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현대의료의 추세를 반영한다.


56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어머니를 난소암으로 잃은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테스트 결과 자신이 유방암 및 난소암 발병과 관련 있는 BRCA 유전자1돌연변이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음을 알게 됐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5%, 난소암 환자의 10~15%에서만 발견되지만이 흔치 않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평생에 걸쳐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약 55~65%인 것으로 알려졌다졸리는 아직 건강한 상태였지만 암에 걸릴까 두려워하며 살기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미리 양쪽 유방 절제술을 받는 것을 선택했다.

 

이러한 유명인의 다소 충격적인 고백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는데개인 유전 정보의 의학적 해석과 그에 따른 예방적 조치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쟁과는 별개로 유전자 정보의 의학적 활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크게 높이게 된이른바 안젤리나 효과 (Angelina Effect)를 일으켰다.

 

누구를 위한

맞춤 의료인가?


다양한 임상데이터와 유전체 정보를 근거로 한 맞춤의학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이것이 4P  ‘맞춤의료;Personalized’개인의 유전자 정보에 근거해 최적의 약물과 복용량 등을 결정해주는 것으로 이미 의료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자궁경부암 백신처럼 예방적으로 백신을 투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적극적으로는 출생 시나 일정 나이 때 미리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유전적 소인과 위험인자를 찾아낸 후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변화시키면서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암은 유전체 의학을 활용한 조기진단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많은 임상 현장에서 환자 개개인별 유전 정보에 기반을 둬 환자에게 가장 안성맞춤인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기존의 치료법은 특정 질환의 모든 환자에게 같은 약물을 처방하는(One size fits all)`방식이었지만맞춤형 치료는 해당 환자가 특정 약물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해 개인에게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맞춤 의료는 곧 치료에 있어 환자의 입장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맞춤 의료를 시행한 후 객관적인 의학검사를 통해 개선된 수치도 중요하지만환자가 그렇지 않다면 좋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맞춤 의료에서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환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게 치료 계획을 같이 짜는 것이다.

 

유전자 아닌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 의료의 한계는?


4P 의학에서 기대되는 것은 개인이 참여해서 만드는 빅데이터와 유전정보에 근거해 질병을 예측(predictive)하는 것이다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인해 헬스케어 지출이 높아지고 있고 이 중의 상당 부분은 당뇨병비만심장질환 등의 만성질환 치료와 관리에 쓰이고 있다.



만성질환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의료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질병 예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예후를 예측하는 많은 연구와 노력이 계속 시도되고 있지만, 4P 의학에서 연구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 유전적 변이 빅데이터는 70% 이상이 백인의 것이다.

 

최근 백인 혈통을 가진 사람들의 유전적 증거를 바탕으로 개발된 표적 치료법과 이 인종에게서 수행된 임상시험이 다른 인종그룹에 처방된다면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연구진들은 강조하고 있다그래서 사실상 유전체 기반의 정밀 의학은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아직은 불완전한 정밀 의학을 공공정책으로 펼치려는 최근의 DTC 유전자 검사의 상업적 활용을 둘러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따라서 오늘날의 개인 맞춤-정밀 의학을 미래의 더 나은 의학으로 발전시키려면 모든 수준의 생의학 연구에서 다양성 구현이 필수적이다.

 

유전자 검사를 받은 소비자가 부적절한 치료법을 시도할지도 모르고인간에게는 “모를 권리(the right not to know)”도 존중해 줘야 하는데 유전적 변이를 알게 되면서 생기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는 FDA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4P를 기반으로 한 정밀 의학의 과학적 오류와 의학적 남용을 막기 위한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마련하고 의료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