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유도 영웅,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와 세계적인 프로 골퍼 ‘슈퍼 땅콩’ 김미 현 부부. 이들 부부가 말하는 걷기의 매력. 부부의 결혼 생활. |
우리 부부가 먹고 사는 법
최고의 스포츠 스타 부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2008년 12월 결혼한 후 슬하에 16개월 된 아들 예성군을 두고 있는 이원희-김미현 부부. 어느덧 결혼 3년 차 부부로 발전한 이들을 막바지 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3월 5일 용인대학교에서 만났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이원희-김미현 부부는 연상연하 커플이다. 김미현 선수가 네 살 많다.
그런데 부부를 보고 있노라니 이원희 선수가 어쩐지 오빠처럼 느껴진다. 이 선수에게 더 연상 같다고 했더니 “ 그런가요? 와이프가 워낙 자기 몸을 못 챙겨요. 그래서 감기도 자주 걸리고요 ” 라고 한다.
“ 미안하게도 제가 성격도 그렇고 다른 아내들처럼 신랑을 잘 챙겨주질 못해요. 신랑이 워낙 꼼꼼해서 저를 챙겨주는 편이죠. 저는 먹는 것도 떡볶이, 피자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입맛이 아직 덜 컸다고 신랑한테 잔소리 듣고 살죠. 자상한 신랑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 김미현 선수는 각종 대회와 훈련 탓에 집에서 남편을 위한 요리를 자주 못 하는 대신 독창적인 메뉴로 승부한다.
이선수의 귀띔에 의하면 먹다 남은 킹크랩을 넣어 만든 된장찌개, 횟감으로 사온 도미로 끓인 매운탕 등이 그것이다. 부부는 요즘 특별한 보양식은 먹지 않고 일반적인 식단 외 종합비타민, 오메가3-6 배합 제제 정도를 챙겨 먹는 정도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단, 특히 이 선수는 군것질은 물론 커피, 인스턴트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남자 선수들은 평소 고기도 몇 인분씩 뚝딱 해치울 것 같은데 ‘소식’ 을 한다. 아이큐가 148로 알려진 이 선수는 배가 부르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느낌이라 싫단다.
“ 내가 먹은 음식이 그대로 내 몸이 되는 건데 좋은 음식을 가려서 먹다 보면 몸이 달라지거든요. ”
이원희-김미현 부부가 말하는 걷기의 매력
“ 저희는 여러 운동을 하지만 운동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게 걷고 뛰는 거잖아요. 저는 그중에서도 뒤로 걷기, 뒤로 뛰기가 참 좋은 것 같아요. 뒤로 걸으면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니 몸의 밸런스가 맞춰지고 집중력 등 인지 기능 발달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무릎 관절 아픈 분들에게 뒤로 걷기가 도움이 된다 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살을 빼기 위해서는 빨리 걷거나 뛰는 게 좋지만 잘못하면 무릎에 바로 부상을 입을 수 있어요. 조금씩 근력도 함께 키우면서 해야 해요.
무엇보다 평생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겠죠. 특별히 살을 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평상시 내 몸이 좋아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걷기 좋은 코스로 추천하는 곳은 올림픽 공원이에요. 경치도 좋지만 산책 삼아 걷더라도 언덕이 적당히 있어 운동 효과가 크거든요. 또 다른 곳은 석촌호수요. 선수촌 생활할 때 가까워서 자주 다녔는데 사색하며 걷기에 참 좋더라고요. ”
이 선수는 선수 시절 발목, 무릎 부상으로 아직 재활 치료 중이라 강도 높은 운동보다는 천천히 산책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이리저리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많게는 4~5킬로씩도 걷게 되고 고민거리가 있을 땐 머리도 가벼워지니 이게 바로 걷기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한다고. 18홀을 다 돌다 보면 하루 7~8킬로씩 걷게 되는 김미현 선수는 어느 인터뷰에서 ‘골프는 삼각형의 운동’ 이라는 말을 했다.
골프 경기 때 마음이나 체중이 밑으로 내려갈수록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반대로 긴장과 부담으로 마음이 들뜨고 머리까지 들면(헤드업) 역삼각형 상태가 되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 원리는 걷기에도 적용된다. 힘차게 걷다 보면 무거웠던 머리가 비워지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김 선수는 아이쇼핑을 좋아해 동대문 시장, 패션몰, 로드숍 등을 걸어 다니는 걸 무척 좋아한다고 이 선수가 귀띔한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학생, 직장인들이 들으면 솔깃해할 만한 정보도 덧붙였다. “ 걷는 게 뇌 운동을 활성화해 아이디어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외국의 한 회사는 러닝머신을 갖다 놓고 걸으면서 회의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걷기와 회의,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융합의 시대에 걸맞은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요? ”
준비된 지도자, 준비된 아빠 이원희 선수
프로 골퍼로 활약하며 재작년부터 인천에서 ‘김미현 골프월드’도 운영하고 있는 김미현 선수는 이날 미 LPGA 투어를 위한 출국을
이틀 앞둔 상태라 인터뷰 중 먼저 일어났다. 대신 무뚝뚝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조리 있게 말을 잘하고 박식함이 돋보이던 이원희 선수로부터 솔직하고 진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해설가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한 이원희 선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도 5개 부문(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석권) 그랜드슬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모교인 용인대 유도지도과 교수로 임용되며 유도대 사상 ‘최연소 교수’ 라는 타이틀까지 생겼다.
81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서른하나, 제자 중엔 교수님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도 있다. 나이에 비해 앳되고 패기만만한 그를 보면 아직은 선수라는 호칭이 더 어울려 보이지만 그는 지도 교수의 길을 걷고자 꾸준히 준비해왔다.
“ 본이 되어야 누구를 가르칠 수 있는 건데 사실 부담이 많이 되죠. 그래도 제가 선수로 직접 뛰었던 만큼 후배들이 뭘 고민하는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로 알수 있잖아요. 문제가 있으면 정확히 파악하고 그걸 해결해야 발전할 수 있는 건데 선수들은 본인 스스로는 문제 파악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심지어 세계 대회 1등 한 선수들도 몰라요.
무조건 열심히 해서 메달을 따긴 했는데 자기가 잘한 게 뭔지 뭐가 잘못된 건지를 모르는 거예요. 자신도 너무 답답한 거죠. 그러니까 한번 슬럼프가 오면 계속 헤매는 거예요. 모든 경기가 그렇겠지만 유도는 특히 전략적으로 생각을 안 하면 잘할 수가 없어요. 제가 오랫동안 연구해서 깨달은 노하우를 앞으로 제 후배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사명감을 느껴요. ”
권성세 전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 오늘 실수를 내일 하지 않는 공부벌레다 ” 는 말을 듣기도 했던 노력파 이 선수의 두뇌 플레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는 기술은 항상 극찬의 대상이었다. 이제 그에게 유도 기술을 이어받을 후배이자 제자들이 앞으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올 것이다.
이원희 선수는 아들이 태어나기 전 ‘아버지 학교’ 에 직접 등록해 예비 아빠로서 마음가짐을 다지기도 했다. ‘좋은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 그는 초등학교 때 반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아이였는데 이를 안 아버지가 그를 유도장에 데리고 가면서 유도에 입문했다고 한다. 여느 부모들처럼 싸우고 다닌다고 혼내는 게 아니라 재능을 알아보고 키워준 것이다.
그는 관심 있게 본 책의 내용이기도 하다면서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 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자식에게 부모 욕심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말도 함께.
부부의 올해 계획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닭살 커플 시절 일화들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래서 이 선수에게 ‘결혼 후 부부 사이가 혹시 변한 건 없느냐’ 는 질문을 살짝 던져 보았다.
“ 신혼이 따로 없긴 한데 아내가 좀 변했어요. 예전에는 저한테 굉장히 잘했는데 소홀해졌다고 할까요? 애 낳고 난 뒤론 아들이 더 중요해진 것 같고…. 아내가 결혼하고 출산한 뒤로 경기 성적도 잘 안 나오고 해서 많이 힘들 거예요. 제가 이해해야죠. 이런 말이 있잖아요. 상대를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먼저 변하라고. 그게 사랑이라고, 결혼한 후로 이 말의 의미를 점점 깨달아가고 있어요. ”
많은 시간을 미국과 한국에서 떨어져 보내야 하는 부부는 올해 말 중대한 계획이 있다. 바로 둘째를 가질 예정. 자식을 다섯은 두고 싶다는 이 선수는 그러나 김미현 선수가 둘만 낳길 원한다며 이번 기회에 쌍둥이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이들 부부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올림픽공원에는 최대 4.3km 에 이르는 걷기 좋은 5개 코스가 조성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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