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임에 몇 해 전 가입했었습니다.
그중에는 유명한 성우도 있었고 탤런트, 국어선생님 연극배우도 계셨지요. 모두가 없는 시간을 쪼개서, 보이지도 않을 손짓, 몸짓 연기까지 섞어가며 재미있게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자, 오늘은 여기 까지! 다음 주에 계속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우렁찬 박수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고맙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봉사자는 유명 성우도 탤런트도 배우도 아닌 칠순의 할머님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도착할 시간이면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 서 있기까지 했습니다.
언제나 두툼한 돋보기를 걸치고 책을 펼쳐들어 '안경 할머니'로 불리는 할머니.
“ 어디 보자… 내가 어디까지 했더라…음… 그래 여기다!”드디어 할머니의 책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도착한곳은 추억의 나라였어요. 그곳에는 치르치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고 계셨어요. 앗! 할아버지 할머니닷! 미치르가 외치는 소리에 졸고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눈을 떳습니다.”
“하,하,하… 와, 재밌다. 할머니,최고!”
돋보기를 써도 글씨가 잘 안보여 더듬거릴 텐데… 잇새로 바람이 새서 발음도 정확하지 않을 텐데… 노인 냄새도 날 텐데… 다른 봉사자들은 안경 할머니의 인기비결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대체 왜들 안경할머니를 좋아하지?”
“그러게…”
그런데, 사람들의 대답은 참 간단했습니다.
“안경 할머니가 왜 그렇게 좋으세요?”
“아, 예… 그거야 할머니는 늘 손을 꼭 잡고 책을 읽어 주시거든요.”
“아… 예… 그렇군요.”
시각 장애인들에게 책 속에든 몇 줄의 정보, 몇 줄의 지식보다 더 값진 것은 할머니의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임혜란/경기도 구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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