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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전립선암, 황제의 암에서 평민의 암으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최근 93세 생일을 맞았다.

  남아공에서는 그의 생일을 기념하여 93개의 나무를 심고, 초등학생들이 아침 조회 시간에 일제히 만델라를 위해 축하 노래를 부르는 등 거국적인 행사를 치뤘다. 그는 잘 알려지다시피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아프리카의 위인이다. 

  만델라는 그 이유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지는 그가 쓴 ‘자유로의 긴 여정’을 20세기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은퇴 후에 새로운 싸움으로 긴 여정을 보내고 있다.

 

 2001년 전립선암이 발견된 것이다.

 자유로의 투쟁은 23년간의 감옥 생활에서 절정을 이뤘지만, 전립선암과의 투병은 7주간 방사선 치료로 간결하게 마쳤다.

 

 2003년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은 만델라 사망 소식을 내보냈다.

 사망에 대비해 미리 제작된 그의 일대기가 방송 사고로 나간 것이다. 물론 오보였다. 그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그가 전립선암 환자였고 고령이었기에 오보는 세상 사람들에게 그럴듯하게 들렸다.

 

 2007년, 불순한 우익 단체들은 만델라가 죽었다고 날조된 이메일을 뿌려댔다.

 만델라 장례식 이후에 백인 남아공 사람들이 학살되고 있다고도 했다. 모두 거짓이었다. 그 당시 만델라는 모잠비크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이처럼 만델라의 건강은 많은 이의 관심사다. 그는 2004년에 모든 공적인 생활을 접고 은퇴했다.

 이후 그는 가족과 편하게 지내길 원했다. “나한테 전화하지 마라, 내가 전화하겠다. ”고 말할 정도로 진정한 은퇴에 대한 그의 의지는 컸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건강은 은퇴 후 점점 악화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노인성 치매로 고생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올해 들어 만델라는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지난 1월에는 결국 요하네스버그의 병원에 입원하고야 말았다.

 비록 대외적으로는 일반적인 건강검진을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미디어가 그의 건강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탓에 만델라가 폐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다행히 폐렴은 치료가 잘 되어 그는 며칠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이제 그의 나이 93세다. 그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립선암이 그의 생명을 단축하게 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전립선암 발병은 벌써 10년이 흘렀다.

 대다수의 전립선암이 천천히 진행하고 ,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에 잘 듣기에, 만델라의 전립선암도 이 위대한 인물의 생명을 갉아먹진 않았다.

 

 전립선은 회음부 바로 안쪽, 남자의 방광과 음경 요도가 이어지는 부위 뒤쪽에 달라붙어 있다. 무게는 약 20g으로 호두알만 하다. 정액의 30%를 생산하고 정자에 영양을 공급한다. 전립선 내부를 현미경으로 보면 스펀지 같은 모양으로 작은 샘 조직이 벌집처럼 모여 있다. 여기서 배출되는 전립선액은 강(强)산성인 질 내부를 중화시켜 정자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준다. 정자의 후견인인 셈이다.

 

 

 

  최근 고령인구가 늘면서 전립선에 암발생이 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립선암 환자는 4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전립선은 고령자의 암이다. 전립선암은 또한 많은 유명인이 암 치레를 했기에 황제의 암으로도 불린다.

 프랑스 전 대통령인 프랑수아 미테랑, 배우 로버트 드 니로, 전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미 국무장관 콜린 파월, 중국 덩샤오핑 등이 전립선암 대열에 합류했다.

 

 전립선암은 고기 등 육류 섭취를 많이 하는 서구인에게 흔한 암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고기 맛을 보면서, 전립선암에 많이 걸리고 있다. 한국인들이 황제의 암과 서구의 암에 많이 걸린다는 것이 묘하다.

 

 전립선암은 피검사로 전립선암 수치(PSA)를 정기적으로 체크하면 대다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피검사 비용도 몇천 원 수준이다. 황제의 암 명성과 달리, 간단하고 저렴한 검사로 암 발생 신호를 잡아낼 수 있다.

 

 전립선암은 이제 국가와 인종과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지 않는다.

 령사회에서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평민의 암’이 됐다.

  황제가 요즘의 현대인에게 포고령을 내린다면, 이럴 것이다.

 

  '일반 백성은 편안한 노년을 위해 전립선암 조기 검진을 게을리하지 말지어다.'

 

 

 

 

 

김철중 /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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