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가운데, 선선한 날 건강과 차별을 넘어선 일대 전기의 영화부터 소개하고 싶다. <대단한 유혹, 2003>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거짓말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순박한 섬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 한 명의 의사를 유혹하기 위해 기발한 연극을 꾸민다는 설정의 영화다. <대단한 유혹>은 신선하고 활기찬 ‘캐나다산’ 휴먼 코미디 영화다.



‘에로 영화’ 코너에나 어울릴 법한 영화 제목 <대단한 유혹>. 영화의 제목만 알고 온 분이 있다면 야한 영화를 기대하지 마시라. <대단한 유혹>의 배경이 되는 퀘백 주의 생 마리 섬은 불어를 쓰는 캐나다 내 불어권 지역일 뿐이다.


그리고 권력, 병원과 전체주의로부터의 자유를 그린 명화 세편이 있다.


첫째, 패치 아담스. 단순한 병과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을 치료하는 것, 환자의 병명을 볼 것이 아니라 이름을 불러줄 것. 이런 생각은 의대 교수들의 엄숙주의와 일대 접전을 치르는데, 우리 현실에서도 충분한 논쟁거리가 될 만하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고, 몇 년전(2014) 자살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명연기를 볼 수 있다.



두번째는 뻐꾸기둥지로 날아간 새. 정신병원이라는 우화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미국이라는 구조, 정신병원이라는 구조에서 두 개의 축이 교차로 전개되는 영화다. 구조가 잘못된 걸 알지만 그곳에 적응하면 어느 순간 날개를 펴는 법을 잃게 된다.


비슷한 영화인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1971),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붙였던 부제처럼 악은 이처럼 모든 인간에게 평범하고도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인간은 선과 악 사이에서 조율의 정도를 가늠하고 어정쩡한 선택을 할 뿐이다.


보상이 없다면 선을 행하지 않는다는 말은 뒤집어 말하면 처벌이 있다면 악을 행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보상이 없더라도 선을 행하며, 처벌이 없더라도 악은 행한다.



셋째는 닥터 지바고. <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뒤를 이어 명장 데이비드 린이 다국적 자본으로 만든 또 한편의 대작.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원작을 바탕으로 혁명의 격랑기에 실려간 시인 지바고의 삶과 사랑을 낭만적이고 비극적인 정조로 꾸며냈다.


소설이 혁명과 예술가의 운명을 병치시켰다면 영화는 아름답지만 불행했던 사랑이야기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낭만적인 이야기를 유장한 호흡으로 옮겨 고전적 영화미의 정점에 오른 작품이다. 



의료인으로서 일대기를 그린 닥터 노먼베쑨과 체게바라 영화는 각각 닥터 노먼베쑨(2006)과 체게바라뉴맨(2010)으로 우리에게 다시 다가왔다. 


역사적으로 의사들이 인도주의적인 의료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다. 노먼 베쑨은 스폐인 내전과 중국혁명에 참가, 혁명가들을 치료하다가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고, 슈바이처는 철학자와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깨끗이 버린 채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인을 위해 일평생을 헌신했다.


장기려 박사는 영세민과 행려병자들을 위해 무료진료소를 세우는 등 1995년 죽는 그날까지 인술을 베푼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에 만들어진 영화 중 이들 영화는 길이 기억될 휴머니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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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는 SF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유전자로 신분이 결정되는 가상의 미래사회에서 열성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이 유전인자로 신분을 위장해 우주항공사의 꿈을 이루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영화 제목인 ‘가타카(Gattaca)’는 DNA의 염기서열인 아데닌(Adenine), 티민(Thymine), 구아닌(Guanine), 시토닌(Citonin)을 조합해 만든 단어다. 


영화 속 미래사회는 출생 과정에 따라 인간을 두 계급으로 분류한다. 성관계를 통한 자연 출생자는 열성인자를 가진 ‘부적격자’이고,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는 우성인자를 가진 ‘적격자’로 구분된다. 영화 속 미래사회에서는 태아의 유전자를 분석해 예상 수명과 미래의 질병, 성격 등을 출생 전에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의학기술을 이용해 인공수정으로 부정적인 유전자를 미리 제거할 수 있다. 



부모의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고, 근시와 정신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높으며, 예상 수명은 서른 살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우주항공사 시험에서 탈락한다. 열성인자를 가진 부적격자가 얻을 수 있는 직업은 청소나 경비 같은 단순노동직 뿐이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빈센트는 유전자 브로커를 찾아가고, 그를 통해 우성인자를 가진 제롬(주드 롬)을 만난다. 전직 수영선수인 제롬은 완벽한 유전자를 가졌지만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빈센트는 제롬의 도움으로 다시 우주항공사에 도전한다. 제롬의 혈액과 타액, 지문, 머리카락, 소변 등은 물론이고, 왼손잡이 연습과 키를 늘리는 수술까지 감행하며 완벽하게 제롬으로 신분을 위장한다. 


우주항공사가 되려면 유전자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탐사하는 임무는 단순히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랜 우주비행을 견뎌낼 강인한 체력과 의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빈센트는 비록 다른 사람의 유전자를 빌려 우주항공사가 됐지만, 타이탄 탐사를 앞두고 모든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는다. 영화 ‘가타카’는 열성인자를 타고났지만 우주항공사의 꿈을 이루는 빈센트를 통해 타고난 유전자가 아닌 의지와 노력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가타카’ 속 미래기술은 20년 전만 해도 허무맹랑한 공상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전자 기술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약품 개발부터,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자르고 붙일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에 이르기까지, 미래를 바꿀 첨단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기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지난 2006년 문을 연 ‘23앤드미(23andMe)’는 미국의 개인 유전정보 검사 업체다. 2013년 타액 샘플과 99달러(약 11만 원)만 내면 각종 질병과 약물 순응도 등 약 240여개의 유전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내놔 주목받았다. 


23andMe DNA 검사 키트 ⓒ2008. tara hunt @flickr


영화 ‘가타카’처럼 타액만으로 유전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를 거치지 않고도 편리하고 저렴하게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종전에는 의료기관을 통해 고액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유전자 검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23앤드미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민간 기업의 유전자 검사 정확도가 검증되지 않았고, 소비자가 검사 결과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미국 FDA는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등 10가지 질병의 DTC 검사를 23앤드미에 허용했다. FDA가 병원이 아닌 민간 업체에 유전자 검사를 승인한 최초의 사례다. 


DTC 검사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의뢰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인터넷이나 편의점에서 199달러(약 22만 원)를 내고 유전자 검사 키트를 구매해 타액을 보내면 6~8주 뒤에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6월 민간 업체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허용됐지만, 혈당이나 혈압, 체질량지수 등 기본적인 신체조건 분석만 가능한 상황이다. 




유전자 검사 대중화는 적극적인 질병 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대표적이다. 2013년 유전자 검사를 받은 그는 유방암 원인 유전자인 브라카(BRCA1)의 돌연변이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퍼센트임을 확인하고 유방을 미리 절제해 암 발병률을 5퍼센트대로 낮췄다. 


유전자 검사가 대중화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의 미래 질환을 알게 되고, 미리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등을 바꿔 발병률을 낮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한 환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에 다른 맞춤형 치료와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의학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첨단기술은 일명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 기술이다. 크리스퍼(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는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지해 해당 부위의 DNA를 절단하는 제한효소를 말한다. 마치 가위처럼 원하는 곳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낼 수 있다. 


크리스퍼 기술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그중 하나는 멸종위기에 놓였거나 이미 멸종된 생물을 복원하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더운 나라 인도에 사는 코끼리의 DNA를 변형해 극한의 추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바꾸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은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19세기에 멸종한 여행비둘기를 되살릴 방법을 알아내고 있다. 


이와 반대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등 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이 더는 번식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하는 기술이나, 광우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 등도 연구되고 있다. 



동식물 품종 개량에도 크리스퍼 기술은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필수 미네랄과 단백질의 흡수를 떨어뜨리는 피트산(phytic acid) 함량을 낮춘 옥수수, 정자나 난자 어느 쪽으로도 변할 수 있는 미성숙 세포인 닭의 원시생식세포를 변형해 알레르기를 없앤 달걀, 근육 발달을 막는 마이오스타틴(Myostatin) 유전자를 제거해 단백질 함량은 높이고 지방은 낮춘 돼지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장기이식 기술과 난치성 질환 치료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2015년 10월 크리스퍼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62개 DNA 조각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수정란 단계에서 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후 성체로 키우면 돼지와 인간의 장기이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교정 연구팀은 지난 2월 ‘크리스퍼 염기서열’ 기술을 통해 특정 DNA 염기를 교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기존의 크리스퍼 기술이 원하는 부위의 유전자를 잘라내는 것이었다면,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염기서열 기술은 비정상 DNA 염기를 정상 DNA 염기로 교체하는 기술이다. 난치성 유전 질환을 유발하는 DNA 염기를 정상으로 바꿀 수 있어 난치성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 DNA 염기 하나만 바꾸는 유전자가위로 첫 동물실험 성공 기사 읽기 <<




크리스퍼 기술은 멸종 생물 복원, 동식물 품종 개량, 동물 장기이식, 난치성 유전 질환 치료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날로 진화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 광저우 의대 연구팀이 에이즈를 발생시키는 HIV바이러스에 내성을 갖는 배아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했다. 유전자 기술이 신의 영역으로 분류되던 불치병 치료에까지 바짝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2015년 ‘획기적인 혁신기술’로 크리스퍼를 선정했고, 기술 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6년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중 생명과학 분야 두 가지 모두를 크리스퍼 기술로 꼽았다. 


크리스퍼 기술을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스웨덴 우메오대 교수와 제니퍼 두드너 미국 UC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연구원은 노벨 과학상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도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논란은 2015년 4월 중국 중산대학교 연구진이 크리스퍼 기술로 인간 배아(수정란)에서 ‘베타지중해성 빈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잘라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정점에 올랐다. 착상 전 인간의 배아에도 크리스퍼 기술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맞춤형 아기’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중국 중산대 연구진의 실험 성공에서 보듯이 기술이 조금만 더 진보하면 영화 ‘가타카’처럼 인공수정 단계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 내거나 교체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난치성 질환을 가졌다고 판단될 경우 수정 단계에서 해당 유전자를 제거하는 것이 막대한 비용과 고통이 따르는 사후적인 치료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자유의지가 없는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특정 유전자를 의도적으로 빼거나 넣는 것은 윤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애초 목적인 질병 치료가 아닌, 영화 ‘가타카’처럼 우성인자를 가진 맞춤형 아기를 출산하기 위해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빈부 격차에 따라 유전자도 격차가 생겨 영화처럼 유전자에 따른 새로운 신분 질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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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태양의 노래’는 색소성 건피증(xeroderma pigmentosum) 때문에 햇빛을 피해 밤에만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카오루(유이)의 짧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희귀 피부병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카오루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낮과 밤이 바뀐 고독한 일상을 이어가는 카오루는 저녁마다 기타를 들고 아무도 없는 역 앞 광장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른다. 


그녀에겐 아무도 모르는 즐거운 비밀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동틀 무렵 서핑을 즐기러 가는 코지(츠카모토 타카시)를 창문 너머로 지켜보는 것이다. 



어느 날 저녁 광장으로 노래하던 도중 우연히 코지를 목격한 카오루는 그를 쫓아가 깜짝 고백을 한다. 며칠 후 늦은 밤 우연히 버스정류장에서 만나게 된 둘은 친구가 되고 소중한 만남을 이어간다. 


그녀의 노래에 매료된 코지는 버스킹(거리공연)을 하던 광장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자 카오루를 시내 거리로 데려가고, 많은 사람에 둘러싸인 카오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병이 악화된 카오루는 시름시름 앓게 되고, 코지는 그녀에게 ‘세상에 너의 노래를 전해줄게’라고 약속한다. 얼마 후 카오루가 세상을 떠나고, 코지가 CD에 담았던 카오루의 노래가 거리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영화 ‘태양의 노래’의 가장 큰 매력은 100% 싱크로율에 있다. 여주인공 유이는 실제로 16살에 음악제작사 오디션으로 데뷔한 일본의 싱어송라이터로, 19세 때 출연한 이 영화가 유일한 작품이다. 


영화는 개봉 당시 일본에서 10억 엔의 흥행수익을 올렸으며, 당시 신인 가수였던 유이는 이 영화로 제30회 일본아카데미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또한 유이는 이 영화를 위해 OST 수록곡들을 직접 작곡 작사했는데, 특히 주제곡인 ‘Goodbye days’ 싱글 앨범은 일본에서 35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2006년 개봉 당시 10회 분량의 TV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2005년 방영된 일본 드라마 ‘1리터의 눈물’로 일약 ‘일본 국민 여동생’으로 떠오른 사와지리 에리카가 카오루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뮤지컬로 리메이크됐으며, 당시 걸그룹 ‘소녀시대’ 태연이 주인공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영화 ‘태양의 노래’에서 여주인공 카오루가 앓고 있는 ‘색소성 건피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색소성 건피증(XP, Xeroderma Pigmentosum)은 자외선에 대한 방어능력이 선천적으로 모자라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가 붉어지고 반점이 생기는 등 노인성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희귀성 피부질환으로, 손상을 받은 DNA를 재생하는 효소인 DNA 엔도뉴클레아제(DNA endonuclease)의 선천적 결핍이 발병 원인으로 알려졌다. 


색소성 건피증 환자는 출생 때는 대개 정상이지만 빠르면 생후 6개월 이후부터 피부 변화가 시작된다. 보통 1~2세 사이에 피부가 붉은빛을 띠는 홍반과 표피 각층이 벗겨지는 인설 등의 증상이 얼굴 부위에 나타난다. 



이후 증상이 진행되면서 목이나 다리, 몸통 부위로 번지게 되는데, 지속해서 자외선에 노출된 부위는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지고 위축되며, 모세혈관이 확장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불규칙한 갈색의 과색소성 반점과 하얀색의 저색소성 반점이 동시에 생기기도 한다. 


색소성 건피증 환자는 10명 중 8명꼴로 피부 이상과 함께 눈의 이상 증상을 겪는다. 주로 안구의 앞쪽 부분이 영향을 받아 눈부심, 결막충혈, 안구 건조, 각막염, 각막혼탁, 시력저하, 눈꺼풀 위축 등의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환자의 30% 정도는 신경계 이상 증상을 동반한다. 반사 능력 저하처럼 비교적 가벼운 증상부터, 감각신경성 청력 소실, 강직과 발작, 언어 장애 등 중증도의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색소성 건피증 환자는 20세 이전에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흑색종 등 각종 피부암으로 발전할 확률이 정상인과 비교해 약 1,000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내부 장기에 악성종양이 발생할 가능성도 10~20배 정도 높다. 대부분 어린 나이에 피부암이 발병하며, 병이 진행되면서 실명에 이르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색소성 건피증은 자외선 노출로 피부나 안구가 한번 손상되면 회복할 수 없다. 또한, 최소한의 햇빛 노출에도 주근깨나 물집 등이 생기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무조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확증되면 자외선 노출을 막기 위해 낮에는 실내 생활을 해야 한다. 일출이나 일몰 전후에도 반사 및 산란된 자외선이 존재하므로 외출을 삼가야 한다. 


실내에서 생활할 때도 SPF 15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사용하고, 창으로 자외선이 들어오지 않도록 커튼을 치고 인공조명으로 생활해야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낮 동안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의복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또한, 안과 질환의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눈을 보호하는 자외선 차단 안경을 착용하고, 인공눈물이나 소프트 콘택트렌즈로 안구 건조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증상 악화로 피부나 안구에 종양이 생겼다면 외과적인 절제가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때에 따라 냉동 수술법이나 전기소작법, 화학 박피술 등의 치료로도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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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봉한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된다. 


지난 3월 영화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이 영화의 판권을 구매해 최근 리메이크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으며, 감독이 확정되는 대로 캐스팅 작업을 거쳐 내년에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015년 관객 700만 명을 끌어모은 영화 ‘내부자들’과 배우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등 초호화 라인업으로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는 영화 ‘마약왕’의 제작사다. 




리메이크 원작인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피아노 천재 상륜(주걸륜)과 비밀스러운 소녀 샤오위(계륜미)의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예술고등학교로 전학 온 피아노 천재 상륜은 첫날 학교를 둘러보던 중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신비로운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오래된 연습실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사랑스러운 소녀 샤오위를 만나고, 음악으로 마음이 통한 둘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즐겁게 보낸다. 


하지만 샤오위는 천식 증상이 심해 학교에 잘 나오지 못하고, 상륜이 가까이 다가가려 할 때마다 무언가를 숨기는 듯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상륜을 좋아하던 다른 여학생으로 인해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그때부터 샤오위는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자신을 피하는 샤오위를 만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간 상륜은 그의 부모로부터 놀라운 진실을 듣게 된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대만의 만능 엔터테이너 주걸륜의 감독 데뷔작이다. 당시 주걸륜은 가수 ‘JAY’로 활동하며 앨범 판매량 1천만 장을 기록했으며, 영화 ‘이니셜D’와 ‘황후화’ ‘쿵푸 덩크’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주걸륜의 첫 연출작인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각본과 연출, 연기와 음악까지 1인 4역을 소화한 작품으로, 그에게 ‘천재 엔터테이너’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작품이다. 


일례로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피아노 배틀’을 비롯해 모든 피아노 연주는 대역 없이 주걸륜이 직접 연주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은 2008년 개봉 당시 대만 영화 최초로 1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2015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을 때도 무려 5만 7000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한편 리메이크 소식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여주인공 샤오위가 앓고 있는 천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천식(Asthma)이란 폐 속의 기관지가 차가운 공기나 먼지, 담배 연기 등 외부 자극 때문에 좁아졌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점막이 부어오르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기관지가 좁아져서 숨이 차게 된다. 


이로 인해 쌕쌕거리는 소리(천명음)가 나거나 발작적인 기침,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흉부 압박감이나 가래 등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천식 발작이 일어나면 호흡 곤란으로 인해 심한 경우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과 가슴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은 안정을 취하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심할 경우에는 호흡 정지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천식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해 발병한다. 유전질환은 아니지만, 부모가 천식 환자일 경우 그 자녀들이 천식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천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 물질을 알레르겐(allergen)이라고 하는데,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동물의 털이나 비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물질들이 기관지로 흡입되면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또한, 운동을 할 때 심한 기침이나 호흡곤란을 호소할 수 있고, 자극적인 냄새나 담배연기, 미세먼지, 탁한 공기, 차가운 공기 등에 노출되면 호흡곤란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감기를 앓은 후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많은 사람이 감기와 천식을 혼동한다. 천식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식이 발병한 상태에서 감기약을 복용하면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기침을 시작하면 발작적으로 계속 한다거나, 밤이나 새벽이 증상이 더 악화되고, 목에 가래가 걸린 듯 답답함을 느끼거나 호흡 곤란이 생긴다면 천식을 의심해봐야 한다. 


가볍게 여겨 증상을 방치하면 비염이나 두드러기, 습진, 기관지 확장증, 폐기종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소아 천식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오염과 인스턴트식품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절반 정도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나머지 절반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성인기에 천식이 발병한 경우에는 완치가 어렵고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소에 꾸준히 관리해야 증상 악화와 후유증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환경 요인이나 생활 습관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관지 염증을 일으키는 알레르겐 물질을 차단하는 것이다. 


실내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해 집먼지진드기 등을 없애고, 환기를 자주 해주며, 집안으로 들어온 먼지를 꼼꼼하게 청소하는 것이 좋다. 


찬 공기를 마시면서 격렬하게 운동하는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환절기나 겨울철에는 각종 보온용품을 착용해 온도차를 줄이도록 한다. 외부 활동 때는 마스크 착용으로 미세먼지나 담배 연기 등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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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만에 500만 관객 돌파 … “아빠들 헌신이 관객 눈물샘 자극”

무뚝뚝한 가장들의 가족애 발산
비상 시 무능한 정부 간접비판
날렵하게 달리는 국산 좀비 등장
긴장 속에도 코믹함 제 몫 다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부산행' 포스터>



어떤 이유에서일까. 느닷없이 국내 스크린에 등장한 좀비들이 괴이한 신음와 뼈마디 꺽이는 소리를 내며 질주하고 있다. 부산행 KTX를 타고.


7월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한국 전체가 긴급재난경보령이 선포되고,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내용을 담고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부산행’은 24일 관객 119만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관객수는 531만4661명이다. 명량해전보다 빠른 속도다. 2위인 ‘나우 유 씨 미 2’(16만5447명, 누적 271만7056명)와는 거리를 더욱 넓히고 있다. 관람이 끝나고 난 뒤에 남녀 선남선녀들이 손을 잡고 나오면서 “좀비의 움직임이 다른 나라 영화보다 실감났다”거나 “공유, 마동석 멋지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부산행' 스틸컷>



무엇 때문에 관객들은 단순한 줄거리의 이 영화에 이런 반응을 낼까. 주말에 영화를 관람한 본인의 시선에는 ‘관객들의 마음 속에는 말도 안되는 끔찍한 공포스런 상황에서 한 명의 아빠(공유)와 또 한명의 예비아빠(마동석)의 헌신’이 보였다.


좀비들 사이에 갇힌 딸아이, 아내와 배속 아이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좀비들 속으로 돌진한다. 좀비와 긴박한 대치와 치열한 싸움만 있는게 아니다. 딸아이가 “아빠 무섭지 않아”라는 물음에 “아빠도 무서워”라고 말하며 딸아이의 손가락을 손을 잔잔히 만지는 공유의 모습에는 ‘무섭지만 딸아이를 위해 돌진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공유와 결사적으로 좀비들을 막던 마동석이 좀비들에게 물리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 아내 정유미는 뱃속의 아이를 감싸 안고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 짖는다. 마동석은 아내가 피신한 후에 무너진다.


결국 공유도 마지막 탈출에서 좀비로 변한 김의성에 물린다. 김의성을 물리친 공유는 자신이 좀비로 변하는 가는 순간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진다. 이 순간, 영화관 여기저기서 안타깝다는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야 그만 울어”라는 말도 들린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권력이 보여준 무능함에 지쳐 각자도생, 즉 스스로 살아남기를 도모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의 답답함을 자극한 것일까.





또 부산행 영화 속에는 사회 속에서 ‘살아있는 좀비’들을 비판하는 듯하다. 감염돼 좀비가 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에게 한 치의 피해를 줄까. 좀비들과 싸우고 살아 온 이들을 배척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좀비와 싸우지도 않았으며, 그저 살아남기 위해 되레 좀비들과 싸우는 이들을 위기에 빠뜨리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비난하고 헐뜯는 경우들도 있다. 심지어 모함해 피해를 주기도 한다. 영화 ‘부산행’에서는 결국 이런 이들은 좀비의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사라지게 된다.


이 영화는 ‘곡성’처럼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소설을 만들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그 나름의 이유는 영화관에서 찾아보시라.


글 / 김규철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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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이란 즐거운 롤러코스터 2016.07.29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 호불호 진짜 많이 갈리더라구요.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재미없다고 하는 분들이 더 많더라구요.

 

 

 

 

 

끝나지 않은 ‘암살’의 행진
“나 끝까지 갑니다”
“밀정이면 죽여라”

 

 

헌법전문에는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표시하고 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일제나 그 앞잡이 친일파에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오락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되새김하게 만든다.  
 
먼저 개인적으로 ‘암살’을 보면서 느낀 몇 가지 충격(?)이 있었다. 첫 번째 전지현의 ‘안옥윤’역의 소화. 둘째 약산 김원봉의 등장. 셋째 속사포의 순수성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전작들에서 나온 전지현의 ‘가벼운’ 이미지를 별로 좋아 하지 않았던 터라, 그녀의 안옥윤 역에서 보인 모습은 “참 새롭다. 아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안옥윤이 말한다.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이 멘트는 “을사보호조약과 한일합방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우리는 자주독립을 원한다”는 결코 멈추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항일독립투쟁사를 대변한다.  

 

의열단 단장으로 약산 김원봉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이다. 영화 속 멋쟁이 조승우가 맡은 김원봉은 느닷없이 당시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하곤 임시정부 김구 주석을 만난다. 영화 속처럼 두 사람은 독립운동 침체기였던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을 주도했다. 하지만 김원봉은 김구 선생과 달리 월북한 탓에 남한에서는 언급이 금기시 되었던 인물이다.

 

3.1운동의 실패를 보고 김원봉은 1919년 무장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을 만들어 6년간에 걸쳐 경찰서,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사건 등을 배후에서 조종한다. 일제 천황 암살도 기획했다. 일제는 김원봉에게 10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가장 조직적으로 완고하게 소수 인원으로 일제에 대항했던 김원봉은 1948년 월북한다. 북한에서 내각 국가검열상, 내각 노동상이 된다. 

 

 

 

 

하지만 1958년 10월에 장개석의 스파이로 몰려 옥중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남북한 모두에서 거론하지 않는 인물로 여겨져 왔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는 사회주의계열은 배제되곤 한다. 암살 영화 감독은 김원봉을 김구 임시정부 주석과 더불어 끝까지 등장시켰다. 조국이 광복되는 순간 김구와 김원봉이 술잔에 술을 따르며 장례식을 대신하는 장면은 눈물겹다.

 

그리고 색다른 긴 여운을 남겨 주는 것은 ‘속사포’의 존재다. 어찌 보면 ‘생계형’ 독립운동가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행보는 독립운동사의 축을 관통한다.  영화<암살>은 1933년 친일파 암살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30년대는 치열했던 1910-1929년대 20여년 동안 진행됐던 초기 의병운동, 만주지역 무장투쟁이 무자비한 일제의 탄압으로 약화되어 가던 시기다. 속사포가 암살작전 참여제안을 받고 “그것도 배가 불러야 하는 거지. 돈 한 푼 없이 이러는 거는 좀... "이라고 말한 대목은 이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속사포는 우당 이회영(1867~1932) 6형제가 1910년 경숙국치 때 전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이주해 만든 신흥무관학교 출신이다. 신흥무관학교 설립 초기에는 조선독립을 외치는 열렬 애국지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속사포가 썼다는 졸업 혈서에 나오는 “낙엽이 지기 전에 무기를 준비해서 압록강을 한번 건너고 싶다”는 각오가 넘쳐났던 시기였다. 봉오동대첩, 청산리대첩, 안중근장군의 거사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의 만주국에 들어서고 20년간의 가열찬 독립투쟁에도 해방의 날은 보이지 않자, 독립운동 내부에서는 분열과 탈락, 염석진처럼 일제에 빌붙거나 앞잡이가 되는 자들이 늘어났다. 이렇게 암울한 1930년대 무장투쟁에 참여한 인물들은 대부분 20대들이었다. 김원봉 또한 그렇다. 20대였으니 작전 전날 춤을 출 수도 있었으리다.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속사포는 말한다. "나 끝까지 갑니다." 신흥무관학교 출신임을 강조한다. 이후 결혼식장에 몰래 들어간 속사포는 기관총을 난사하고, 수많은 일본 헌병과 군인들이 죽어간다. 그 가운데 일제 앞잡이 염석진에게 치명상을 맞지만 속사포는 헌병들의 진입을 막고 안옥윤이 임무를 완수할 시간을 벌어준다.

 

이미 버틸대로 버틴 속사포는 안옥윤에게 마지막 대사를 남긴다. “대장, 우리 성공한 거지? 드레스 입으니까 이쁘네.... 먼저 내려가 이따가 일 층에서 보자... 가, 가 ....” 그리곤 속사포는 기관총을 들려고 애쓰다가 고꾸라진다. 속사포의 죽음은 수 없이 총을 맞고도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의 죽음보다 인상적이다.

 

이렇게 수많은 독립전사들의 죽음 속에 조국은 해방을 맞이한다. 영화 속 임시정부 요원들은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집에 가자”고 외친다. 얼마나 목메이는 외침인가.  이어 감독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재판 장면을 보여준다. 일제 앞잡이였던 염석진은 당당하게 외친다. 애국의 열정만으로 살아 왔다고. 그리고 무죄 판결을 받는다.

 

여기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반민특위 재판 전에 김구 선생의 암살 장면을 보여줬으면 영화 끝머리에서 최고조의 긴장과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까.  영화에서 보듯 반민특위의 실패는 우리나라가 친일파가 청산되지 않은 세상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의열단 단장으로 일제의 오금을 절게 했던 김원봉은 국내 귀국 후 친일파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김구 선생은 암살당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민주화 투쟁으로 얻은 헌법은 항일독립운동에서 건국의 시작을 되었음을 전문에 밝힌다. 그로부터 28년 지난 지금 암살 영화는 70년 전 우리사회가 하지 못한 희망을 담았다.  암살의 마지막 장면에서 일제의 앞잡이 염석진에게 총상을 입었던 명우가 김구 임시정부 주석의 지시를 받들겠다며 임무를 완수한다. 이미 서거한 김구 주석의 오래전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16년 전 임무, ‘염석진이 밀정이면 죽여라’, 지금 수행합니다”

 

 

글 / 내일신문 김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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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늙은이 같으니라고, 제자와 스승 사이에 정감 있는 음악 영화 줄 않았는데.....” 영화 위플래쉬가 끝난 뒤 내가 들은 한 관객의 첫 영화평이었다. 위플래쉬는 다른 음악 혹은 교육영화처럼 정감 있는 사제지간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이 영화에는 최고의 드러머가 되고 싶은 앤드류, 최고의 연주자를 키워내고 싶다며 자신만의 교육방식을 고집하는 교수가 등장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은 연주 속에서 전투를 벌인다.

 

 

 

 

교수 “내 박자에 맞춰라”

 

‘나쁜 늙은이’ 교수 명을 쓰지 않겠다. 나쁜 교수법을 지닌 광기어린 자로 보면 된다.   

셰이퍼 음악학교의 신입생 앤드류는 평범한 나소 밴드의 보조 드러머다. 어느 날 그는 한 교수를 만나고, 최고의 밴드인 스튜디오 밴드로 발탁된다. 앤드류가 스튜디오 밴드에 처음 온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교수는 음정을 맞추지 못했다며 한 멤버에게 폭언을 쏟아 붓고는 쫒아내는 것을 보게 된다. 사실 다른 멤버가 틀렸음에도 교수는  스스로 틀리지도 않은 음정을 틀렸다고 인정하게 하고 쫒아내 버린다. 잔뜩 긴장한 앤드류에게 교수는 앤드류의 집안 배경 등을 물으며 안심시킨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교수는 앤드류에게 "위플래쉬"의 연주를 시키면서 앤드류에게 템포가 맞지 않다고 의자를 던지고 뺨을 때리며 박자를 익히게 만든다.

 

 

 

 

교수의 미친 교수법은 이어진다. 경연대회에서 1위를 한 후 메인 드러머 자리를 차지한 기쁨도 잠시, 교수는 너 말고도 더블 타임 스윙을 연습하는 드러머를 만났다며 나소 밴드의 메인 드러머였던 라이언을 데려온다. 그리고 라이언과의 경쟁. 영화 말미에 앤드류를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밝히지만 앤드류는 격하게 반항한다.

 

다음날 교수는 이전의 제자 션 케이시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사실은 자살)며 션의 트럼펫 반주를 들려준다. 이어지는 연습에서 이전 앤드류와 메인 드러머였던 테너, 라이언이 카라반 연주에서 박자가 맞지 않다며 교수는 한 명이 제대로 맞출 때까지 계속한다며 새벽 2시까지 피 튀기는 경합을 붙인다,

 

 

 

 

대망의 경연날, 앤드류가 탄 버스의 타이어가 펑크 나고, 렌트카를 빌려 도착했으나 렌트카 회사에 스틱을 두고 온 탓에 교수는 스틱 잃어버린 놈은 필요 없다며 앤드류가 아닌 라이언에게 드럼을 맡기려고 한다.  앤드류가 절대 그럴 수 없다며 렌트카 회사에서 스틱을 챙기고 돌아오던 중 교통사고가 나고 만다. 앤드류는 피투성이 상태로 공연장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드럼을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연주를 망치자 교수는 앤드류를 밴드에서 쫒아 낸다.

 

앤드류는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 드럼을 걷어차고는 교수에게 내뱉으며 덤벼든다. 그로 인해 학교에서 제적당한다. 평생의 꿈이었던 드럼 연주를 다시는 할 수 없게 된 앤드류. 셰이퍼 학교 측의 변호사에게 교수의 가혹행위를 증언하고 교수는 해임된다.

 

앤드류 “내가 신호를 보낼게요”

 

 

 


꿈을 잃어버린 앤드류는 어느 날 재즈바에서 교수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 자리에서 교수는 앤드류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 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라며 “그것 때문에 최고의 연주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자신이 카네기 홀에서 재즈 밴드를 지휘하는데 "위플래쉬"와 "카라반" 등 예전 스튜디오 밴드에서 연주하던 곡을 하려 하는데 드러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앤드류를 초대한다.


큰 무대에서 자신의 드럼 연주를 할 기회를 얻은 앤드류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피나는 연습을 하면서 이전 여자 친구 니콜과 아버지를 초대한다. 무대에 올라 드럼에 앉아 있는 앤드류. 그런데 교수는 다가와 슬며시 말한다. “내가 합바지로 보이지. 너가 고발한 것을 알고 있다”며 앤드류에게 알려 주지 않은 곡을 지휘한다. 결국 또 다시 연주를 망치게 된 앤드류.

 

 

 

 

관중의 차가운 반응을 보고 아버지께 안긴다. 하지만 앤드류는 포기하지 않고 무대로 돌아간다. 당황한 교수를 무시하고 앤드류는 교수의 지휘와 상관없이 "카라반"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결국 몰아치는 드럼연주에 밴드도 합류하고 교수도 지휘한다. 교수는 자신의 지휘에 벗어난 앤드류에게 "눈알을 빼버리겠다"며 협박하지만 앤드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주한다.

 

“내가 신호를 보낼게요”라며 솔로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연주는 이어지고 교수도 빠져들게 된다. 교수는 앤드류와 눈을 맞추며 솔로를 지휘하며 앤드류의 완벽한 연주는 끝난다. 그리고 앤드류와 교수는 마주보며 웃음을 짓는다.

 

 

 

 

영화는 이렇게 끝난다. 영화 끝 장면은 보는 이 마다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생살이 무리하며 살 필요 있나. 그 정도면 됐다는 쪽에 가까운 삶을 지지하는 탓에 교수의 채찍질을 일삼는 교육방식을 동의하지 않는다. 수천만, 수억명 중 최고의 자리란 어떤 가치를 주는지 관심 밖이다. 이 지구상에 태어난 사람 사람마다 추구하는 삶. 그 자체가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여기기에.

 

앤드류의 연주가 끝난 카네기홀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을 것이다. 앤드류도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나은 최고가 되기 위한 두드림은 계속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중 교수가 인정했던 제자 션은 자살했다. 앤드류의 미래 일 수 있다. 영화 속 교수의 마지막 눈웃음! 나는 싫다. 하지만 100분 동안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 치밀한 편집과 기획력에 찬사를 보낸다.

 

위플래쉬는 신선한 신인들의 작품 위주로 시상을 하는 선댄스 영화제(2014년)와 노련한 고참들 작품에  상을 주곤 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제87회)에서 동시에 수상했다. 이 자체도 흥미롭다. 이 영화를 본 국내 관객이 150만명을 넘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인터스텔라 관람률처럼 특이한 현상이다.

 

글 / 김규철 기자 내일신문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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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시움>은 상류층과 하류층, 두 계급이 극단적으로 공존하는 2154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황폐해진 지구에서 우주 왕복선에 몰래 타고 호화로운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에 도착한 한 하층민 여성은 다리를 저는 딸아이를 안고 가정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이 여성이 급하게 찾은 것은 무인질병치료기계다. 각종 검진 및 치료 장치가 부착된 기계에 들어가면 모든 질병이 완벽하게 낫는다. 여성은 딸아이를 눕히고 버튼 조작을 시도하지만 기계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 장치는 엘리시움 시민권자인 상류층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먼 미래처럼 그려졌지만, 영화 같은 무인 치료 기술은 이미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다. 국내 의학 기술의 현주소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 중이다. 전문가들은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중심으로 로봇 치료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오진의 가능성이나 장비의 안전성 같은 원초적인 문제부터 의료수가(진료비)지정 등 부차적 논의들까지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다.

 

 

 

 

 

 

"로봇의 강점은 'ROBOT' 글자 그대로 Relaxed, Optimal, Bimanual, Obesity, Technology 등으로 압축된다. 본인의 진료실을 찾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90%가 로봇수술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 4월 아주대병원 백지흠 교수는 한 행사에서 로봇 수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의사가 편안하게 앉아서 수술할 수 있고(Relaxed), 최적의 수술법을 적용할 수 있으며(Optimal)한 손이 아닌 양손을 다 쓸 수 있고(Bimanual), 비만환자에게도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며(Obesity), 수술 기술 습득이 쉽다(Technology)는 뜻이다.

 

로봇 수술은 이미 우리나라 의료계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복강경 수술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산부인과에서는 수년 전부터 단일공(싱글포트)복강경수술이 널리 퍼졌다. 구멍을 한 곳만 뚫으면 여러 곳을 건드릴 때보다 합병증과 수술 후 통증이 상대적으로 줄기 때문이다. 복강경 수술이 발달하면서 미용상 효과는 물론이고 환자들의 입원기간도 줄었으며 빠른 일상 복귀도 가능해졌다.


 

 

 

3D 프린터도 의학계에서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의족이나 의수같은 보조기구를 맞춤형으로 만들거나 수술 등에 필요한 장비 등을 실제로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이를 활용한 기술이 하루 다르게 발전중이다. 특히 이 기술은 곧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신호를 보내 원하는 의료 장구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일부 병원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의료진에게 보급했다. 의사가 이를 착용하면 눈앞에 환자의 진료기록이 펼쳐진다. 멀리 떨어진 곳의 의사에겐 자신이 수술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은 개인의 생체신호를 측정 저장하고 전송하는 헬스 케어 도구로도 진화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상황에서도 로봇 치료는 대안으로 각광받는다. 의료진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궁극적인 기능 때문에라도 전염병 치료에서의 로봇 활용은 필수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에볼라 수습 과정에서 로봇을 투입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에볼라 로봇이 최근 군 의료센터 3곳과 250개 병원에서 소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제넥스사에서 만든 이 로봇은 4개의 바퀴가 달린 몸체에 스프레이가 장착된 형태로, 제논 가스를 이용해 반경 3m 내에 1초당 1.5펄스의 레이저를 쏘아 보내 인간 청소원보다 더 신속하고 철저하게 소독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로봇이 완벽하게 인간의 동작을 구현할 수 없어서 로봇 스스로 진단하고 수술하는 정밀한 진료 행위는 어렵지만, 이미 진료 보조 장치로서의 역할은 훌륭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기기는 점점 작고 가벼워질 것이고, 의사들의 동작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원격 진료 기술이 발전하면 미국의 유명한 의사가 중동에 파견된 미군 환자를 원격으로 수술하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가능성은 무한대로 열려 있다. 세브란스병원 나군호 교수는 최근 보건행정학회 정책토론회 기고문에서 "국내 의료로봇 시스템 연구개발은 아직 초보단계지만, 전세계적으로 로봇을 이용한 의료서비스 효용성이 증명되고 있는 만큼 확대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나 교수는 "점차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술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기구나 로봇이 작아져 작은 로봇을 혈관에 주입해 치료할 수 있는 단계도 머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화에서도 잘 나타났지만 기술의 발전과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굳이 미국의 의료 불평등 현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다. 가난한 사람은 발전한 미래 바이오 테크놀로지의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복강경 수술만 하더라도 일반 양성 종양 복강경 수술은 300만~400만원이지만 로봇 복강경수술은 800만원대에 이른다. 무턱대고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인 장애물이 적지 않다. 복지부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농어촌의 고령자와 장애인들을 지목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정보화 소외계층이다. 원격 진료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려면 전국 모든 지역에 광대역 통신망이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원격 의료가 절실한 산간 벽지 지역들은 통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통신사업자들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농어촌 지역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정부는 이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계획해야 하고, 이로 인해 사업은 더 복잡해진다.

 

 

 

 

 

각 이익집단의 입장이 어떻든 로봇의 발전과 이로 인한 원격 진료의 발달은 당연한 미래다. 국제 로봇연맹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스템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 29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가까운 일본도 헬스 케어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규제 철폐를 통해 일본의 로봇 시장을 2020년까지 210억 달러 규모로 3배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의료기기 인증 절차를 완화하고 요양원에서 시범적으로 로봇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요양 로봇에 대한 안전성 표준도 마련했다. 접으면 휠체어로 변신하는 파나소닉사의 침상 로봇은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것은 안정성이다.

 

의료 기술은 다른기술과 달리 조금만 어긋나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진료 현장이 인간인 의사와 환자가 일 대 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모습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환자를 기계가 '처리'하듯 다루는 모양새로 변하는 것은 또 다른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4달간 좌우가 뒤바뀐 엑스레이 필름으로 500명이 훨씬 넘는 환자들을 진단하고 이 중 100명이 넘는 환자에게 약물처방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현상은 역사 전반에 걸쳐 반복되고 있다. 이익집단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장기적 미래를 바라보는 보건정책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발전하는 기술이 우리 모두를 널리 이롭게 할 것이다.

 
글 / 세계일보기자 조병욱
사진 / 영화 제작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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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묘한 기분이다. 운명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고, 가족보다 더 가까워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상대가 이성이라면 어떨까?

 

이츠키는 중학교 3년 내내 한 여학생과 같은 반이었다. 여학생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이츠키였다. 동명이인이었던 것.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놀림도 많이 받았고, 도서부장 일도 같이 해야 했다. 이츠키는 소녀를 좋아하기 시작했지만 워낙 수줍은 탓에 자신의 감정을 전혀 표현하지도 못했다. 소녀 이츠키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소년 이츠키는 철저히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전학으로 소년은 첫 사랑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이츠키는 시간이 흘러흘러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어느 날 대학 선배의 소개로 히로코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여자는 놀랍게도 자신의 첫사랑과 너무나 닮았다. 이츠키는 주저하지 않고 히로코에게 마음을 전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결국 약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츠키는 히로코에게 줄 약혼반지를 준비해 놓고도 선뜻 청혼하지 못했다. 사실 이츠키의 마음에 있었던 사람은 히로코가 아니라 이츠키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츠키는 산에서 조난당해 죽음의 문턱에서도 첫 사랑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르기까지 했다.

 

 

 

 

도대체 첫사랑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강렬할까? 비단 이츠키뿐이랴. 많은 사람들이 이츠키처럼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첫 사랑이 강렬하게 남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과 주장이 있겠지만,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완결을 추구하는 인간의 고유 성향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사람에게는 한 번 시작한 것은 끝을 맺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닉(Zeigarnik)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고안했다. 한 집단의 피험자에게는 과제를 다 풀도록 하고, 다른 집단의 피험자에게는 과제를 다 끝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그 과제를 기억하라고 했을 때, 과제를 미완성한 집단의 피험자들이 과제를 완성한 집단의 피험자들보다 그 과제를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했다. 이처럼 완성된 과제보다 미완성된 과제를 더 오래 마음 속에 간직하는 현상을 자이가닉 효과라고 한다.

 

 

 

 

이는 비단 기억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심리치료 이론 중 하나인 게슈탈트 치료에서도 이와 비슷한 개념인 미해결 과제(unfinished business)에 대해 말한다. 과거의 사건 중 해결(완결)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게슈탈트 치료자들은 내담자들의 미해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과거의 연인이나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께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내담자가 있다면, 빈 의자에 그 사람이 앉아 있다고 상상하게 만든 후 그 말을 하도록 한다.

 

 

 

 

 

첫사랑은 실수가 많다. 제대로 고백해 보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혹은 어렵사리 고백은 해놓고, 사소한 싸움으로 등을 돌려버리는 경우도 있다. 충동적으로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고는 그 즉시 후회가 들어 말을 주워 담고 싶지만, 첫 경험이라 모든 것이 미숙하고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춤주춤하다가 정말 헤어지게 된다. 또 상대방의 이별 통보에 얼떨결에 동의하는 바람에 정말 이별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첫 사랑은 시작도, 중간 과정도, 끝맺음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않기 쉽다. 당연히 마음에 남을 수밖에.

 

 

 

 

우리의 마음은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라고 계속 추구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결하려고 한다. 이츠키 역시 그랬다. 제대로 고백도 못해보았던 자신의 첫 사랑 이츠키와 닮은 여인 히로코를 만나자마자 프로포즈를 했다.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어쨌든 조난사를 당하긴 했지만, 이츠키는 나름의 방법으로 미해결 과제를 해결한 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미해결 과제를 완수하려는 이츠키의 노력은 조난사를 거치면서 히로코에게 미해결 과제를 던져주었다. 히로코는 약혼자 이츠키가 세상을 떠난지 2년이 지난 후에도, 심지어 자신을 그토록 사랑해주는 또 다른 남자 아키바가 있음에도 이츠키를 잊지 못한다. 아키바가 보통의 남자였다면 아마 전 약혼자 이츠키를 못 잊는 자신의 약혼녀에게 망각을 강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키바가 선택한 방법은 외면이 아니라 직면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존중하면서도 그 마음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게 도와주었다. 이츠키의 옛 주소로 편지를 쓰는 것도 인정해 주었고, 이츠키가 살았던 그 동네로 여행도 떠났다. 마침내 이츠키가 조난사 당했던 그 산으로 자신의 여자친구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히로코로 하여금 이츠키를 향해 마음을 전하려고 독려한다.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보는 이의 마음을 울렸던 안부인사, 절절한 외침, 아련한 메아리.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히로코의 마음의 미해결 과제는 완결 상태로 접어들게 되었다. 게다가 여자 이츠키와의 서신 교환을 통해, 히로코는 이츠키의 사랑이 자신이 아닌 여자 이츠키였음을 알게 되었다. 

 

내면의 소리를 잘 듣고, 그 소리에 제대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억지로 마음을 바꾸려거나 고쳐먹으려고 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내면의 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고 직면할 때, 우리의 삶은 환상에서 현실로, 고통에서 행복으로 내려앉게 될 것이다.

 

글 /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이미지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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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사랑에 빠져 부유하고 멋진 백작과 꿈같은 결혼을 하게 된 한 여인.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은 전부인의 기억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는듯 하고 , 백작의 대저택은 죽은 전부인의 흔적과 음산함으로 가득차 있고 심지어 어느 순간 전처가 살아서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드는 공간이다.  게다가 집사를 비롯한 집안 하녀들도 모두 그녀를 무시한다면....? 이런 숨막히는 상황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소설가인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소설(1938년작)이 원작이다.  이를 공포영화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감독이 1940년 영화로 만들면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새, 어머니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써스펜스의 거장이 영화로 보여준 감동을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궁금했다.   

 

뮤지컬레베카는 뮤지컬계의 명콤비인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두사람이 원작의 마력을 고스란히 옮겨와 만든 작품으로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시 3년간 매진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만족시키면서 2013년에 이어 재연되는 뮤지컬 레베카는 2013년 제7회 더뮤지컬어워드 연출상,무대상,조명상,음향상,여우조연상을 탄 작품이다.

 

 

줄거리는 ...

 

부유한 미국인 반호퍼부인에게 말동무로 고용된 '나'(임혜영분)는 불의의 사로로 부인을 잃고 몬테카를로를 여행중인 부유하고 유명한  막심 드 윈터백작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아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막심은 순수하고 착한'나'에게 매료되어 프러포즈를 한다. 결혼후 맨덜리의 대저택인 막심드윈터의 집으로 온 '나'는 그의 전부인인 레베카의 충직한 하녀,'댄버스부인' (옥주현분)의 경계와 하녀들의 견제를 받게되고 , 마치 살아있는 듯 집안 곳곳에서 발산되는 레베카의 어두운 기운에 점점 숨이 막혀옴을 느끼고...

 

레베카의 사촌인 잭 파벨은 레베카의 죽음을 빌미로 막심에게 돈을 뜯어내려 협박한다. 그러던 어느날 해변에서 발견된 배위의 시체로 레베카의 죽음에 의문이 제기되는데......

 

 

오늘의 캐스트는

 

 

 

 

 

맨덜리 대저택에서 전안주인인 레베카를 숭배하는 집사'댄버스부인'은 주인공 못지않게 비중이 큰 인물이다. 그녀 자신이 마치 레베카의 대리인인듯 행동하며 새안주인인''를 증오하면서 죽음을 강요한다. 이 댄버스부인인 옥주연이 '레베카'넘버를 부를 때 그녀의 카리스마는 대단해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초연당시 캐스팅되었던 막심역의 오만석과 '' 임혜영의 연기도 잘 어울렸다.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반호퍼 부인역의 김희원배우는 카리스마와 유머러스함으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는 집사'댄버스부인'과 순수하고 착한 '나'와의 대립,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전개, 막심의 비밀을 알고 그의 상처를 감싸주면서 점차 강해져가는 주인공'나'와 막심의 로맨스 등이 극의 중심축이다. 1,2막을 통틀어 46개의 노래(넘버)는 극을 살리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그 중에서도 막심의 대표곡'칼날같은 미소'와 댄버스부인의 '레베카'는 극장을 떠나면서도 계속 귓가에 맴돌았을 정도로 잔상이 강렬했다.

 

뮤지컬 레베카에서 내게 가장 놀랍게 생각된 부분은 무대장치였다. 무대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디테일이 다른 수백개의 액자부터 작품전체의 세세한 부분까지 매혹과 감동을 느꼈다.  영국시골의 대저택인 배경에서 창문을 통해 바람이 휘몰아치는 장면, 막심이 '나'를 데리고 올라간 바닷가절벽위등을 묘사할때 보여준 영상과 한국화적인 기법의 무대미술등 볼거리가 많고 조명이 화려해서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작품의 주요무대인 멘덜리 저택에 불이 나서 집이 전소되는 장면의 강렬함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종합예술로서 무대미술의 극치를 구현했다고나 할까?

 

로맨스와 스릴러가 절묘하게 결합된 뛰어난 원작에(이 부분은 대사와 가사를 담당한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공이 크다)치밀한 구성의 연출, 최고기량의 배우들, 중독성강하고 긴장감 넘치는 음악,탄성을 자아내는 탁월한 무대장치와 조명으로 두시간반이 넘는 긴 러닝타임동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평면적 작품인 소설을 입체적인 무대로 소환해서 연극, 영화, 뮤지컬의 장점만을 모아 극대화시킨 작품이 뮤지컬 레베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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