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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영화 ‘조커’로 보는 감정실금과 망상장애





영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의 탄생기를 그린 영화 <조커>가 4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조커>는 그간 ‘완성된 악당’으로 나왔던 조커의 과거를 조명한다.


광대로 일하며 코미디언을 꿈꾸는 소시민이었던 과거의 조커 아서 플렉은 가난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점차 악당 조커로 변모한다. 하지만 극 중에서 가난과 무관심보다 아서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아서가 겪고 있던 각종 정신질환이었다.



<조커>에서 아서는 곤란한 순간에 갑자기 웃는다. 다른 사람들이 웃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만 웃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도 그 웃음을 멈춰보려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웃지 말아야 할 순간에 웃는 그를 보며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서는 자신에게 웃는 병이 있다는 메모를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의도치 않은 웃음이 터지는 순간에 “저는 병이 있습니다”란 문구로 시작하는 메모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자리를 뜬다.


아서가 겪는 이 증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질병일까. 감정실금이라는 증상은 말 그대로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사소한 일에도 웃거나 우는 상태를 말한다. 전두엽이 손상됐을 때 생길 수 있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이나 치매와 같은 증상에 동반되기도 한다.


영화 속 조커는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계속된 학대를 받은 것으로 나오는데, 이러한 그의 성장 과정도 감정실금이 나타난 원인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서가 겪는 가장 큰 정신질환은 망상이다. 같은 층에 사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 연인관계라는 혼자만의 망상에 사로잡힌다. 아서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되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망상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의 망상은 어머니가 말해주는 과거에서도 나타나는데,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과거들 역시 그에게 망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그 망상은 어머니가 겪은 망상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서 망상도 전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망상장애는 잘못된 믿음을 객관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믿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조커가 겪는 망상장애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지는 ‘색정형’ 망상으로 나타나는데 이 밖에도 자신의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거나(신체망상), 누군가가 자신을 음모에 빠뜨리고 있다는 식(피해망상)으로 망상 유형도 다양하다. 일상 속에서 흔히 나타나는 망상 중 하나는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나타나는 질투형 망상이다.



망상장애를 겪는 이들의 대부분은 주변으로부터 고립돼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믿는 현실에 대해 주변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바로 잡아주지 않게 되면서 잘못된 믿음을 키우는 일이 많다. 잘못된 신념이 확고해지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도 쉽게 완치되기 어렵다.


조현병 역시 망상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망상은 조현병과 달리 환청이나 환시 등 환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또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병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를 받기까지 주변의 관심이 더욱더 절실하다. 약물치료나 인지치료 등을 통해 증상은 호전될 수 있다.



<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