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이었다. 저녁 아홉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열고 보니 우리 위 층에 사는 아기 아빠였다. 처음 이사 왔다고 돌 전 쯤으로 보이는 아기를 안고 떡을 돌렸었다. 바쁜 아침에는 나와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놓칠 뻔할 때 버튼을 눌러 주기도 하고 서로 인사를 건네기도 하며 그렇게 얼굴을 알고 지내는 터였다.


“놀라셨죠?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걸 전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미안하단 말로 말문을 여는데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저희가 쓰려고 사뒀던 음식점의 상품권이 기한 내에 쓰지 못하고 버려질 것 같아서요. 평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던 아래층에 드리자고 아내와 상의해서 찾아왔습니다. 부디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가졌으면 합니다.”라고 하면서 손에 든 봉투를 내밀었다.


받을 수 없다는 우리와 꼭 받아달라는 아기 아빠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봉투 안에 편지도 같이 넣었다며 읽고 기분이 상하면 그대로 버려도 좋다는 말과 함께 계속 권하는데 마냥 사양하기도 미안한 노릇이었다. 손 글씨로 정성스럽게 쓰인 두 장의 편지에는 아이의 별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 아래층에선 얼마나 큰 스트레스일까 생각할 때마다 항상 죄송스런 마음이면서도, 그런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한편으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요샌 위층 아이의 쿵쾅거리는 소리가 그다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리가 줄어들었거나 작아진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위층에서 만들어내는 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돌이 지날 무렵부터는 제법 쿵쾅거리는 소리며 데굴데굴 장난감 굴러가는 소리, 이젠 거실을 운동장 삼아 달리는 것까지도 다 들린다. 아이가 자람에 따라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달라졌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소음으로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이젠 오히려 너무 조용하면 도리어 걱정이 앞선다. 아이가 어디 아픈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새벽에 우는 소리가 들려오면 두 부부가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낮에 고생할 모습이 선해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젊은 위층 부부의 모습에서 지난날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결혼해서부터 쭉 아파트에서 생활 했으니 아이들도 당연히 아파트에서 자랐다. 항상 아이들에게‘뛰지 마라. 살살 걸어라. 그 장난감은 소리가 요란하니까 나중에 갖고 놀자….’


지금은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는 집에서 뛰거나 크게 소리 지르지 말라고 이른다. 가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래층 아저씨를 만나면 우리 아이들 때문에 너무 시끄러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인사를 건넨다. 그럼 항상 그러신다.“괜찮아요. 별로 시끄러운지 모르겠어요.”


어찌 안 그렇겠는가, 엄마인 내가 우리 아이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위층 부부도 너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아이도 많이 시끄러웠을 텐데 참아주고 견뎌줬던 과거의 우리 아래층처럼, 그리고 지금도 뭐라 하지 않고 지내는 지금의 아래층처럼 우리도 위 층 부부에게 그런 아래층이 되어주고 싶다. 우리가 받았던 고마움을 위층에게 갚아주고 싶어서다.


요즘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우리 위층도 아래층인 우리 집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단독 주택이 아니고 여러 세대가 한 건물에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것도 사람 사는 정으로 알고, 조금씩만 참아주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또 서로에게 고마워하면서 지내면 안 될까? 바로 우리의 위층과 아래층처럼 말이다.


오늘도 위층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니 아프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전북 군산시 송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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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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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탄 2010.02.19 2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너무나 멋진 윗층 젊은 부부에, 너무나 인자한 아랫층 남자네요.
    물론 가운데 낀 님께서도 훌륭해 보이고요.
    세상이 이와 같다면 이웃간에 큰소리가 왜 날까요?
    저는 저층 아파트 꼭대기 층인데 앞으로는 주변을 좀 살펴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02.20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머!!!
      불탄님 같은 멋진 이웃 말씀인거죠?
      저도 아파트 꼭대기 층입니다......
      출근시간 바로 밑층에서 아래로 내려가고있는 엘리베이터가 다시 꼭대기로 올라오길 기다릴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와요 ㅎㅎ

  2. casablanca 2010.02.20 0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로 조그만 배려하고 이해하면 좋은 이웃인데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로 층간 소음으로 불화가 있는 이웃들이 참 많습니다.
    좋은 이웃 두셨군요.

    •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02.20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casablanca님/ 안녕하세요 :)
      저도 제 이웃의 멋진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한때 윗집 피아노 소리가 제 신경에 바늘처럼 툭툭 찔러들어와서 속으로 좋지않은 맘 품었던게 부끄부끄럽네요~ ㅎ

  3. repair iphone 2011.06.13 1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에도 또 좋은 글 기대 할께요. 퍼가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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