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는 키 키우고 싶고, 나이 들어서는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 누구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요즘 들어 아이들부터 중ㆍ장년 층까지 공통적으로 성장호르몬을 찾는 이유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아이들은 키가 크고 어른들은 덜 늙는다면서 말이다. 사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무턱대고 맞아서는 안 된다. 성장호르몬을 인위적으로 보충해서 효과가 있는 경우는 의학적으로 몇 가지에 국한돼 있다. 이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성장호르몬에 집착하다 보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호르몬 약은 원하는 효과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몸 전체에 영향을 미쳐 원치 않는 작용을 일으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병 때문에 작을 때만 효과

 

아이가 또래에 비해 유독 키가 작으면 많은 부모들이 성장호르몬에 관심을 갖는다. 성장호르몬이란 이름처럼 이 주사를 맞기만 하면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져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작다는 소리 안 들을 것 같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성장호르몬으로 치료해서 최종적으로 성인이 됐을 때 키가 커진다고 입증된 경우는 지금까지 특정 병 때문에 생긴 저신장증 뿐이다.

 

키가 잘 안 크게 만든다고 알려진 병은 터너증후군(여성에서 성염색체 하나가 없거나 기능을 하지 않는 병)이나 다운증후군(염색체에 문제가 있어 선천적으로 외모나 장기에 이상이 생기는 병) 같은 염색체 질환, 구루병(뼈가 잘 자라지 않거나 변형되는 병)이나 연골무형성증 같은 골격 질환,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갑상선호르몬 결핍증, 당뇨병, 쿠싱증후군(부신에서 특정 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와 몸에 지방이 쌓이는 병) 같은 호르몬 분비 이상 질환 등이 있다. 심장이나 신장, 폐, 장 등 주요 장기에 만성적인 병이 있는 아이,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도 또래에 비해 키가 덜 자랄 수 있다. 이런 병들 때문에 키가 작은 아이는 성장호르몬 치료가 국제 의학계에서 인정되고 있다. 성인 키 증가에 호전이 있다는 객관적인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와 있는 덕분이다.

 

반면 이 외에 다른 원인으로 생긴 저신장은 성장호르몬을 써도 어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대부분 유의미하게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 최근 의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 키가 유독 작은 원인은 대개 유전이나 체질의 영향이라고 알려져 있다. 부모 모두 또는 한 쪽이 키가 작을 때 나타나는 게 유전성(가족성) 저신장이다. 보통 아이들이 사춘기를 거치며 급격히 키가 자라는데, 유전성 저신장인 아이들은 이때 또래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체질성 저신장은 성장이 늦은 몸을 타고난 경우다. 뼈 나이로 치면 또래보다 평균적으로 2년 정도 성장이 늦다. 그러나 어릴 때는 키가 작아도 성장이 멈추는 시점이 남들보다 늦어 최종 키는 같은 연령대와 비슷한 범위에 들곤 한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 역시 어릴 때 비슷한 성장 과정을 거친 경우가 많다.

 

결국 아이가 또래보다 작다면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얘기다. 성장호르몬으로 치료할 지 여부는 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혈압 높거나 당뇨 있으면 피해야

 

우리 몸의 성장호르몬은 어릴 땐 키를 자라게 하고 몸집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 역할이 달라진다. 몸의 각 조직을 튼튼히 하고 근력을 키우며, 지방을 분해하고 골밀도를 높이는 게 성인 이후 성장호르몬의 주요 기능이다. 어릴 때는 양적 성장을, 성인기에는 질적 성장을 담당하는 셈이다.

 

20대 초반까지 계속해서 분비가 늘던 성장호르몬은 25세 안팎부터 10년마다 14~15%씩 줄어든다. 특히 40대에 들어서면 감소 속도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하고 60대가 되면 분비량이 20대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다. 이와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노화다. 몸의 질적 성장이 크게 더뎌지는 것이다. 체지방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해 쉽게 비만이 되고, 근육의 양과 강도가 줄며, 뼈가 약해진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삶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증상이 너무 심한 사람은 약으로 성장호르몬을 보충하면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최근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이유로 성인 성장호르몬을 찾는 중ㆍ장년 층이 실제로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부작용 역시 알려져 있다. 몸이 붓기도 하고, 손목이 저리기도 한다. 피부가 유독 푸석푸석해지기도 하고, 관절통이나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노화를 막고 싶다고 무조건 성장호르몬부터 찾는 성급함은 버려야 하는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암 치료 중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등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 망막에 염증이 생긴 환자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안 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뇌압이 너무 높은 사람이나 임신 중인 여성 역시 금물이다.

 

인위적으로 보충하는 성장호르몬은 분명 약이다. 꼭 써야 할 때도 아이든 어른이든 사전에 필요한 검사를 받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글 / 한국일보 문화부 의학 담당 임소형 기자
(도움말 :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서경묵 교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연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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