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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최남수칼럼] 담배에 책임을 물을 때!

 

 

 

 

 

       [최남수칼럼] 담배에 책임을 물을 때!

 

 

습관은 끈질기고 논란의 뿌리는 깊다. 흡연과 그 유해성에 대한 공방 말이다. 흡연인구가 급속히 늘어났던 조선시대 때도 담배를 놓고 말이 많았다. 찬반 입장이 팽팽했다. 흡연 찬성론의 선두에는 왕도 나섰다. 22대왕 정조는 "더울 때는 기를 저절로 평온하게 해주고, 추울 때는 침이 저절로 따뜻해져 추위를 막아준다"며 담배예찬론을 편다. 반면 후기 실학자 이익은 담배가 정신에 해롭다는 등의 이유로 흡연에 반대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법정에서 한 판 승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이슈는 담배 탓에 발생한 질병의 진료비용을 담배기업들이 물어내라는 것. 이와 관련해 1998년에 미국에서는 상징적으로 중요한 합의가 이뤄졌다. 1994년부터 49개 주정부와 시정부가 소송을 제기하자 필립 모리스와 R.J. 레이놀즈 등 담배회사들이 백기를 들고 2,460억 달러(약 260조 원)의 배상금을 내기로 했다.

 

이웃 나라인 캐나다도 영향을 받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가 만든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은 두 차례의 위헌 판결이 나는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합헌 판정을 받았다. 이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한 주정부들의 소송이 제기됐고 지난 5월 온타리오 주에서는 담배회사들이 500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개인들이 제기한 담배관련 소송이 제 1라운드라면 최근 들어 판이 커지는 조짐이다. 개인 소송의 경우 1999년에 제기된 것은 흡연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증 못했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원고 측이 패소하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판결은 해당 원고들이 흡연으로 질병이 생겼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일 뿐 담배의 유해성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지 않은가. 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 국민건강증진연구소가 130만 명을 19년 동안 추적해서 분석한 결과를 보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안 피우는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도가 3배에서 6배까지 높았다. 흡연의 암 발생 기여도는 남성의 경우 후두암이 79%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폐암 72%, 식도암 64%의 순이었다. 흡연으로 생긴 질병진료비는 연간 1조7,000억 원 규모였다. 사회 경제적 손실을 다 따지면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상황은 이런데 개인들만 고군분투하는 일이 이어지자 이번엔 건강보험공단이 나설 채비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진료비를 지출한 건보공단측이 비용 환수를 위한 소송을 곧 내겠다는 입장. 의료비용을 분담한 172개 지방자치단체도 언제든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건보공단은 이번 기회에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처럼 담배소송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피해를 입증하기보다 빅데이터 등 통계적 방식을 활용한 입증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또 한 가지. 흡연자는 담배를 살 때 건강증진법 상 부담금을 내고 있는 데 정작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모순도 해소돼야 한다. 담배회사는 수익금 중 일부를 흡연피해 치료비용으로 내놓는 게 이치에 맞다. 주주구성 상 외국회사가 돼버린 KT&G의 경우 당기순익만 2010년 1조308억원, 2012년 7,251억원에 이르고 있다. 유해한 제품을 팔아 생긴 피해에 대해 한 푼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정의에 맞지 않는다.

 

이 모든 논란의 핵심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이다. 담배가 기호식품이어서 흡연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은 이 심각한 유해성 앞에선 설득력이 약하다. 차라리 새해를 맞아 소비자들이 담배를 끊어버리자. 고령화시대를 맞아 긴 노후를 줄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글 /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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