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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과열된 조기교육, 근시와 망막병 부를 수도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니 수학이니 학원을 몇 개씩 다니는 어린이들 주변에서 심심찮게 본다.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창문도 제대로 없는 교실에 틀어 박혀 머리 아픈 덧셈뺄셈을 하고 생경한 파란 눈의 교사와 억지로 판에 박힌 대화를 나눠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갑갑하기만 하다.

 

지나친 조기교육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멍들게 한다. 성장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미 수차례 나왔다. 최근엔 어린 나이에 책을 가까이에서 너무 많이 읽으면 성인이 됐을 때 눈에 이상이 생길 우려가 커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모의 욕심이 자녀의 눈을 병들게 할 수 있다.

 

 

 

 젊은 망막병 급증

 

이달 초 보건당국은 청소년과 젊은 성인의 망막 질환이 크게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012년 망막장애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10, 20, 30대 환자가 2008년에 비해 각각 119%, 53%, 42% 늘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망막 질환이 노화에 따른 고령자의 단골 질병으로 인식돼왔던 걸 감안하면 예상 밖의 급증이다. 전체 망막장애 질환 환자 수를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60대(22만7,000명)와 70대(19만4,000명), 50대(18만8,000명) 순으로 여전히 장년이나 노년층이 많았지만, 전체 환자 대비 수술 인원은 20대가 36.4%로 1위를 기록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어린 나이에도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경우가 많아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의술의 발전으로 과거라면 모르고 넘겼을 초기 증상을 일찍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게 된 게 환자 수의 급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유달리 조기교육에 집착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구의 제일 안쪽에 있는 망막은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의 시신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사물의 모양이 찌그러지는 등 왜곡돼 보이거나 어두운 막으로 덮인 것처럼 보인다. 눈 앞이 갑자기 번쩍거리거나 먼지 같은 이물질이 자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게 바로 망막장애다. 황반변성과 황반이상증, 망막열공, 망막박리, 당뇨망막병증 등이 대표적인 망막장애 질환으로 꼽힌다. 노화에 따른 망막 이상, 서구식 식생활, 고도근시, 과다한 자외선 노출, 흡연 등이 망막장애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요 원인 고도근시

 

망막장애 질환은 서양의 경우 나이에 비례해서 유병률이 점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젊은 층의 유병률 증가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특성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 안과와 서울대 의대 의학연구협력센터 공동 연구진이 지난해 말 2007~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명 당 10.39명 꼴로 망막박리가 생겼으며, 64~69세(10만명 당 28.55명)와 20~29세(10만명 당 8.5명)의 두 연령대에서 발병률이 특히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국제학술지에 먼저 발표된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64~69세의 망막박리 발병률이 48.95명으로 우리나라보다 2배 가량 높지만, 20~29세의 발병률은 약 3.5명으로 우리의 절반 수준이다. 네덜란드의 평균 망막박리 발병률은 인구 10만명 당 18.19명으로 우리나라보다 57% 정도 높다.

 

이 같은 차이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건 고도근시다. 망막장애 질환의 발병과 근시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사실 많은 안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나오던 터였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서양인(백인ㆍ코카시안)보다 젊은 시기에 근시 유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었다.

 

망막박리는 망막 일부가 찢어지거나 손상돼 액체 상태의 유리체가 망막 아래 쪽으로 흘러들어가 망막의 시세포가 분리되는 상태다.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실명 가능성이 크다. 고도근시가 있으면 이른 나이에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50대 이상의 망막박리는 노화와 관련이 많은데 비해 10~20대의 젊은 나이에 나타나는 망막박리는 근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포가 활발하게 성장하는 어린 시기에 책을 과도하게 가까이에서 너무 많이 읽으면 고도근시가 생길 수 있다. 지나친 조기교육이 자녀에게 자칫 망막장애 질환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젊은 학생이나 직장인을 중심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이 늘었다는 점이 망막장애 질환 급증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미 눈의 발달이 끝난 성인이 전자기기를 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고도근시나 망막장애 질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어릴 때의 눈 관리가 평생의 눈 건강을 좌우하는 셈이다. 

 

 

 

독서 습관 올바르게

 

망막장애 질환은 레이저나 수술로 치료한다. 망막에 단순히 구멍만 생긴 상태(망막열공)라면 레이저만으로도 치료가 되지만, 망막이 찢어진 상태(망막박리)라면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 황반변성 치료 역시 망막의 상태에 따라 수술이나 레이저 중에서 선택한다.

 

아주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면 치료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그러나 자칫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망막장애 질환은 예방하는 게 최선이다. 어린 아이가 가까운 거리에서 책을 너무 많이 읽거나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평소 한 달에 한 번씩은 자녀의 한쪽 눈을 가린 채 보는 데 이상이 없는지, 눈에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자외선이 심한 날엔 선글라스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 / 한국일보 문화부 의학 담당 임소형기자

도움말 / 박인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안과 교수, 배소현 한림대성심병원 안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 서울대 의대 의학연구협력센터 최남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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