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소리나 외모보다 더 오래 기억되는 것이 체취(體臭)다. 체취는 첫 인상은 물론 사교나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경이 여간 쓰이는 일이 아니다. 체취엔 그 사람 고유의 냄새 외에 입 냄새(구취)ㆍ땀 냄새ㆍ겨드랑이 냄새(암내)ㆍ발냄새ㆍ담배냄새 등 다양한 냄새가 포함된다. 실제론 체취가 거의 없는데도 자신에게 냄새가 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환취증이다. 체취가 있으면 사람 만나는 일이 부담스럽다.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잃게 된다. 체취 치료는 예상 외로 힘든 경우가 많다.
구취 발생 원인 |
체취 중 가장 흔한 것이 구취(口臭)다. 구취는 입 안에 사는 세균들이 단백질을 분해할 때 생기는 휘발성 황(黃)화합물로 인해 입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남들은 괴로워도 정작 자신은 모르기 쉽다. 그래서 장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구취는 누구나 갖고 있다. 원인은 오만가지이고 백인백색이다.
구취 원인의 80∼90%는 입 안에 있다. 잇몸질환(치주염)ㆍ충치(치아우식증)ㆍ오래된 보철물ㆍ설태(혀 표면이 하얗게 혹은 검게 변하거나 털이 난 것처럼 보이는 증상)ㆍ입안의 염증ㆍ구강 건조(침 분비량 저하) 등이 주범이다. 마늘ㆍ양파ㆍ향이 강한 음식ㆍ담배ㆍ술 등도 구취를 일으키지만 이때의 입 냄새는 일시적이다.
다이어트ㆍ결식ㆍ금식도 구취의 원인이다. 체중 감량을 위해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이 분해되면서 케톤이란 물질이 생긴다. 숨 쉴 때 케톤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입 냄새가 난다. 이때 가벼운 식사나 과일 주스를 섭취하면 입 냄새를 줄일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도 구취를 유발한다. 음식 중 위와 장을 통해 소화된 물질은 피 속으로 흡수돼 숨 쉴 때 밖으로 배출된다. 양파ㆍ마늘ㆍ술ㆍ향이 강한 음식을 먹은 후 양치질을 해도 입 냄새가 나는 것은 그래서다.
구취는 내과나 이비인후과 질환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음식이 위에서 서너 시간 이상 머물러 위에서 비정상 발효가 일어나면 구취가 생긴다. 축농증으로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면 입 안이 말라 입 냄새가 난다. 콧물ㆍ먼지 등이 목뒤로 넘어가도 구취가 생긴다. 인후염ㆍ편도선염 등 염증성 질환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위액이나 담즙이 식도로 넘어가도 입 냄새가 난다. 당뇨병ㆍ만성폐쇄성폐질환ㆍ만성 신부전ㆍ간경화ㆍ위장질환 등 전신질환의 한 증상으로 구취가 생길 수 있다. 구취가 실마리가 돼 중병을 발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심한 당뇨병 환자의 입에선 달콤한 과일냄새 같은 아세톤향의 냄새가 난다. 신부전에 의한 요독증 환자의 입에선 숨 쉴 때마다 소변이나 암모니아 냄새가 발산된다. 마치 생선비린내와 비슷한 냄새다. 피 냄새나 계란 썩는 냄새가 나면 간경변증을 의심할 수 있다. 피 썩는 냄새가 난다면 백혈병이 원인일 수 있다. 비타민이나 아연ㆍ철분 등 미네랄 섭취가 부족해도 입안에 건조해져 입 냄새가 난다.
구취 예방법
구취는 칫솔질만으로도 예방 가능하다. 입 냄새가 심하다면 칫솔질을 하면서 혀를 닦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치실을 이용해 치아 사이에 남은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일반 치약 대신 따뜻한 물에 계피 용액 반 숟갈을 탄 물로 칫솔질을 하는 것도 시도해볼만 하다. 물 1ℓ에 베이킹 소다 1작은술ㆍ소금 1작은술을 넣은 물로 칫솔질한 뒤 칫솔로 혀를 닦아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잇몸질환ㆍ충치, 오래된 보철물 주변의 치태로 인한 구취는 칫솔질만으론 없애기 힘들다.
구취를 없애려면 원인질환을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원인이 잇몸질환ㆍ충치ㆍ설태 등 입안에 있으면 구강 질환을 치료하고 혀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원인이 입 밖에 있으면 이비인후과ㆍ내과를 방문해 확실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구취 유발 식품의 섭취를 가능한 한 피하는 것도 효과적인 입 냄새 예방법이다. 기름진 고지방 식품ㆍ튀김 음식ㆍ술ㆍ탄산음료ㆍ카페인 음료, 파ㆍ양파ㆍ마늘 등 황 성분이 함유된 향신료들, 담배 등이 구취를 곧잘 일으킨다. 껌을 씹으면 입 냄새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껌을 씹으면 껌의 민트 성분이 식도하부 괄약근의 기능을 떨어뜨려 구취를 악화시킨다.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구취가 있다면 물을 자주,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침의 분비가 적으면 혀와 치아 표면에서 세균들이 빠르게 증식하기 때문이다. 아침 기상 후에 입 냄새가 심한 것도 잠자는 동안 침이 적게 나와서다. 게다가 밤새 고여 있던 침의 산도(酸度)가 높아지면서 입안에 남아 있던 음식 찌꺼기나 잇몸의 단백질에서 부패취가 난다. 입 냄새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무설탕 껌ㆍ박하사탕 등을 권하는 것은 이들이 침 분비를 늘려주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구취가 심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시 입안의 ‘청소부’인 침의 분비가 감소한 탓이다. 구취가 있는 사람은 물을 하루에 8잔 이상 마시고, 침이 잘 나오도록 이와 이를 자주 부딪쳐 자극하는 것이 좋다. 또 아침식사를 하면 혀 표면의 설태가 제거되고 침 분비가 촉진된다.
식단을 육류 대신 신선한 채소ㆍ과일 등 저지방ㆍ고식이섬유 식품 중심으로 짜는 것도 구치 해소를 돕는다. 구강건조증을 일으키는 약과 술ㆍ담배를 끊는 것도 중요하다.
구강세정제는 구취 제거에 일시적인 효과를 줄 뿐이다. 오래 사용하면 치아나 입안 점막의 색이 누렇게 변하고 치석이 많아지며 입맛까지 변한다. 최근엔 구취의 주성분인 휘발성 황 화합물을 없애는 구강세정제도 출시됐다.
가벼운 입냄새, 에티켓 식품으로
식사 뒤의 가벼운 입 냄새는 이른바 에티켓 식품으로 없앨 수 있다.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에티켓 식품으론 향이 강한 생강이 우선 꼽힌다. 생강의 향은 다른 냄새를 압도한다. 닭고기ㆍ돼지고기ㆍ생선을 요리할 때 생강을 넣으면 잡냄새가 사라진다. 고등어 회에 생강을 갈아서 뿌리면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생강의 탈취 효과 덕분이다. 냄새 제거 성분은 진저론 등 생강의 매운맛 성분이다. 생강과 토란 삶은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이 구취 해소에 이롭다.
식사 뒤 구취를 없애기 위해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이 많다. 잘못된 방법이다. 커피향이 입안에 퍼지면 본인은 입 냄새가 사라진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옆 사람에겐 여전히 역겨운 냄새일 수 있다. 식후 구취 해소용 음료론 토마토주스ㆍ녹차ㆍ오미자차가 추천된다. 토마토주스엔 구취의 주범인 황 화합물을 분해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오미자차를 마시면 신맛이 침샘을 자극해 천연의 ‘구취 해소약’인 침의 분비가 늘어난다. 주전자에 오미자를 반 움큼 가량 넣고 끓이면 오미자차가 완성된다.
구취가 심하고 소화기능이 떨어져 자주 체하는 사람에게 추천되는 허브는 페퍼민트(박하)다. 페퍼민트는 입안에 남은 냄새를 휘발시킨다. 치약ㆍ담배에 첨가되는 것은 그래서다. 페퍼민트의 향 성분인 멘톨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취로 인해 두통이 생기고 속이 메스꺼울 때 페퍼민트 향을 맡거나 박하사탕을 먹으면 두통이 한결 가벼워지고 속도 편해진다.
녹차잎ㆍ방아잎(곽향)은 탈취 효과가 강한 식물들이다. 술 마신 다음날 녹차잎을 씹으면 구취를 완화할 수 있다. 녹차에 든 폴리페놀(항산화성분)이 입안의 세균들을 죽여 구취를 없애준다. 숙취까지 덜어준다. 예부터 시골에선 설거지를 하거나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 데 방아잎을 썼다. 보신탕ㆍ추어탕을 끓일 때 잘게 썬 방아잎을 향신료로 사용했다. 삼겹살을 들깻잎이나 상추에 쌀 때 그 안에 어린 방아잎을 넣어 먹었다. 주전자에 방아잎 한줌을 넣고 끓은 뒤 식힌 물로 칫솔질을 하면 구취가 대부분 사라진다. 당근잎 분말을 하루 2g가량 섭취하는 것도 구취 해소에 이롭다.
생으로 먹기 힘들 정도로 신맛이 강한 레몬도 탈취에 유용하다. 식사한 뒤 레몬 한 조각을 먹으면 마치 가글한 듯 입안이 상쾌해진다.
매실을 그을린 오매(烏梅)도 구취를 없애는 한약재에 널리 쓰인다. 식사 뒤에 잠깐 입에 물고 있기만 해도 구취는 물론 입안의 세균까지 사라진다. 은단이나 자일리톨 등 무설탕 껌을 씹는 것도 구취 해소를 돕는다.
한방에서 가벼운 구취 치료에 사용하는 약재는 정향ㆍ감초ㆍ매실ㆍ족도리풀 등이다. 정향은 살균ㆍ암 예방 효과가 기대되는 허브다. 구취가 있는 사람은 정향 8g을 물에 달인 뒤 이 물로 하루 5∼6회 칫솔질하는 것이 좋다. 감초 뿌리 10g과 석고 100g을 물 2ℓ에 넣고 달인 물로 수시로 칫솔질해도 구취가 줄어든다. 매운 맛이 나는 족도리풀(세신)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구취를 없애주는 약성을 갖고 있다. 세신 3g과 백두구 6g을 물에 넣고 달인 뒤 이 물로 매일 5∼6회 칫솔질한다.
발냄새와 겨드랑이 냄새엔 |
입 냄새 못지않게 괴로운 것이 발냄새와 겨드랑이 냄새다. 음식을 먹어서 발냄새를 없앨 수는 없다. 잘 씻는 것이 최선이다. 탈취력이 강한 허브나 식품을 넣은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컨대 녹차잎ㆍ방아잎ㆍ생강 달인 물로 발을 씻으면 발냄새가 사라진다. 서양에선 세이지ㆍ소나무 기름을 탄 물에 발을 담근다. 만약 집안에 이런 허브가 없으면 따뜻한 물을 담은 대야에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린 뒤 발을 담구는 것도 방법이다.
건초나 솔방울 추출물을 적신 수건으로 발을 잘 덮어주거나 티트리 오일ㆍ라벤더 오일 등 아로마 오일로 하루에 한두 번씩 발바닥을 닦아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레몬즙을 묻힌 헝겊이나 박하ㆍ백반을 신발 속에 넣어두는 것도 발냄새 제거에 효과적이다.
암내로 고민인 사람은 ‘생강 수건’로 겨드랑이를 지그시 눌러준다. 생강 달인 물(작은 패트병 분량의 물에 생강 5g을 넣고 반으로 줄 때까지 약한 불로 우려내면 완성)을 수건에 적신 뒤 짠 것이 ‘생강 수건’이다. 수건이 식으면 새 수건으로 두세 번 교체한다. 피부가 약하거나 예민한 사람은 ‘생강 수건’을 먼저 팔 안쪽에 갖다 대 피부 반응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충분히 희석시킨 매실시초나 쌀식초를 거즈나 탈지면에 적신 뒤 겨드랑이에 붙이는 것도 효과가 있다. 이때 거즈는 5시간마다 갈아주는 것이 적당하다. ‘레몬수건’도 암내를 없애는데 이롭다. 외출 전에 겨드랑이나 얼굴에 ‘레몬수건’을 5분가량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레몬 물(40도 가량의 물 2ℓ에 레몬 한 개에서 짠 즙을 넣어 만든다)에 수건을 적신 뒤 짜면 ‘레몬수건’이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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