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차(茶)는 여전히 서양에서 들여온 커피가 그 개념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식사를 마친 뒤 "차 한 잔 할까"라는 질문에는 여지없이 "커피 한 잔 할까"라는 뜻을 내포한다. 왜냐하면 집근처 어느 시내를 나가더라도 커피전문점이 즐비하며, 점심식사비용을 웃도는 높은 가격의 커피한잔 여유가 이제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제주 역시 어느 한적한 시골이라도 농가주택이나 창고를 개조한 커피전문점이 즐비하다. 오히려 우후죽순 늘어나는 커피전문점에 주인장들은 울상이고 대형 프렌차이즈의 등장에 긴장감만 높아지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독한 커피사랑과 달리 해외에서는 오래전 동양에서 즐겨 마시던 차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제는 차라는 개념을 확장해 건강을 위한 '티테라피(Tea+Therapy)'라는 신개념까지 등장할 정도다.
티테라피는 어떤 것? |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테라피의 종류에는 오일 테라피 허브 테라피 등이 있다. 테라피는 말 그대로 병이나 상처 따위를 다스려서 낫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 차의 개념을 접목한 것이 바로 티테라피인 것이다.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차의 개념에는 동양철학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 티테라피 역시 이러한 개념을 더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커피나 일반 음료와 달리 티테라피는 자신의 체질과 몸에 맞는 차를 골라 마신다는 점에서 치유의 개념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티테라피 전도역할을 하는 한 한의사는 자신의 기고글에서 "티 테라피를 통해 피로와 어깨결림 불면, 두통, 소화장애 등의 문제를 체질별로 처방해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개개인의 체질이나 몸 상태에 따라 도움이 되는 차의 종류가 각각 다르다는 이야기다.
체질별 내 몸에 맞는 차 |
티테라피는 한방재료를 바탕으로 이뤄져 있어 한약을 다루듯 체질에 맞게 고르는 것이 주요하다. 우선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하려면 향이 있는 박하, 곽향과 달콤한 맛을 내는 감초가 있는 향통차(香通茶)가 있다. 또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선 황기, 당귀, 구기자의 배합이 이뤄진 원기차(元氣茶)를 꼽을 수 있다.
예민하면서 만성 소화장애가 있는 마른 타입이라면 전통 허브인 백출과 위와 장의 운동성을 돕는 귤피가 들어간 건위차(健胃茶)가 좋겠다. 살이 찌고 땀을 많이 흘린다면 보통 눈의 피로, 눈 충혈, 목이나 얼굴의 붉어짐, 갈증 등이 동반되는데 몸의 화(火)를 빼는 칡, 국화에 구기자를 더한 청열차(淸熱茶)가 효과적이다.
습담(체내 불필요한 수분 또는 대사 후 노폐물)이 쌓였을 경우에도 붓거나 살이 찌고 몸이 무거운데 이때는 율무와 메밀 장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귤피가 들어간 감비차(減肥茶)가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고 특히 여성들이 호소하는 손발, 아랫배가 찬 증상은 혈액순환이 좋지 않다는 뜻이며, 몸에 온기를 주는 계피에 황기, 계지를 넣은 온경차(溫經茶)가 특효다.
활동량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나 머리가 복잡한 기획들로 인해 몸의 근육이 경직돼 있다면 양기 보강에 도움을 주는 복분자에 구기자, 황정을 넣어 보신차(補腎茶)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이 밖에도 피부에 윤기가 없고 몸이 건조하다면 구기자, 율무를 섞은 보음차(補陰茶)가 좋으며, 감기기운이 있다면 곽향, 박하, 독활 등이 섞인 감모차(風邪茶)가 딱이다. 그 외에 티테라피에 관심을 갖는다면 티테라피에 대한 개념정리가 잘 돼 있는 이상재의 <한의사의 다방: 티테라피, 약장에서 꺼낸 차 이야기>를 추천해 본다.
본문중 한 구절을 인용해 티테라피의 매력을 소개해본다.
"볶은차를 테스팅하는 일도 즐거운 오전의 일과다. 구기자 5알을 머그잔에 넣고 95℃의 물을 200cc부으면 로스팅 된 구기자에 물이 스미면서 우러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물의 빛깔이 홍갈색으로 변한다. 딱 3분 후 한모금 마셔본다. 강하게 로스팅 된 구기자는 캐러멜향이 강하고 덜 로스팅 된 구기자는 구기자 본래의 단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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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유기고가 김지환(전 청년의사 기자)
http://blog.naver.com/rosemary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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