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꼭 필요한 지방, 문제는 '지나치게' 많이 쌓인 지방 |
비만은 비만 자체로도 질병으로 간주된다. 비만인은 제2형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간질환, 담낭 질환, 골관절염, 수면 무호흡증, 일부 암 등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과도한 체중 자체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비만에 의한 대사 이상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의 비만도가 높아지면 이들 질 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들의 치료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 역시 증가한다.
그렇다면 비만을 유발하는 지방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 많은 매체에서 비만을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몸 안에 쌓인 지방은 나쁜 것’이라는 관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지방은 인체에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이 쌓인 지방이다. 동물에게 지방 조직은 여러면에서 아주 탁월한 조직이다. 지방 조직은 단위 부피나 무게당 저장할 수 있는 열량이 아주 높은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고이다. 또 부드럽기 때문에 어지간히 많이 늘어나지 않는 한 동물의 행동에 장애를 주지 않는다. 피하지방은 열전도율이 낮아서 체온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충격을 흡수함으로써 내부 장기를 보호한다. 생존의 측면과 에너지 저장고 역할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한 조직이 지방 조직이다.
뚱뚱해진 현대 인류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진화 현상 |
뚱뚱해지는 것은 진화의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나긴 인류의 역사에서 인구 집단이 기아에 허덕이지 않고 먹을게 남아도는 상황이 된 것은 불과 몇 십 년만의 일이다. 수만년 동안 인류는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사람의 몸은 먹을 것이 보이면 식욕을 느끼고, 먹을 것이 있을때 이것을 몸 안에 집어 넣고, 만일을 대비해서 남은 열량을 저장하고, 같은 열량으로도 많은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열효율이 높아지는 상태로 진화했다. 먹을 것이 많아지고 덜 움직여도 생존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뚱뚱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비만은 인간의 유전자와 풍요롭고 편리한 사회환경으로의 급격한 변화가 결합된 현상이고, 체중을 감량하려는 노력은 진화를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운 행위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만큼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를 개인의 노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비만으로 가는 길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만 예방은 현대인의 평생 숙제와도 같다 |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것은 비만 또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다. 비만이 불치의 병이 아니고 금세 되돌릴 수 없는 합병증을 유발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비만인들이 자신이 비만해져 가고 있는 과정에서 바로 대응하지 않고 더 심각해지기 전에 예방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비만에서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비만의 치료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체중 감량은 유전적 진화과정을 거스르는 행위여서 치료가 쉽지 않다. 또, 한번 비만해지면 정상일 때에 비해서 피하지방이 많아진다. 그러면 체온 유지가 훨씬 쉽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기 때문에, 체중 감량을 위해서 훨씬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결국, 비만이 되기 이전에 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비만이 된 상태에서 체중을 감량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체중조절은 평생의 문제이다. 나이가 적을 때에는 체지방률이 낮고 근육량이 많다. 또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쉽게 비만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지면서 활동량이 적어져 근육량 역시 적어지는데도 열량 섭취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기 때문에 체중이 점차 늘어난다. 특히 직업이 바뀌거나 결혼과 출산 등 삶에서 커다란 생활 변화가 일어날때 체중이 크게 늘어나곤 한다. 단기간에 체중을 빼보려고만 하지 말고 삶의 전 기간에서, 특히 나이가 점점 많아질수록 활동량을 유지하고 필요 없는 열량 섭취를 줄이는데 신경써야만 비만을 평생 계속해서 예방할 수 있다.
글 / 김경곤 교수(가천의대 가정의학과)
출처 / 사보 '건강보험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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