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울리는 노래 하나 있다.

 

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패티김의 노래다. 웬지 모를 슬픔. 괜히 서글퍼지는 기분. ‘우수에 젖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절이 담겨 있다. 옛날 사람들은 가을에 풀이 시들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의 숙살지기(肅殺之氣)때문이라고 했다. 숙살은 엄숙하게 처단한다는 뜻이다. 봄, 여름 동안 무성해질대로 무성해진 필요없는 것들을 단호히 쳐낸다. 살리는 것에 익숙한 우리 인간이 자연의 엄숙한 처단에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가을에 어울리는 차 한잔 권한다.

 

 

 

 

가을과 어울리는 향긋한 '국화차'

 

한방 티테라피의 지평을 넓힌 이상재 부산대한의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을의 대표 한방차로 국화차를 소개한다. 이 교수는 “국화는 서정주시인의 ‘국화 옆에서’ 시에 나오는 ‘내 누님’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봄부터 울어대는 소쩍새, 한여름 먹구름 속 천둥소리, 노오란 네 잎을 피우기 위해 저리도 무서리가 내리고 잠도 설치게 한... 많은 방황과 고되를 경험한 뒤 담담히 관조할 수 있는 내공을 담은 꽃. 바로 국화라는 가르킨다.

 

기운을 중시하는 한의학적 관점에서 이 청초한 이미지는 그대로 약효로 이어진다. 머리의 열을 식혀주고, 흥분을 가라앉혀 혈압을 내려주고 초조함과 조급증 대신에 느긋함을 선사해 준다. 동의보감에는 감국(甘菊)이라 하여 간의 열을 식여주는 작용이 있다고 되어 있다. 간의 열을 요즘 말로 바꾸면 스트레스! 조선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울화가 치민다’, ‘간에 열․불이 난다’, 혹은 ‘속에 불이 난다’고 표현했다.

 

국화차를 마시려면, 꼭 오후 3시쯤에 마시는 것이 좋다. 지구가 제일 뜨거워지고, 내 몸도 뜨거워지는 오후 3시. 생각과 고민으로 상기된 내 머리와 눈을 식혀주기에 좋다. 눈이 뻑뻑하고 얼굴이 상기될 때, 국화 5송이를 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잠시 후 국화꽃이 노랗게 피어오른다. 국화 한 모금 마시며 달아 오른 몸과 마음의 열기를 함께 가라 앉는다는 상상을 해 보자. 국화를 마시는 것은 곧 명상이다. 또 한 모금에 창 밖을 내다보는 이미지는 국화차와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 가을에 국화차 한잔과 함께 내 몸과 마음에 노오란 가을을 선물하기를 바란다.

 

 

 

몸 속 까지 맑게 해주는 '메밀차'

 

메밀차도 가을에 어울린다. 순백의 메밀꽃같이 깨끗한 이미지가 메밀의 작용과 닮았다. 우리 몸의 노폐물을 빼내주는 건강음식이다. 본초강목에는 메밀은 오장의 나쁜 기운을 다 빼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메밀은 장수국가 일본의 주 음식재료이다. 우리 음식에서도 널리 쓰이는데 메밀묵, 국수, 평양냉면의 재료가 메밀이기도 하다. 

 

최근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많으면서 품귀 현상까지 생겼다. 메밀차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먼저 메밀의 껍질을 벗긴다. 다음 메밀을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볶는다. 차관에 우려 마시거나 보리차 끊이듯이 끊여 마셔도 좋다. 

 

/ 김규철 내일신문 정책팀 기자

도움말 / 이상재 부산대한의전문대학원 교수(한의사의 다방/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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