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유행어 제조기다. 특히 코미디 프로를 즐겨 보는 사람과 전혀 안 보는 사람은 웃음코드가 엇갈린다. 유행어를 패러디해도 원조(?)를 모르니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때론 옥외 광고도 독해(?)가 안된다. 유행어를 모르면 바로 구식취급이다. 나이 드는 것도 억울한데…. 새삼 ‘노년은 모든 것을 용서하지만 스스로는 아무것도 용서받지 못하고, 청년은 모든 것을 용서받지만 스스로는 아무도 용서하지 않는다’는 버나드 쇼의 말이 스쳐 간다.
마음은 마음으로 다가온다 |
‘느낌 아니까~.’ 한 때 대한민국을 돌고 돈 유행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뽑은 2013년 유행어에선 당당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1위도 꿰찼다. 당차면서도 귀여운 개그우먼 김지민 씨는 개그콘서트(개콘)라는 프로에서 ‘느낌 아니까’를 연발하며 시청자를 웃긴다. 그 느낌 그~대로 살려 연기를 해보겠다는 건대, 왠지 그 느낌 그대로 살리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한 예감…. 그 엇박자가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낸다.
마음은 마음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마음이 마음을 안다. 상처를 입어 본 사람은 상처의 아픔을 알고, 이별을 경험한 사람은 이별의 애틋함을 안다. 칭찬을 받아 본 사람은 고래가 칭찬에 춤을 추는 이유를,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은 세상이 사랑을 찬미하는 이유를 안다. 그러니 느낌을 안다는 것은 남의 애락(哀樂)을 내 가슴에 담는 것이다. 함께 아프고, 함께 기뻐하는 것이다. 타인의 아픔을 오로시 가슴으로 느끼고 온 정성을 다해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이다. 통하면 상대도, 나도 마음의 아픔이 치유된다. 동의보감이 강조한 ‘통즉불통(通則不痛)’은 마음에도, 육체에도 공통으로 적용되는 이치다.
건강한 마음에 건강한 육체가 깃든다 |
예수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태복음 7장 12절)고 했다. 공자 역시 ‘네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세상은 이 말에 ‘황금률’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삶을 살아가는 근본 이치라는 뜻이다. 예수와 공자는 시대를 초월해 누구보다 ‘느낌’을 먼저 안 사람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느낌, 그 느낌을 제대로 꿰뚫은 셈이다.
느낌을 안다는 것은 서로 통한다는 얘기다. 소통은 내 마음이 상대를 향해 열려 있고, 상대 마음이 나를 향해 열려 있는 상태다. 마음을 여는 출발은 성찰이다. 성찰은 남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돈이든, 이해관계든 너무 달라붙으면 시야가 흐려진다. 가족의 상처도 대부분 지나친 마음의 밀착에서 온다. 맹목적 기대, 맹목적 헌신은 때로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그러니 가끔은 남의 눈으로 자기를 봐야 한다. 마음의 힐링은 바로 몸의 힐링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가 깃드는 법이다.
느낌은 서로를 이어주는 통로다 |
느낌을 안다는 건 마음에 가식이 없는 것이다. 진심으로 주고, 진심으로 받는 것이다. 교언영색으로 거짓을 가리지 않고, 따스함으로 마음의 냉기를 녹여주는 것이다. 몸을 아끼면 친구가 멀어지고,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면 틈새가 더 벌어진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느낌을 안다는 건 상대의 상처를 살포시 보듬는 것이다. 왜 상처가 났느냐고 형사처럼 따지기보다 응급조치부터 취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느낌은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다. 그 길로 배려, 칭찬, 격려, 믿음, 친절, 진심이 자주 다녀야 통로가 넓어진다. 이기심과 비웃음, 불신은 그 통로를 좁히는 마음의 찌꺼기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더 멀리 가려면 어찌할까. 그건 느낌을 아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다. 느낌을 아는 것, 그건 더불어 사는 열쇠를 손안에 쥔 것이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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