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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로봇수술? 전통 수술? 어느게 더 나을까?

  

 

 

 

 

 

 

 

 

'OOO병원, 차세대 로봇수술기 이용 암 수술 성공' XXXX병원 "위·신장암 동시 로봇수술 성공' 'XXXX병원 "위·신장암 동시 로봇수술 성공' '△△△ 비뇨기과 로봇수술 100건 돌파' '◇◇◇◇병원, 부인과질환 싱글 포트 로봇수술 성공'

 

잊을 만하면 언론에 나오는 로봇수술 관련 기사다. 주로 로봇수술의 우수성을 부각하는 홍보성 내용이다. 로봇수술을 하면 치료 효과가 좋다는 걸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끊임없이 머릿속에 주입한다. 실제로 병원계에 로봇수술은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빅5'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 병원, 연세 세브란스 병원,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물론이고 지방의 제법 규모가 있는 병원들도 앞다퉈 값비싼 로봇수술 기기를 도입하고 있다. 최신 의료기기를 갖췄다고 널리 알려 환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최첨단 의료장비로 무장했다는 것만큼 좋은 홍보수단은 드물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은 과연 암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모든 일이 그렇지만, 로봇수술에도 장단점이 있다. 내세울 만한 장점으로는 무엇보다 수술할 때 찢는 부위가 적기에 흉터가 작다. 미용 측면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기존 개복 수술보다 흉터가 아무는 데 드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 그래서 입원 기간도 줄어든다. 수술 후에 보기 좋고 상처가 더욱 빨리 아물어 상대적으로 고통을 덜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모든 암이 로봇수술을 했다고 전통적인 수술법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제한된 암에서만 기존 수술보다 치료 효과가 조금 낫게 나올 뿐이다.

 

 

 

 

 

 

로봇수술이 논란이 되자 신의료기술을 평가하는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보의연)이 나섰다. 두 차례에 걸쳐 메스를 들이대며 로봇수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꼼꼼하게 따져봤다. 결과는 로봇수술 옹호론자에겐 실망스럽겠지만, 예상대로였다. 일부 질병을 빼고는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 등에서 기존 수술보다 효과가 눈에 띄게 좋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2014년 4월 보의연은 1차로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5개 질병(전립선암, 신장암, 직장암, 위암, 갑상선암)을 선택해 로봇수술 관련 국내외 연구논문들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비용대비 효과를 분석했다. 분석결과를 보자. 전립선암의 경우에만 로봇수술이 개복수술이나 내시경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 등 기존 수술보다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좋았을 뿐이다. 위암 등 나머지 암에서는 차이가 없는 등 유의점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보의연은 8개월이 지난 2014년 12월에 로봇수술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과연 안전한지에 대한 2차 연구결과는 내놓았다. 1차 발표 때와 결과는 비슷했다.

 

 

 

 

 

 

보의연이 검토대상으로 테이블에 올린 질병은 자궁암, 결장암, 방광암, 폐 및 기관지암, 구강 및 인후두암, 식도암,부신암 및 신우요관암 등 로봇수술 빈도가 높은 7개 암이었다. 조사 결과, 로봇수술이 로봇을 이용하지 않은 기존 수술 방식보다 합병증 발생률이 의미있게 낮은 경우는 자궁암뿐이었다. 나머지 암 중에서 일부에서는 겨우 회복기간을 약간 줄였을 뿐이었다. 이처럼 월등하게 나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다면, 가격이라도 싸면 좋을 텐데, 로봇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에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훨씬 더 비용이 많이 들어 환자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준다. 갑상선암과 전립선암에 많이 쓰이는 다빈치 로봇수술의 경우 500만원~1천500만원 선이며, 지난 2011년 당시 보의연이 살펴보니 일반 수술보다 2~6배나 비쌌다.

 

 

 


 

 

병원으로서는 비급여수술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보니, 로봇수술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의료연대본부는 2014년 10월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립 보라매병원이 고가의 로봇수술을 활성화하려고 의사에게 건당 30만~50만원의 수당을 주었다고 공격했다. 의사가 로봇수술을 권하면 환자는 수술비가 비싸도 의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시립병원에서 서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의사들은 비용대비 효과가 의심스러운 로봇수술에 대해서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로봇수술 비용을 낼 금전적 여유가 있고,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로봇수술을 택해서 나쁠 건 없지만, 형편이 안 되는데도 로봇수술이 좋다고 하니 있는 돈을 다 털고, 빚을 내서라도 로봇수술을 받을 필요는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로봇수술은 2005년 7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로봇수술 장비를 허가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이후 매년 51.4%씩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2년 6월까지 수술환자는 2만 4천 207명이나 된다. 그렇지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로봇수술을 선별 급여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회입법조사처는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대비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했다. 선별급여는 비용 효과성은 떨어지지만, 급여요구가 있는 항목에 대해 임상적 유용성, 사회적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본인부담률 50~80% 범위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제도다.

 
글/ 연합뉴스기자 서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