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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제주 해녀] 건강한 폐활량, 제주해녀의 모든 것

    

 

 

 

 

 

 

 

제주 바닷가에서 파도소리와 함께 해녀들이 한상 차려준 신선한 해산물을 맛본 적이 있다면 그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해산물의 신선함도 감탄스럽지만 깊은 바다 속을 헤엄쳐 맨손으로 일궈낸 해녀들의 삶의 열정에 더 큰 감동의 탄식이 쏟아진다. 필자가 살고 있는 제주도에는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어림잡아도 수백여명에서 1천여명 가까운 해녀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공동체 역사를 간직한 해녀는 이미 전세계적으로도 희소가치가 높은 문화로 제주도에서는 '제주해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이미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제주형의제로 체택돼 제주해녀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증받기도 했으니 유네스코 등재도 언젠가는 꼭 이뤄지리라 믿는다.

 

 

 

  

 

흔히들 잠수사와 해녀가 대결을 하면 누가 승리할까라는 농담을 하고는 한다. 사실 정답은 없지만 단순히 숨을 오래 참는 것으로 보자면 해녀와 잠수사가 실력을 가늠하기 힘들만큼 박빙이겠지만 물 속에서의 활동량만 비교한다면 단연코 해녀가 압승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년간 갈고닦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하우를 따라잡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것을 '나잠어법'이라 일컫는다. 나잠(裸潛)이라는 말은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해녀들은 잠수복을 착용하고 수심 10m 이내 연안 어장에서 도구를 사용해 소라, 전복, 성게, 해조류, 홍합 등을 채취한다. 이 때 해녀들은 물질의 가장 기본이 되는 '테왁'과 '망사리'를 사용한다. 테왁은 작업장소까지 헤엄칠 때 사용하고 물질 중 숨을 쉴때도 용이한 도구다.

또 채취한 해산물은 망시리라는 그물주머니에 넣어 담아오게 된다. 해녀들이 이처럼 오랜시간 물속에서 견디며 숨을 참아내는 것은 오로지 숙련된 노력에 따른 것이다. 반복된 훈련에 따라 해녀들은 대상군, 상군(삼좀녜, 큰좀녜, 완좀녜), 중군(중좀녜, 중좀수), 하군(돌파리, 똥꾼), 애기상군으로 나뉘어 엄격한 위계질서대로 행동한다. 상군처럼 깊은 바다속을 들어가는 해녀들은 25명 중 5명 정도가 고작이다. 이 때 깊은 바다밭을 찾아가는 지혜에는 '가늠'과 '헛숨'이 있는데 가늠은 바다 위에서 자신이 위치한 곳을 알아내는 기술이고 헛숨은 자맥질하다 바다밭의 위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보통 해녀들은 물 속 15~20피트 (4~6m)에서 물질을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재래복을 입고도 무려 22m까지 자맥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제주 해녀들의 특별한 기술중 하나는 바로 바람에 대한 인지능력이다. 해녀들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어로활동이 가능한 곳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며 바람에 의지되는 곳에 조류조건까지 맞아떨어지면 수월한 작업이 이뤄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작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제주 해녀들이 물밖으로 나와 숨을 고를 때 나는 휘파람과 같은 '숨비소리'는 제주해녀들을 대표하는 소리로 폐활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분에서 2분의 잠수 후 숨을 고를때 나타난다.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는데 바로 '산출유형에 따른 해녀와 비해녀 집단 간의 복횡근 활성도와 음성 특성 비교'란 제목의 대구대 석사논문(박현자)이다. 연구는 해녀 14명과 비해녀 14명을 비교실험해 근전도 변화, 최대발성지속시간(MPT), 기본주파수(FO)등을 비교했는데, 그 결과 해녀집단의 복횡근 활성도가 현저하게 높았다. 즉 오랜 물질을 통해 폐활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통한 발성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발달했다는 뜻이다. 가수나 성악가 못지 않은 강하고 깊은 숨비소리가 연구결과 증명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해녀집단이 최대발성지속시간도 길 뿐더러 기본 주파수 마저 높은 것으로 나타나 흔히 해안가에서 해녀들의 건강한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특이한 점은 발성이 아닌 숨쉬기의 비교에선 오히려 일반인에 비해 짧게 나타난 점은 앞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해녀들은 우선 물밖으로 나오면 추위에 약한만큼 작은 돌멩이들을 둥글게 모아쌓은 불턱이라는 장소에서 몸을 녹인다. 그곳에서 불을 지펴 추위를 녹이고 다음 물질을 준비하면서 쉬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해녀들에게 필요한 도구들은 몇가지가 있다. 우선 해녀들이 물질할 때 입는 물옷과 머리에 쓰는 물수건이 있다. 눈에는 해녀들이 물질할 때 끼는 물안경이 있는데 '고무눈·족수눈' 등으로 불린다. 이 물안경은 눈갑이라는 보관함에 보관하게 된다. 또 박의 씨를 파내고 구멍을 막아, 해녀들이 바다에서 작업할 때 지친 몸을 의지하여 잠시 쉬거나 망사리를 매달아 두는 물건을 테왁이라고 한다. 테왁은 시대별로 박·스티로폼으로 만들어 쓰고 있다.

망사리는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 따위를 담아 두는, 그물로 된 자루로 망사리는 시대별로 '새품, 찦, 나이론줄' 등으로 만들어 썼다. 오분자기와 같은 작은 해산물을 넣는 작은 망사리는 조락이라 했다. 해녀들이 바위에 붙은 전복을 뗄 때 쓰는 도구는 전복을 죽이는 창이란 뜻으로 비창이라고 했다. 호미는 미역이나 모자반 따위를 캘 때 쓰는 도구이며, 호멩이는 소라나 성게 문어 등을 잡을 때 쓰는 도구로 일컫으며 물고기를 쏘는 도구로 소살도 있다. 이같은 도구들을 이용해 해녀들이 채취하는 것들은 우선 패류로 전복, 오분자기, 소라(구젱기), 팽이고둥(수두리보말)이 있으며 해초류로는 미역(메역), 작은 미역인 매역새, 톳(톨), 청각(정각), 우뭇가사리(우미), 갈래곰보(독고달) 등이 있다. 극피동물로는 성게(구살), 말똥성게 등이 있고 기타 채취물로는 해삼(미), 문어(물꾸럭) 등으로 나뉜다.

 

 

 

  

 

제주 해녀는 유네스코 유산등재가 시급할 만큼 그 명맥을 잇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해녀들의 고령화와 어족자원의 고갈, 작업환경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점차 사람들의 기억속으로 잊혀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림읍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2007년 주민자치 특성화사업 일환으로 해녀학교인 '한수풀해녀학교'를 설립해 귀덕2리 어촌계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한수풀해녀학교는 일정기간 해녀로서의 소양과 기술을 습득해 사라져가는 제주만의 독특한 해녀문화를 이해하고 해녀문화를 계정 및 발전시키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4월 중 한림읍사무소에 공고가 나가며 5월 첫째주 입학식을 거쳐 매주 주말 해녀학교장과 어촌계 잠부수회 해녀들로부터 안전수칙, 호흡법, 잠수법, 해산물 채취훈련, 단합대회 등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매해 수십명의 이수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그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져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까지 관심가질 만한 정보다. 해녀축제는 매해 가을 제주지역 해녀들이 한데모여 갖가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일반 제주도민들은 물론 관심가질 만한 정보다.

 

해녀축제는 매해 가을 제주지역 해녀들이 한데모여 갖가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일반 제주도민들은 물론 관광객들과도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다. 행사에서는 거리퍼레이드를 비롯해 해녀민속공연, 무사안녕 풍어기원, 해녀굿, 창작가요제, 해녀물질체험, 테왁만들기 체험, 부대행사 등이 풍성하다.

 

 

글 /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http://blog.naver.com/rosemarypa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