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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한번쯤은 가슴이 찌릿찌릿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적잖은 여성들이 혹시 유방암이 아닐까 걱정한다. 하지만 유방이 아프다고 해서 다 유방암인 건 아니다. 통증만으로 유방암이라고 진단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 암 발병률 1위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유방암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적지 않다. 통증이나 치밀유방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일부러 콩을 너무 많이 먹는 경우가 그런 예다. 걱정부터 하기 앞서 정확한 사실을 먼저 확인해야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유방이 간혹 아프거나 붓거나 찌릿찌릿하거나 단단해지는 건 여성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 대개는 생리주기 전 이런 증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가 생리가 끝나면 없어진다.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에 유방조직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생기는 이 같은 주기적 유방통은 전체 유방통의 약 70%를 차지한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정도의 주기적 유방통은 정상으로 본다. 주기적 유방통보다 드물지만 생리주기와 관계 없는 비주기적 유방통도 있다. 유방의 특정 부위가 아픈 게 특징이며, 유방을 다친 적이 있거나 유방에 염증을 비롯한 병변이 있는 경우 생길 수 있다. 이 밖에 역류성식도염이나 협심증, 척추질환, 대상포진 등을 앓고 있어도 유방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유방 통증들은 대부분 유방암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가 유방 통증을 주요 증상으로 호소하는 경우는 5% 이하다. 진짜 유방암인 경우엔 보통 유방 통증 외에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가장 흔한 게 멍울(혹)이다. 생리 이후 2,3일에 손으로 가슴을 만져보았을 때 아프지 않은 멍울이나 두꺼운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유방암 환자의 약 75%가 이처럼 혹이 만져져서 병원을 찾아온다. 한쪽 유두에서 짙은 갈색이나 붉은색을 띤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도 유방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유방암이면 한쪽 가슴이 붓거나 커지는 등 모양이 비대칭적으로 변하거나 유두가 오므라들거나 가슴 부위의 피부가 거칠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콩을 많이 먹으면 유방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지면서 일부 여성들이 콩을 분말 보조제나 정제 형태로 먹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콩과 유방암 발생과의 인과관계는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콩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아시아 여성들이 미국이나 유럽 여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방암 발병률이 낮다고 알려지면서 콩이 유방암 발병을 억제하는 것 아이냐는 추측이 나온 적은 있다. 콩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데, 이 성분이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 같은 추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이소플라본이 오히려 유방암 발병을 부추긴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에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생선을 많이 먹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피망이나 파프리카, 파슬리 같은 푸른잎 채소는 자주 먹으면 좋지만, 당분은 지나친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여성들이 건강검진을 하면 치밀유방이라 추가로 초음파검사를 해보라는 조언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방 내부 조직은 크게 실질조직과 지방조직으로 나뉘는데, 실질조직이 더 많은 경우를 치밀유방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들면서 지방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보통 젊은 여성들에게 치밀유방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서양 여성들보다 나이가 들어도 치밀유방을 유지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치밀유방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률이 많게는 4,5배 정도 높다는 보고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서양의 경우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여성을 대상으로 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아직은 치밀유방이라고 해서 유방암에 잘 걸린다고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치밀유방이면 암 검진에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는 유방조영촬영을 해도 암을 정확히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실질조직과 암 조직이 둘 다 하얗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유방초음파 검사를 해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든 유방암 환자 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실제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유방암 유전자 때문에 생기는 유전성 유방암은 5~10% 정도다. 유방암 유전자 검사는 비싼데다 오래 걸려 과거엔 잘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엔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와 가족을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해 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다.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경우는 1)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을 때 2) 젊은 나이에 유방암이 생겼을 때 3) 유방암과 난소암이 함께 생겼을 때 4) 양측성 유방암이 있을 때 5) 남성 유방암일 때 등이다.
최근 유방암에 걸린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갑상선암이 생기는 빈도가 더 높다는 보고가 나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유방암과 갑상선암 발생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돼왔다. 하지만 두 가지 암의 상관관계를 의학적으로 정확히 밝혀낸 연구는 아직 없어 단정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유방암에 걸리면 유방초음파 등 여러 가지 추적 검사를 하면서 갑상선까지 함께 검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갑상선암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은 가능하다.
글 / 한국일보 산업부 임소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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