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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금연보조제] 담배 끊는데 얼마나 도움될까?

 

 

 

 

 

 

 

 

 

 

정부는 담뱃값을 올해 초부터 1갑당(20개비) 4천 500원으로 무려 2천원씩이나 올렸다.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흡연자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부족한 세수를 메운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흡연자들의 혈압도 치솟았다. 그러자 정부는 이런 불만을 달래려고 당근책을 함께 내놓았다. 배를 끊으려는 사람이 전국 병의원에서 금연치료를 받으면 비용 일부를 대주겠다는 것이다. 지원방식은 이렇다. 먼저 흡연자가 금연치료 의료기관으로 등록한 병의원을 찾아간다. 12주동안 6차례 이내에서 금연상담을 받는다. 필요하면 니코틴 패치와 껌, 사탕,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 성분의 금연보조제 등을 처방받는다. 그러면 이 비용의 일정부분(30~40%)을 지원받는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12주 기준으로 부프로피온을 처방받으면 총 비용 18만 6천 200원이 든다. 이 중에서 13만 4천 400원은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기에, 흡연자는 5만 1천 800원만 내면 된다. 하루 니코틴 패치 1장과 껌 4개를 사용하면 12주 기준 총 비용 31만 1천 700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13만 5천 300원만 흡연자가 부담하면 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금연 시도 흡연자가 가장 많이 처방받는 게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바레니클린 성분 금연보조제이다. 제품이름은 '챔픽스'다. 미국에서는 '챈틱스' 라고 부른다.

 

 

 

 

이 제품은 얼마나 금연에 도움을 줄까? 부작용은 없을까?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지만, 이 제품 역시 효과와 부작용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 제품이 국내에 상륙한 것은 2007년 5월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2006년 5월과 6월 첫선을 보인 뒤 1년 뒤였다. 이 제품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지만, 부작용 논란을 비켜갈 수 없었다. 이 금연보조제를 복용하고 현기증, 두통, 구토, 졸음은 물론, 자살 충동을 보이고 기괴한 행동을 하는 등 정신과 부작용 사례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제품을 둘러싼 이상반응 보고가 수그러들지 않자 급기야 2009년 7월에는 제품 포장지에 이른바 블랙박스라 불리는 '상자 경고문'을 넣도록 조치했다. 여기에는 이상행동이나 우울증상, 자살충동 등 정신과적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을 담도록 했다. 

 

미국 FDA는 지금까지 이 경고문구를 그대로 유지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챔픽스 연구자료를 검토한 결과, 알코올에 취하는 정도나 행동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챔픽스의 안전 사용을 당부하는 안전성 서한을 국내 의약전문가 등에 배포했다. 이런 부작용 못지않게 효과 측면에서도 이 제품은 흡연자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모자라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이 제품의 임상시험에는 1천 명의 성인 흡연자가 세 그룹으로 나뉘어 참여했다. 연구진은 첫 번째 그룹은 챔픽스를, 두 번째 그룹은 위약(밀가루 등을 섞은 가짜 약)을, 세 번째 그룹은 기존 금연보조제(부프로피온)를 12주간 복용하도록 하고 40주간에 걸쳐 금연 보조 효과를 추적 관찰했다. 총 연구기간은 1년 정도인 셈이었다. 시험결과, 마지막 52주째 챔픽스 복용그룹의 금연율은 21.9~23%에 불과했다. 기존 금연 보조제 복용그룹의 금연율이 14.6~16.1%에 이르고, 심지어 가짜 약 복용그룹의 금연율조차 8.4~10.3%에 달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상당수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고 탈락했다. 그룹별 금연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챔픽스 군은 10.5%, 부프로피온 군은 12.6%, 위약 군은 7.3%였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70% 이상의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금연에 실패했다. 이 임상시험 결과를 두고 미국의 저명 의학저널인 '미국의학협회지(JAMA)'는 "상당수 참가자가 임상연구에서 중도 탈락했고, 대부분 참가자는 약을 복용했음에도 담배를 끊지 못했다"며 금연의 약물치료와 행동요법을 병행할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약이나 치료 보조제에 대한 환상은 금물이다. 맹신해서는 안 된다. 약이 모든 걸 해결해줄 것처럼 착각에 빠져 약물에 쉽게 매달리면 생각지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글 / 연합뉴스 기자 서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