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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형제'가 필요한 이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왜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지에 대해 인간의
   염색체가 밝혀지기 전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가족이니까’ 하고 추측을 할 뿐 그 이유를 분명히 
   알지는 못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면서 장동건과 원빈 두 형제 사이의 우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유전학자들은 형제간의 희생도 염색체 유전에 근거해서 과학적으로 설명을
   
하기도 한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을 유전자 전달체에 비유한다. 염색체는 유전자가 전달되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인간의 몸에는 46개의 염색체가 있고 그 중 절반은 아버지로부터 그 중 절반은 어머니로부터 유래한다.
내 자식의 몸에 있는 46개의 염색체 중 절반은 나로부터 왔고 절반은 배우자로부터 온다.

따라서 자식을 둘을 낳게 되면 첫째 아이가 내 유전자의 절반을, 둘째 아이도 내 유전자의 절반을 지닌다. 절반 더하기 절반은 하나이기 때문에 온전히 내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한 셈이 된다. 만약에 두아이가 건강하게 성인이 된다면 나는 내 한 몫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한 것이다.

두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각자 배우자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가 아이를 낳으면 유전자를 전달하는 형태로 영원한 삶을 누리게 된다.

만약에 내가 두 명의
자녀가 아닌 세 명의 자녀를 낳는다면 1.5배의 유전자를 남긴 셈이고, 네 명의 자녀를 낳는다면 2배의 유전자를 남긴 셈이다. 유전자 전달체로서내 유전자가 계속 후세에 남을 확률이 상승한다. 따라서 유전자의 형태로 자신의 존재를 후세에 남기고자 하는 종의 욕구가 부모로 하여금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혼자와는 다른 형제간의 사랑


형제끼리 서로 아껴주는 이유도 일정 부분 유전적으로 설명이 된다. 한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정이들어 나중에 커서도 서로 위해 주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형제의 염색체 역시 아버지로부터 절반, 어머니로부터 절반 유래한다. 따라서 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유사한 유전자 구조를 지닌다.


형제 안에 있는 나의 유전자와 유사한 형제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형제를 보호하기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

따라서 부모만큼은 아니지만 형제 역시 서로를 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학적으로는 형제들이 많으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군다나 형제들의 수가 많아야 다양성이 확보된다.

 

아이 유전자의 절반이 아버지, 절반이 어머니로부터 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의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가 선택될 지는 매번 다르다.

이런 이유에서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도 얼굴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체형이 다르다.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데 똑같은 형제가 태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환경의 변화를 이겨나갈 종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최근에는 아이의 재능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한 아이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면 부모나 아이에게 힘들 수 있다. 일정 한계를 넘어서면 과도한 정성과 애정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이될 수 있다. 과도한 관심과 애정이 나누어져서 필요 충분한 수준으로 조정이 된다면 그것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서로 사랑하고, 부모가 아이를 진정 사랑한다면, 형제끼리 서로 사랑하고 아끼면서 혼자서 클 때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가족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최명기/ 부여다사랑병원장,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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