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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중엔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각종 에너지 음료들이 넘쳐난다. 국내 유통량(국내 제조+수입)이 2011년 5410t에서 2012년 4만1848t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규모는 같은 기간 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 에너지 음료에 공통으로 함유된 성분은 카페인ㆍ타우린ㆍ비타민이다. 카페인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각성제로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를 자극한다.
적정량 섭취하면 신경 활동이 활발해져 피로감이 줄어들고 기억력ㆍ인지 장애가 개선된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은 피로회복에 기여하고 스트레스 해소도 돕는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혈압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고 간 경화ㆍ지방간의 치료에도 유용하다. 비타민은 혈액 순환ㆍ소화기능을 돕고 피로회복에 이롭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유통 중인 에너지 음료의 영양성분표에선 과당과 포 도당도 쉽게 볼 수 있다. 과당ㆍ포도당 등 단순당(單純糖)을 섭취하면 에너지를 바로 얻을 수 있다. 마시자마자 힘이 나는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단순당의 섭취가 과다하면 혈중 인슐린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 몸이 지방 연소를 중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요즘 에너지 음료에 자주 첨가되는 과라나는 남아메리카에서 서식하는 나무의 열매다. 카페인이 많아 남미 지역에선 강장제로 널리 쓰인다. 에너지 음료에 포함된 과라나는 부작용을 일으킬 만큼 양이 많지 않다. 마찬가지로 에너지 음료에 포함된 인삼도 양이 미미하기 때문에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봐도 괜찮다.
에너지 음료는 중ㆍ고등학교 수험생과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 사이에선 ‘잠 깨는 음료’로 통한다. 야근이 잦은 직장인, 장시간 수술 하는 의사들까지도 에너지 음료를 탐닉한다. 에너지 음료가 각성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카페인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연구진들의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카페인 음료(100㎎)를 마신 사람의 뇌와, 무(無)카페인 음료를 마신 사람의 뇌를 비교한 결과 카페인을 섭취한 뇌의 활동이 20분 동안 더 왕성했다.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진은 육체적 피로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카페인을 제공했더니 집중력이 2배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기억력ㆍ판단력ㆍ지구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장기간ㆍ다량 섭취하면 불면증ㆍ심장박동 이상ㆍ신경과민 등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에선 14세 소녀가 에너지 음료 2캔을 마신 뒤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소녀의 사인(死因)은 카페인 중독에 의한 심장 부정맥이었다. 당시 이 소녀는 1캔당 카페인 함량이 240㎎인 에너지 음료를 2병 마셨다.
어린이나 청소년은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가 커 학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잠을 쫓으려고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행위가 밤샘공부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손해란 말이다. 피로감ㆍ졸음ㆍ소화장애ㆍ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어린이ㆍ청소년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체내 칼슘 흡수가 저해돼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린이는 에너지 음료 1캔만 마셔도 어린이의 카페인 최대 일일 섭취권고량을 초과할 수 있다.
에너지 음료 1캔(250㎖)의 평균 카페인 함량은 62.1㎎이다. 하지만 제품마다 차이가 크므로 라벨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커피ㆍ캡슐커피 등 커피침출액 1잔(257.8㎖)엔 평균 107.7㎎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병커피ㆍ캔커피 등 커피음료엔 1병(229㎖)당 평균 88.4㎎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커피의 1잔(100㎖)당 평균 카페인 함량은 52.9㎎이다. 또 콜라 1캔에 약 38∼46㎎, 초콜릿에 약 80㎎, 홍차에 약 19.5∼38㎎, 녹차에 약 30㎎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카페인을 이미 상당량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음료를 술과 함께 마시면 부작용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의 조사결과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18∼29세 청년의 70% 이상이 술과 에너지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폭탄주’로 통하는 ‘예거 밤’은 에너지 음료를 술에 섞어 마시는 일종의 칵테일이다. 술에 고(高)카페인 음료를 섞어 마시면 카페인의 각성효과로 인해 실제론 술에 취한 상태이지만 본인은 전혀 이를 알아채지 못해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량보다 과음하게 된다.
술과 고카페인 음료를 섞으면 심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선 에너지 폭탄주로 인한 사망사고도 일어났다. 미국 미시간대학 사회연구협회 연구팀이 대학생 652명을 조사한 결과 술과 고카페인 음료를 섞어 마실 경우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아지고 다음 날 숙취도 더 심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들어 에너지 음료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15세 이하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에너지 음료의 광고는 물론, 교육시설ㆍ스포츠 시설ㆍ정부 건물 내 판매를 금지했다. 프랑스에선 에너지 음료에 이른바 ‘레드불세(稅)’라는 세금까지 부과했다. 호주 정부는 에너지 음료를 의약품으로 분류했고, 캐나다 토론토 시(市)는 편의점 등에서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에너지 음료의 판매를 금지했다.
(출처 : MBC뉴스)
에너지 음료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의사회(AMA)가 2013년 10대 청소년에 대한 에너지 음료 판매 금지를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에너지 음료 남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카페인의 섭취 한도를 설정하거나 판매ㆍ마케팅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에너지 음료를 규제하지 않으면 심각한 공공보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음료에 대한 규제가 일부 이뤄지고 있다. 2013년부터 카페인 함량이 1㎖당 0.15㎎ 이상인 음료(고카페인 음료)에 대해선 카페인 함량과 함께 어린이ㆍ임산부ㆍ카페인 민감자는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구 표시를 의무화했다.
한편 에너지 음료의 기원은 194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의 다이쇼 제약은 타우린 엑스(추출물)를 출시했다. 이어 다이쇼 제약은 1962년 ‘리포비탄 D’를 출시했다. 카페인(50㎎)ㆍ타우린(1000㎎)ㆍ비타민 B군 등이 함유된 ‘리포비탄 D’는 피로회복용 에너지 음료의 시초다. 이듬해 우리나라에선 ‘리포비탄 D’와 유사한 형태의 ‘박카스’가 등장했다. 나중에 태국 회사는 리포비탄 D와 박카스를 참고해 ‘크레이팅 뎅’이란 음료를 제조했다. 1984년 레드불(Red Bull GmbH)사의 창업주가 태국 출장 중 크레이팅 뎅을 본 뒤 유럽인의 기호에 맞는 새로운 에너지 음료를 개발했다. 이 음료가 세계적인 에너지 음료 ‘레드불’이다.
글 / 식품의약컬럼니스트 박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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