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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씻고 또 씻고… 혹시 나도 강박장애? - 드라마 ‘가면’ 속 강박장애, 증상과 치료법

 

 

 

 

 

 

 

첫 회부터 시청률 1위를 고수해온 SBS 수목드라마 ‘가면’이 2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드라마 ‘가면’은 가난한 분식집 딸이자 백화점 직원인 변지숙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과 외모가 똑같은 정치인의 딸이자 재벌가 며느리인 서은하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채 빚에 쫓기는 가족을 위해 서은하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변지숙(수애), 모든 것을 다 가진 재벌 후계자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심각한 강박장애로 고통스러워하는 최민우(주지훈), 겉으론 다정하고 정의로워 보이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살인도 마다않는 냉혈한 민석훈(연정훈)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며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어두운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배우 주지훈의 강박장애 연기가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에서 최민우는 대기업 총수의 유일한 아들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물 공포증과 강박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물건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져 있으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의 스킨십을 끔찍하게 싫어하며, 종종 망상에 빠진 채 광기어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강박장애는 영화나 드라마에만 등장하는 드문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50명 중에 한 명 꼴로 발생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드라마 ‘가면’으로 주목받고 있는 강박장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는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감을 느끼고(강박사고), 그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정 행동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강박행동) 것을 말한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을 통제할 수 없고,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수준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강박행동이 반복될수록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게 되는데, 대표적인 증상으로 청결 강박, 확인 강박, 균형 강박, 저장 강박 등이 있다.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청결 강박’은 오염에 대한 지나친 공포와 걱정으로 인해 씻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20~30분 간격으로 손을 자주 씻거나, 남 보기에 깨끗한 옷을 몇 번이나 세탁하거나, 매일 몇 시간씩 청소를 한다. 심한 경우에는 한 번에 비누를 서너 장씩을 쓰거나 8시간 이상 샤워를 하기도 한다. 

 

의심과 확인을 반복하는 ‘확인 강박’도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본인이 직접 문을 잠그고도 몇 걸음 가다가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는 의심이 들어 수차례 또는 수십 차례 반복해서 확인한다. 집밖을 나설 때마다 창문은 닫았는지, 가스는 껐는지, 수도는 잠갔는지 등을 의심해 몇 번이나 확인하기 때문에 외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한다. 

 

 

 

사물의 선과 줄을 계속해서 맞추는 ‘균형 강박’도 많이 나타난다.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두 개 이상의 물건이 대칭이나 직각으로 되어 있지 않을 경우 심한 불안을 느낀다.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저장 강박’도 강박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강박장애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강박적인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에 가족에게조차 증상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또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거나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저절로 낫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대부분 증상이 더욱 심해지거나 새로운 증상이 늘어난다. 그 결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강박장애가 의심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정신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강박장애 치료는 정신 치료, 인지행동 치료, 약물 치료, 수술 요법 등이 있으며, 이중 약물 치료와 행동 치료가 가장 널리 쓰인다. 약물 치료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주로 사용한다. 대부분 투약과 동시에 증상이 완화되지만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여가 필요하다. 

 

 

 

 

행동 치료는 ‘노출 및 반응 예방기법’이 주로 쓰인다. 자신을 일부러 불안한 상태에 노출시켜 머릿속 생각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해 강박행동을 줄여나가는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손을 씻지 않고 몇 시간을 버틴 후에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면 더 이상 손을 자주 씻는 강박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 식이다. 

 

강박장애는 단기간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그만큼 환자 본인의 적극적인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강박증상이 의심된다면 숨기거나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완치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글 / 여행작가 권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