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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이 간을 비롯해 건강을 망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알코올성 간염·간경변·간암 등 각종 간 질환은 물론 위장·식도·대장 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인다. 대장암 등 각종 암의 발생 위험 역시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나타난다는 통풍은 고기와 함께 맥주와 같은 술을 먹을 때 심해진다.
이밖에도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음주 뒤 넘어지거나 추락 등 각종 사고의 위험성도 높이는 것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도 음주에 따른 사망율 기여분이 3.8%이며 각종 질병에 걸려 더 써야 하는 의료비 등이 4.6%인 것으로 나타난다. 과음이 주는 악영향이 이렇게나 많은 셈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당뇨의 위험성을 높이거나 과음자의 가족들도 각종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과음을 피해야 하는 이유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강희택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남성 5551명과 여성 6935명의 음주 행태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 음주자의 25.2%는 고위험 음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남성 음주자 4명 가운데 1명은 고위험 음주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면 여성 음주자의 경우 고위험 음주에 해당되는 비율은 4.7%로 낮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을 보면 고위험 음주는 하루 알코올 섭취량을 소주로 환산할 때 남성은 5잔 이상, 여성은 4잔 이상을 마시면 해당된다. 알코올 양으로 따지면 각각 50그램, 40그램 이상이다.
연구팀은 고위험 음주가 그동안 알려진 간 질환 등이 아니라 새로운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고위험 음주와 혈당과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혈당 수치는 12시간 공복시 측정했을 때 126㎎/㎗ 이상이면 당뇨로 진단된다. 당뇨로 진단된 뒤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각종 혈관·신경 질환 등 합병증이 생긴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고위험 음주군의 평균 혈당은 중도 또는 저위험 음주군에 견줘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날만큼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당뇨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고위험 음주군은 저위험 음주군에 견줘 50% 더 당뇨에 걸릴 위험이 컸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으면 당뇨에 걸릴 위험성은 더 커졌을 것이다. 여성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에 따라 당뇨에 걸릴 가능성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음주를 하는 비율이 적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별 차이가 나지 않았을 뿐이지, 여성도 고위험 음주를 하면 당뇨 발생 가능성이 높일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 음주가 혈당을 높이는 데에는 알코올 자체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칼로리가 높으며, 술을 마실 때 안주로 고칼리 음식을 먹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금주를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피치 못할 술자리라면 한 번에 마시는 술의 양을 줄임과 동시에 고칼로리 안주 역시 피하는 것이 권고된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은 알코올 의존중 환자의 가족들 약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두 달 동안 설문조사를 했다. 가족 가운데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있는 경우 우울·자살충동·불안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는 절반에 가까운 48.9%로 나타났다. 또 가족이 해체되거나 갈등이 심해졌다고 응답한 경우도 21.2%였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비율은 15.3%나 됐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가족들은 ‘환자가 스스로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5.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아울러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환자 가족의 노력으로 치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9.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알코올 의존증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환자 보호자 10명 가운데 7명이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 병원 이무형 원장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일정 기간 금주와 폭주를 반복하면서 가족들을 괴롭히는 상황에 익숙해진 가족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도피해야 한다는 감정과 동시에 가족으로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모순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결국 알코올 의존증은 환자 혼자만의 병이 아니라 가족의 병이다. 환자의 치료와 함께 반드시 가족들도 자신들의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고 전문적인 교육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글 /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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