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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고소하고 맛있는 튀김, 전세계는 트랜스지방 퇴출 전쟁 중

 

 

 

 

 

식품을 고소하고 바삭하게 만드는 ‘트랜스지방’. 트랜스지방은 모든 음식 중에 가장 나쁜 음식으로 꼽힌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하며,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심혈관질환에 독으로 작용한다. 고대구로병원 심장내과 오동주 교수는 “트랜스지방은 담배보다 심장에 더 나쁘다고도 볼 수 있다”며 “흡연은 일부에서만 하지만 트랜스지방이 든 식품은 남녀노소다 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신부가 트랜스지방을 먹으면 태반을 통해서 태아에게 들어가고, 모유로도 나와서 영아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심장학회에 따르면 5g(1 티스푼 정도)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하면 심장병 발병률이 23%가 증가한다. 소량만 먹어도 인체 영향을 주는 것이다. 트랜스지방은 섭취하면 체내 염증 물질(CRP, 인터루킨6 등)이 많아진다. 염증물질이 혈관의 내피 기능을 망가뜨리고 심장 세포에도 직접 독성을 끼쳐서 협십증과 뇌졸중을 일으킨다고 한다. 동맥경화증을 촉진하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도 한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따르면 트랜스지방을 많이 섭취해 적혈구막에 트랜스지방이 발견된 사람이 급사 위험이 47% 높았다. 또한 트랜스지방을 먹으면 인체가 트랜스지방을 필수지방산으로 인식해 세포막과 호르몬 등에 이상이 생긴다. 이로 인해 면역계 이상으로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고, 뇌세포막 기능을 떨어뜨려 어린이의 경우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이 나타날 수 있다. 그밖에 당뇨병,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다.

 

 

 

트랜스지방의 백해무익한 점 때문에 전세계는 트랜스지방을 식탁에서 몰아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식품을 제조할 때 트랜스지방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FDA는 트랜스지방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물질(GRAS)’이 아니라고 규정하며 모든 식품에서 시판 전 허가 없이 트랜스지방 사용을 금지했다. 이 법은 2018년 6월에 발효된다.


 

 

 

트랜스지방 퇴출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트랜스지방이 동맥경화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를 낸 것을 계기로 트랜스지방 유해 논란이 불거졌다. 2002년 세계보건기구는 트랜스지방을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1%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고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다. 맥도날드, KFC 등 패스트푸드 업체와 식품회사는 자발적으로 트랜스지방을 줄이기에 동참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품회사의 자율 규제를 넘어, 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을 완전히 제거하도록 하는 법적 규제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2003년 덴마크, 2004년 스위스·오스트리아, 2014년 헝가리·노르웨이는 트랜스지방을 법으로 규제해 전면적으로 줄였다. 덴마크는2003년부터 가공식품은 물론 레스토랑·베이커리 등에서 쓰이는 지방의 2% 이상이 트랜스지방인 경우 유통·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업주에게 징역형(최장 2년)까지 구형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8월 유럽심장학회에서 덴마크 코펜하겐병원 생화학과 스틴 스텐더 교수에 따르면 덴마크에서 트랜스지방 사용을 막는 법을 만든 후 트랜스지방 섭취가 6g에서 0g으로 줄었다. 또한 2000년부터 매년 8~9% 씩 심장병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다. 스틴 스텐더 교수는 “덴마크에서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든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트랜스지방 규제”라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시도 2007년부터 트랜스지방 사용을 전면 금지했는데,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4.5%가 줄었다.

 

 


한국은 2007년부터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를 의무화해 식품회사에서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했으며, 트랜스지방 섭취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랜스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오동주 교수는 “식품 라벨을 꼼꼼히 안보고 트랜스지방이 많은 식품을 고르는 사람도 많다”며 “식품 표시를 할 필요가 없는 베이커리 빵이나 길거리 튀긴 음식 등에도 트랜스지방이 꽤 있어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심장학회는 “트랜스지방은 소량만 섭취해도 심혈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식품 사용에 허용되는 한 심장병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옥스퍼드 의대 조나단 피어슨-스튜터드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모든 가공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의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이 시행될 경우 2015~2020년 동안 약 8600명의 관상동맥 심장질환 사망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트랜스지방 식품 라벨처럼 트랜스지방을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했을 경우에는 같은 기간 동안 약 2500명의 관상동맥 심장질환 사망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