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나 단순 고혈압, 소화불량 등 가벼운 질환은 그냥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큰 병원을 찾는 사람이 꽤 있다. 이런 현상은 실제로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정찬 의료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의료전달체계에서 일차 의료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전망' 보고서를 보자. 2014년 기준으로 경증질환으로 의원급이 아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환자는 내원일수 기준으로 전체 환자의 14%에 달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이야 돈 걱정 없이 자유롭게 큰 병원을 이용해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전적으로 쪼들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나을 듯하다.





대형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 동네의원보다 적어도 3배가량의 진료비를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감기 등 경증질환으로 진료 받아서 낸 의료기관 종별 평균 진료비(2014년 내원일수 기준)는 동네의원은 1만5천622원이었다. 이에 반해 서울대병원 등 43개 상급종합병원은 4만6천850원이었다. 약 3배 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종합병원은 3만4천543원으로 약 2.2배, 병원은 2만1천186원으로 약 1.4배 더 많았다.


의료법은 병상과 진료과목 등에 따라 우리나라 의료기관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의원급(병상 30개미만), 병원급(병상 30~100개미만), 종합병원(병상 100~300개미만-진료과목 7개 이상 또는 병상 300개 이상-진료과목 9개 이상), 상급종합병원(병상 300개 이상-진료과목 20개 이상) 등이다.





여기에다 복지부는 행정규칙으로 표준업무지침을 만들어 각 의료기관의 종별 기능을 구분했다. 1단계 의원급에서는 경증질환과 만성질환 외래진료를 전담하도록 했다. 병원급에서는 일반적 입원·수술진료나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도록 규정했다.


이렇게 병상 등 시설과 인력기준에 따라 의료기관의 등급을 나누면서 특히 복지부는 일정 기준을 충족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선정되면 진료비 특혜를 줬다. 의료기관 종별로 수가를 가산해주는 이른바 '종별 가산제'에 따라 기본진찰료 등 행위별 수가를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까지 더 많이 받게 했다.





경증질환뿐 아니라 만성질환 환자도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행태가 나날이 증가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이런 종별 의료기관의 역할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의료전달체계는 붕괴하다시피 할 정도로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모습은 또 다른 통계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외래진료를 주로 담당해야 할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진료비 수입은 지속적으로 줄지만, 병원급은 그 반대로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통계를 보자. 2005년에서 2014년까지 지난 10년간 의료기관 종별 외래 요양급여비중 비중은 의원은 65.4%에서 55.3%로 10.1%포인트 줄었다. 그러나 병원은 7.2%에서 10.1%로 2.9%포인트, 종합병원은 14.1%에서 17.0%로 2.9%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13.3%에서 17.6%로 4.3%포인트 늘면서 외래비중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감기 등으로 대형병원을 방문한 외래환자가 늘었다는 말이다.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으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른바 '30분 대기 3분 진료'의 진료환경 탓에 자신의 증상을 담당의사에게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지만, 언감생심이기 일쑤다. 보건복지부가 내부적으로 몇몇 상급종합병원을 조사해봤다. 그랬더니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지역 초대형 병원 한 곳의 내과에서 외래진료를 받고자 하면 '20초 진료'를 각오해야 했다. 조사결과, 이 병원 내과 의사 1명이 하루에 진료한 환자는 평균 450~500명이었다. 환자 1명당 진료시간으로 따지면 '20초'에 그쳤다.


글 /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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