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화창하고 따스한 봄철엔 다른 계절보다 유독 피곤하고 졸음이 온다는 사람이 많다. 계절의 변화에 우리 몸이 적응해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대해 흔히 ‘봄을 탄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대개는 일시적일 뿐 봄이 깊어지고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봄을 타는 증상은 대부분 사라진다. 그런데 유독 심하거나 남들보다 오래 가는 경우라면 좀 다르다.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봄을 타는 현상은 보통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계절 변화에 민감해서가 아니라 여성이 봄을 더 많이 타는 것은 만성피로의 영향 때문일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봄이 되면 온도 변화 등으로 인체 내의 호르몬 농도 같은 생리적 균형이 쉽게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충분히 자는데도 불구하고 늘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30~50대 직장 여성이나 갱년기 여성은 평소 만성피로의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봄철에 더욱 이런 증상을 겪기 쉽다. 실제로 만성피로 환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50% 가까이 많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남녀 통틀어 전체 인구의 1.4%가 경험한다고 알려진 만성피로는 춘곤증과 달리 단기 기억력 감퇴나 정신집중 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근육통, 두통 같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적피로, 6개월 이상 이어지면 만성피로로 진단한다. 이런 상태라면 꼭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좋다.


 


 

만성피로의 약 30%가 결핵이나 간염, 당뇨병, 갑상선 질환, 폐질환, 빈혈, 암, 심장병, 류마티스 질환 등 다른 질병의 위험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갑상선 기능이 크게 떨어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일 땐 몸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가 너무 부족해 쉽게 피로해진다. 심한 스트레스, 불안장애, 우울증 같은 정신적 요소나 신경안정제, 혈압조절약, 피임약 같은 약물이 만성피로를 일으키기도 한다.


갱년기 여성이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경우라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거나 부신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예를 들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크게 떨어지면 쉽게 피로해지고 불안이나 짜증, 우울증, 불면증 등에 시달리게 된다. 또 오랫동안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내분비기관인 부신이 지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피로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잠이다. 하루 적정 수면시간은 6~7시간으로, 이보다 적으면 쉽게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잠이 부족할 땐 낮에 30분 정도 눈을 붙이거나 주말이라면 한두 시간 낮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회복될 수 있다. 단 너무 많이 자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오히려 피로가 유발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걷기나 스트레칭, 요가 등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의 운동도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운동은 갑작스럽게 하지 말고 주 3회 이상 꾸준히 해야 효과적이다. 식사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섭취하고, 열량이 높은 음식이나 술, 카페인은 피하길 전문의들은 권한다.


근본적인 피로 회복 방법은 그러나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전문의와 상의해 휴식과 생활습관 개선, 운동, 약물 등을 적절히 적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부신 기능이 떨어진 중년 여성의 경우엔 호르몬과 부신 치료를 병행해 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을 약이나 패치 등으로 보충하고 부신 기능 회복을 돕는 영양제나 주사를 추가하는 식이다.


 

 
만성피로 환자가 아니라도 건강한 사람 역시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면 생체리듬이 변해 쉽게 춘곤증을 겪는다. 몸이 나른해지고 졸리면서 식욕이 떨어지거나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순간적으로 어지러워지기도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피부 온도도 높아져 혈액 순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진대사도 전체적으로 활발해지면서 비타민과 무기질 같은 영양소가 3~5배 더 필요한데, 몸은 겨울 동안 쌓아둔 영양소를 많이 소모한 상태이기도 하다.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생체리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특별한 병이 아닌 이상 일시적인 춘곤증이나 피로감은 생활습관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가령 낮에 20분 정도 잠을 자거나 아침을 꼭 먹고 과식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비타민 보충을 위해 쌀밥보다는 현미나 보리, 콩, 팥을 넣은 잡곡밥을 먹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길 권한다. 특히 현미는 흰쌀에 비해 단백질과 지방이 많으며, 칼슘과 비타민B가 2배 이상 들어 있다. 아침에는 생선과 콩류, 두부 등으로 간단히, 저녁에는 잡곡밥과 고단백 식품, 채소, 신선한 과일 등으로 든든히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참을 수 없는 졸음이 계속된다면 수면무호흡증 같은 만성 수면장애를 의심해볼 수도 있다. 자는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7번 이상이면 심각한 수면무호흡증으로 본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졸음이나 피로 증상이 오래 간다면 단순히 춘곤증 탓으로 돌리지 말고 되도록 병원을 방문해 수면장애 여부 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도움말: 이동환 고도일병원 만성피로센터 원장, 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노용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일보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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