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가장 행복할까.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를 것이다. 누구는 돈을, 또 건강을 얘기할지도 모른다. 재미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적당한 수입과 인간 관계가 행복의 조건이란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렇다. 수입도 천차만별일 터. 한 달 기준으로 수천만원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수 백만원, 수 십만원이면 족한 사람도 있을 게다. 돈은 쓰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나도 용돈을 적게 쓰는 편이 아니다. 한 달에 평균 100만~150만원 가량 쓴다.
주로 차 마시고 식사비로 사용한다. 넉넉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나에게 적당한 규모로 볼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바라지 않는다. 이 정도 규모로 살 생각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 관계다. 돈이 많다고 좋은 인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 관계의 으뜸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있어야만 오래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끝까지 옆에 있는 사람은 가족 뿐이다. 가족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가족 간에도 인간 관계는 중요하다. 존경과 헌신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그럼 나는 행복한 사람일까. 스스론 행복을 느낀다. 행복도 실천에 있음은 물론이다.
사과 대신 바나나로 아침을 때웠다. 부억에 있는 바나나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안산 현불사에서 내 생일 불공을 드리고 가져온 것. 지난 토요일 서울 용두초 졸업생들과 한강을 산책하던 날 아내와 장모님은 현불사에 갔었다. 나는 이들과의 선약 때문에 함께 가지 못했다. 불공을 드리고 나면 보살님이 떡과 과일 등을 싸 주신다.
저녁 때 10번째 에세이집 '새벽 찬가'를 받는다.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이미지 사진으로 봐선 예쁘게 나올 것 같다. 신간을 내 손에 넣는 순간 가장 기쁘다. 이같은 기쁨을 10번이나 맛보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매번 입학고사를 치르는 것처럼 흥분된다. 저자가 느낄 수 있는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뜻밖의 분으로부터 음성메시지를 받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나를 발견했다면서 흥분된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 아주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다. 어리 버드를 좋아하는데 그 중 내가 눈에 띄었단다. 내가 어리 버드는 맞다. 가장 일찍 일어나는 축에 들지도 모른다. 새벽 1~2시 기상은 그리 흔하지 않을 터. 낮에 그 분을 만나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나는 뒤로 미루는 일이 별로 없다. 시간이 맞으면 누구든지 바로 만난다. 속전속결형 이라고 할까. 그런 만큼 뭐든지 빨리 한다. 기사나 글도 마찬가지. 이젠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행복이 가까이 있음을 또다시 느꼈다. 서울 동대문 용두초등학교 졸업생들과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강 산책로를 함께 걸은 것. 오전 10시 30분 영등포구청 벤치에서 만났다. 먼저 7명이 나왔다. 내가 아는 얼굴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이심전심이랄까. 서로를 바로 알아보았다. 단톡방을 통해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나의 안내로 걷기 시작했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은 목동교 밑 '오풍연 의자'. 벤치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볼품은 없다. 하지만 생명을 불어 넣으면 달라 보인다. 내가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어 양평교, 양화교를 거쳐 한강합수부 '오풍연 의자'에 도착했다.
중간에 1명이 더 합류했다. 그곳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이제 여의도 방향으로 틀었다. 성산대교를 거쳐 선유도에 들렀다. 정말 예쁜 섬이다. 다시 걸음을 옮겨 양화대교-당산철교- 파천교-여의도공원을 가로질러 식당에 도착했다.
허름한 식당. 순대국과 뼈다귀해장국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맥주, 막걸리, 소주, 콜라, 사이다를 취향에 맞게 한두 잔씩 마셨다. 일행을 모시고 여의도 신문사 사무실로 갔다. 졸저 '오풍연처럼'도 한 권씩 드렸다. 오늘 걸은 거리는 대략 12~13km 정도 될 듯하다. 정각 5시에 해산했다. 나는 동생 8명을 얻은 셈이다. 모두 해맑았다. 이들 덕분에 동심으로 돌아간 하루였다. 인생은 짧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동안 즐겁게 살자.
2016년에도 나의 화두는 건강이다. 건강 말고 더 바라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그것을 잃으면 모든 것이 허사다. 건강의 적은 스트레스. 살아있는 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순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적게 받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편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비웠기에 가능하다.
글 / 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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