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문서 작성, 즉 글쓰기다. 학생은 시험만 없으면 학교 다닐 만하고, 교수와 목사는 수업과 설교만 하지 않으면 좋은 직업이듯, 회사원도 보고서만 쓰지 않으면 할 만하다. 그만큼 직장인에게 글쓰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불행함의 근원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디어 빈곤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상사의 ‘지적질’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없으니 머리를 쥐어뜯으며 써야 하고, 그렇게 쓴 글에 상사가 시뻘겋게 칼질을 해대고, 그것도 모자라 ‘이 정도 밖에 못쓰느냐’고 꾸짖을 때. 하루에 몇 번씩 ‘이렇게라도 계속 다녀야 하는가’ 생각하게 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 것인가. 이 또한 방법은 두 가지다. 스스로 실력을 쌓거나 상사와 관계가 좋아지거나. 실력을 쌓기 위해 보고서 작성법을 가르치는 강좌를 듣고, 글쓰기 책도 사서 읽는다. 또한 상사와 친해지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아부를 하고 간쓸개 내놓고 비위도 맞춰본다. 하지만 효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한들 오래 가지도 않는다. 가려운 곳을 긁기만 해선 안 된다. 가려움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문제는 자기 안에 있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직장생활 25년 내내 글 쓰는 일을 했다. 앞서 얘기한 아이디어 빈곤과 지적질 문제에 늘 직면했다. 글 쓰는 일로 밥 먹고 살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은 세 가지다. 상사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이 찾아졌다.
상사에게 인정받으려고 너무 애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상사는 완벽하다는 환상부터 깬다. 그도 사람이다. 감정에 치우치고 그릇된 판단도 한다. 그에게 칭찬받고 혼나는 것이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은 상사를 과하게 의식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나오기도 전에 스스로 검열하고 잘라버린다. ‘이렇게 쓰면 상사가 싫어할 거야, 저렇게 쓰면 혼날지도 몰라’ 하면서 말이다.
담담하게 생각하자. 그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다. 상사는 상사고 나는 나다. 쿨해지자. 나는 내 의견을 제시할 뿐, 그것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상사의 몫이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제시하자. 또한, 내 의견에 대해 지적하면 받아들여 고쳐주자. 그도 상사로서 할 일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런 자세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매우 좋은 글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사를 위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상사가 더 윗 상사에게 혼나지 않도록, 칭찬 받고 승진도 빨리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다. 내가 상사에게 종속돼 있는 게 아니고 상사가 내게 기대고 있다. 내가 상사를 돕는 사람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를 돕는다. 내가 없으면 큰일 낼 사람이므로.
나는 그런 상사를 만났을 때 신명나게 글을 썼다. 상사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쓴 게 아니라 상사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썼다. 그가 시켜서가 아니고 그를 위해서 한번 볼 것 두 번 보고, 한번 생각할 것 세 번 네 번 생각해서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리하면 글 쓰는 일이 재밌다. 보람도 크다. 글도 이 시기에 쓴 게 좋았다. 글은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나, 많이 알고 똑똑한 사람이 쓴 것보다는 누군가를 위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쓴 글이 가장 좋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이 방법은 상사를 좋아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또한 상사가 좀 어리숙해야 한다. 똑똑한 상사에게는 이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했다고 한다. 잡스뿐만이 아니다.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죽음을 늘 가깝게 두고 살았다. 예수와 석가모니도 그랬고,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도 그랬다.
나도 글이 안 써질 때는 오늘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 하나 못 쓴다고 내 인생이 어찌 되지 않는다. 내 글에 대해 지적질 해대는 사람과도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글을 못 쓴다고 절절 매는 이 상황 자체가 우습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 것이다. 내 안에 쓸거리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쓰다 보면 언젠가 머릿속이 훤해지고, 막힌 곳이 뚫려 술술 써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글/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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