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아들은 나흘간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귀대했습니다. 엊그제 휴가를 나온 것만 같았는데 어느
  새 시간이 흘러 다시 집을 떠난다 생각하니 서운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엊그제는 귀대를 하루 앞둔 아들을
  그냥 보내기가 서운하여 헐한 돈으로도 가능한 외식이라도 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더욱 가벼워진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꿰뚫고 있던 아들은 순간 묘책(?)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나가지 마시고 대신에 …."

 

그리곤 냉장고에 부착된 모 중국집의 전화번호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 그럼 … 그럴까? " 일견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작 1만원에 푸짐한 탕수육도 모자라 자장면도 두 그릇이나 얹어 배달해 주는 동네 중국집이었습니다. 음식이 도착하기 전에 저는 인근의 슈퍼로 달려가서 소주를 두 병 샀습니다.  '모처럼 먹는 맛난 탕수육에 약방의 감초인 소주가 빠져서야 어디…' 그렇지만 소주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저의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건 바로 사랑하는 아들에게 근사한 외식 대신에 고작(?) 싸구려 자장면이나 먹이는 아빠라는 자격지심이 발동한 때문이었습니다.

잠시 후 중국음식이 도착했습니다. 모처럼 아들과 함께 술을 마시노라니 역시나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술은 부자(父子)간에 마시는 술이라는 생각에 행복해 집니다.

 

소주를 얼추 비울 즈음에 술기운을 빌어 저는 제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아들아, 미안하구나. 아빠가 여유가 있었더라면 벌써 너랑 대천바다라도 가서 피서를 했으련만 그리하지도 못하고 겨우 자장면이라니…. 올해는 유독 아빠 주머니의 돈이 씨가 마르는구나!" 그러자 아들은 제 손을 넌지시 잡는 것이었습니다.

 

"이 음식이 어때서요? 저는 맛있기만 한데요."
순간 가난한 아빠를 진정 보듬어 주는 심지 깊은 아들이라는 생각에 저는 그만 또다시 눈시울이 뜨끔거려 혼났습니다.

 

"그래, 맞다. 탕수육과 자장면은 역시 우리 입맛엔 '짱'이지!" 

 

탕수육만을 안주 삼아 소주까지 모두 비우고 나니 자장면은 그때까지도 퉁퉁 불은 채로 홀대를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배는 부르지만 이 자장면도 먹어야겠지?" 라는 저의 말에,

 

"그럼요. 돈이 얼만데요?" 라며 응대하는 아들이 더욱 사랑스러웠습니다.

 

 ( MBC'거침없이 하이킥'中  자장면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장면 - 사진출처:루넨시아님 블로그 )

  퉁퉁 불은 그 자장면을 악착같이 풀어내어 결사적(?)으로 다 먹었습니다. 저와 아들의 입가엔 시커먼 자장면
  의 잔재들이 잔뜩 들러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왜 그리 행복하고 웃음이 나던지요.
 

 

네, 그건 바로 자장면 한 그릇의 행복이었습니다. 또한, 이 가난한 아빠의 미안함이기도 했고요. 어제는 조금 서둘러 퇴근을 해 집을 나서는 아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이제 귀대하면 제대할 때나 돼야 다시 볼 수 있겠구나." 잠시 후 도착한 버스에 아들이 올라탔습니다. 손을 번쩍 들어 아들을 배웅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번 휴가 때도 가난한 아빠이다보니 대접이 소홀해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제 제대하게 되면 아빠가 반드시(!) 푸짐한 외식시켜줄께. 부디 건강하게 전역하거라!'

 

누구라도 자식에게만큼은 당당한 아빠가 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은 그러한 아빠의 바람을 소두리째 앗아가곤 하지요. 제 지난 시절의 간난신고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아들이 제대를 하고 대학에 복학을 하게 되면 이젠 반드시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현재'라는 책을 더욱 성실히 써야만 하겠습니다.

 

홍경석/ 대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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